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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439

도시락은 오해를 싣고 사무실에 도시락을 가져왔다. 단체 생활하면서 처음인가? 모르겠다. 보온 도시락을 샀고, 그 분께 점심밥 좀 싸 달라고 부탁했다. 아침에 경황없이 도시락 가지고 나왔고 오후 3시가 넘어 배가 고파서 열었더니 반찬통에 무김치만 덩그러니 보였고 국그릇에 콩나물국이 있었다.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이분께서 아침 밥 차려 주는 것도 그런데 도시락까지 요구하는 이 인간(?) 밥 주기 싫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지만, 일단 “내 건강 생각해서 채식으로 밥해 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메시지 보냈다. 그랬는데 무슨 채식이냐며 김이랑 반찬통도 잘 챙겨 갔느냐고 물어본다. 식탁 위에 보온 도시락 옆에 김과 함께 생선, 달걀말이, 멸치볶음 등등 반찬을 정갈하게도 만들어 반찬통에 두었던 것. 아무 생각 없이 .. 2022. 10. 19.
지리산 워크스테이, 사랑하는 사람을 더 생각나게 하는 스크립트라는 것을 처음 써 본다. 지리산까지 와서 몇 가지 일 처리하고 밤마다 이걸 쓰고 있다. 탄자니아 공무원들과 청소년 전문가들 대상으로 “청소년참여”에 대해서 강의를 의뢰받았다. 두어 시간 영상 강의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수락했는데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주관기관에서 번역 때문에 스크립트를 요청한 것. 어찌 됐건 방금 일을 마쳤다. 기분이 홀가분. 이번 달은 시간이 정해진 기관 내 집중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곳에 올인하련다. 휴일 현지인(?)이 안내해 몇 곳을 다녀왔다. 휴게소에 차 놓고 노고단 올라가면 좋다고 했다. 산책할 곳을 안내해 달라고 했다. 그분 산책 코스로라면서 천천히 다녀오라고 해서 갔는데 나에게는 등산이었다. 어찌 됐건 역시나 산은 좋았다. 그냥 좋아. 하늘 보면 온몸이 포근해.. 2022. 9. 25.
불의한 청지기처럼 사는 방법 기업의 오너(주인)가 전문경영인(청지기, 사장)을 두었는데, 이 친구가 경영을 잘 못 하고 재산을 낭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기업 대표는 사장을 불러서 해고한다고 말해. 그러자 전문경영인인 사장은 자신이 회사에서 해고당한 후에 받아 줄 수 있는 협력업체를 생각해. 지금 일하고 있는 기업에 큰 빚을 지고 있는 협력업체 사람들을 불러와서 빚을 마구 깎아 주는 거야. 아직은 자신이 사장(청지기)이고 권한이 있고 해고된 후에 이런 협력업체에서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기업의 오너는 사장이 하는 짓을 알게 되지. 분노할 줄 알았는데 웬걸? 사장을 불러와서 칭찬하는 거야. 이게 무슨 상황이야? 화를 내고 고발을 해도 시원찮은 판에 칭찬이라니? 성경에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를 요즘에 맞추어 각색(?)한 거.. 2022. 9. 18.
추석에 먹는 라면이라니. 갑자기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 가서 비빔면을 샀다. 면에 넣어 먹으려고 골뱅이도 샀다. 비빔면 천원 정도인데 골뱅이가 6천 원, 골뱅이에 비빔면 넣어 먹는 형국이다. 추석에 무슨 궁상이냐고? 저녁을 너무 일찍 먹었다. 그리고 우리 집은 명절에 음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됐는데 가족 전체가 너무 편해졌다. 내가 고등학생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무슨 객기인지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제사를 기독교식으로 모두 바꾸었다. 당시 나는 기도도 제대로 못하는 허접한 선데이 크리스천이었다. 고모님 여섯 분이 계셨고 아버지는 외아들이었으며 나는 큰아들이다. 집안 장손이라는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귀에 못에 박히게 듣고 살았다. 명절뿐만 아니라 때가 되면 드려야 할 제사도 많았다. 제사나 명절 때면 어머니는 .. 2022. 9. 10.
부족주의만 키우는 내 편 저널리즘 추석입니다. 명절 한가위. 가족과 함께 사랑과 '정'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자신이 속한다고 믿는 이상한 ‘부족’과 ‘진영’을 집안으로까지 끌고 오는 이들도 있습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흥분하는지도 모른 채 가족까지도 배제하고 적으로 만들어 가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추석에 이런 글이나 끄적이고 있는 저도 한심하지만…. 그래도 뭐. 모두 해피 추석 되시면 좋겠습니다. 모두 모두 행복한 추석 되세요^^ # 2만 년 전 배경으로 늑대와 인간의 유대를 주제로 만들어진 ‘알파’라는 영화에서 개가 어떻게 사람과 같이 살게 되었는지를 보여 준다. 이 당시 부족에서 사람이 이탈하면 바로 죽음이었다. 다른 부족은 대부분 적으로 경계의 대상일 뿐 내 생명을 담보한 곳은 자기 부족이었다. 그.. 2022. 9. 8.
모범가족, 그 찌질함의 이유 제법 큰 계단식 강의실에서 영문학을 강의하는 교수 앞에 오십여 명의 학생 대부분은 집중하지 않고 다른 짓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졸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심지어 옆에 친구와 잡담까지 하고 있는데도 교수는 혼자서 중얼거리듯이 강의를 이어간다. 어느 날 강의도 똑같은 분위기였다. 교수 자신이 행한 범죄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던 중에 강의실 분위기를 보고 너무 화가 났는지 책을 집어 던지면서 “모두 나가!”라면서 소리쳤다. 최근에 본 ‘모범가족’이라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정우가 연기하는 박동하 교수는 전임이 아닌 시간강사다. 전임교수 되기 위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못했고, 돈도 못 벌면서 교수들 비위 맞추느라 휴일도 반납하고 골프장 쫓아다니면서 수발들었다. 심지어 사립대학 교수임용 되고자 선.. 2022. 8. 22.
아버지의 외상 술 “아빠 나랑 옷이 똑같네. 런닝하고 반바지. 헤헤~^^” 막내가 웃으며 한마디 했다. 한 분은 출근하고, 한 친구는 학교 가고, 초등학생인 막내와 나만 덩그러니 집에 남았다. 집콕하려고 작정하고 책상에 앉았다. 어제 휴가 마지막 날. 10시 넘어서 일어난 아이 밥 먹는 거 보고, 책 읽다가 시간이 어찌 갔는지 모른다. 저녁때쯤 연구소에 실습생 평가회만 잠시 다녀오려고 알람 맞춰놨다. 시계 보니 점심 먹을 시간이 훨씬 지났다. 막내가 배고프다고 해서 햄버거하고 샐러드를 배달해서 먹었다. 아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 물끄러미 보는데 갑자기 아빠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지금 막내 나이인 초등 6학년 방학 때였나? 아버지 사업이 아주 폭삭 망한 이후 시를 쓰시겠다며 집에 계실 때였.. 2022. 8. 20.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뿌듯함을 남기고.. “저는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영우가 엄마인 태수미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서 전한 이야기다. 장애인과 노동자, 탈북민,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드러낸 착한 드라마 우영우. 뿌듯함을 남기고 종영했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두 아이가 꼭 봐야 한다고 해서 보게 된 드라마다. 1편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2편 보면서 울컥하면서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에 고마웠다. 착한 드라마였다. 기억 나는 대사를 찾아봤다.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 로스쿨 다닐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2022.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