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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화와 책

모범가족, 그 찌질함의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22. 8. 22.

제법 큰 계단식 강의실에서 영문학을 강의하는 교수 앞에 오십여 명의 학생 대부분은 집중하지 않고 다른 짓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졸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심지어 옆에 친구와 잡담까지 하고 있는데도 교수는 혼자서 중얼거리듯이 강의를 이어간다.

 

어느 날 강의도 똑같은 분위기였다. 교수 자신이 행한 범죄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던 중에 강의실 분위기를 보고 너무 화가 났는지 책을 집어 던지면서 모두 나가!”라면서 소리쳤다.

 

최근에 본 모범가족이라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정우가 연기하는 박동하 교수는 전임이 아닌 시간강사다. 전임교수 되기 위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못했고, 돈도 못 벌면서 교수들 비위 맞추느라 휴일도 반납하고 골프장 쫓아다니면서 수발들었다. 심지어 사립대학 교수임용 되고자 선배가 추천한 데로 뇌물을 주려고 아이 수술비까지 손을 댔다. 정말 찌질해서 화가 날 지경인 캐릭터다.

 

돈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내 보기에 교수라는 직업에 있다. 가족이 잘 되기 위해서 모범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전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교수라는 그 자리 자체가 욕심이 없었으면 인생이 그렇게 꼬이지 않았을 것이다.

 

넷플릭스 캡쳐라며 돌아 다니는 박동하(정우) 사진

 

이 자가 교수하고 싶은 근본적인 목적이 어디에 있는지 들여다보면 이상해진다. 대학 교수의 목적은 내 보기에 두 가지다. 학생을 위한 강의와 자기 전문 분야의 연구다. 화면상으로 학생들 강의는 최악 중의 최악이다. 연구는?

 

학교 선생이 되고 싶다는 청소년에게 물었다. ?, 교사가 되려고 하니?, 교육을 잘하고 싶어서? 그럼 꼭 학교가 아니어도 학교밖에서도 학생들 얼마든지 만나고 교육할 수도 있는데? 왜 학교에 가려고 하니? 대답은 다양하게 나온다.

 

교장 공모제를 통해 평교사에서 교장이 된 후 혁신학교를 훌륭하게 만들고 교장 임기 끝나자 다시 평교사로 돌아간 선생님의 기사를 읽었다. 제주 내부형교장 1, 몇 년 전 종달초 강순문 선생님의 기사 보면서 좋았다. 이런 분들이 있는가 하면, 최근 교장 공모제로 교장이 된 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교육청에 남는 사례들이 많아진다는 비판적인 기사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1년에 선생님들 중 6천여 명 넘는 분들이 명퇴를 신청한다는 통계를 봤다. 가장 힘겨운 일은 학생을 만나는 거라고 했다. 아이러니다. 교사의 본질은 학생에게 있는데 그 일이 싫어서 관료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소수라고 여긴다. 대부분의 현직 교사들은 학생들 만나면서 감사하고 감동한다.

 

그 일의 본질에 집중하는 일이 언제나 우리 삶에 가장 힘겨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번 어떠한 자리에 앉아 있건 그 공간에 가장 요체가 되는 것. 그곳에 무엇인지 들여다 봐야 한다. 자칫하면 그 어느 자리에 있건 정우가 연기한 박동하처럼 무능하고 찌질한 인간이 되고 만다. 최소한 찌질하게는 살지 말아야겠다.

 
 
- 공식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