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139 코모레비를 느낄 수 있는 한해이기를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도 매일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을 볼 수 있다. 햇살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삶의 충만한 기쁨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도쿄의 화장실 청소일을 하는 ‘히라야마’. 새벽에 일어나 양치하고 콧수염을 다듬고 세면을 한 후 집 앞에서 자판기 캔 커피를 뽑아서 작은 승합차를 타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도쿄의 공공 화장실로 향한다. 차 안에 카세트테이프로 오래전 팝송을 듣는다. 꼼꼼하게 화장실 청소를 하고 점심은 공원 한 곳 벤치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는다.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오후 청소까지 마치면 귀가 후 자전거를 타고 목욕탕을 향한다. 탕에서 몸을 풀고 나와 단골 식당에서 술 한잔을 마시고 밥을 먹는다. 그리고 집에 와서 헌책방에 산 책을 읽고 하루를 마감하고.. 2025. 1. 2. 사람을 사랑으로 만들 사람이 필요한 세상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삶’이라는 단어를 계속 보고 있으면 ‘사람’이 보인다. ‘사+ㄹㅁ=사람’이다. ‘살아감’을 계속 보고 있으면 사람 속에 ‘사+ㄹㅇㅏ=사랑’이 보인다. 내 눈이 어찌 됐는지 모른다만 한글 안에는 오묘한 그 무언가가 있다. 삶을 살아 내는 이들은 사람들이다. 그 살아감의 본질은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삶은 사람이고, 살아감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삶은 사람들의 관계로 형성되어 가고 그 관계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사랑’이다. 연인과의 사랑, 이웃의 사랑, 자녀, 부모에 사랑, 국민의 사랑, 팬의 사랑 등 그 모든 사랑이 우리네 살아가는 사람들 간 관계의 본질이다. 우연히 박 소장님 페북에 올라온 프롤로그 제목에 “사랑한다와 살아간다는 동의어다”라는 제목 보다가 생각이 많았다. 집에 오니 예약해 .. 2024. 11. 14. 인생은 시간에 의해 가 보지 못한 곳으로 끌려 가면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다가 인지하지 못한 채 어느 순간 지나가 버리는 ‘길’이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게 모두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 높은 곳에서 석양 보면 좋다. 하늘이 좋아서 사진 찍었는데 그 아래 많은 건물 중에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점 하나와 같이 작은 건물에 3층 세 들어 사는 ‘연구소와 달그락’만 보인다. 내 삶이 묻어 있는 곳이다. 가까운 곳에 교회 십자가도 커 보인다. 19살 처음 뽀뽀할 때 많은 소설책 읽으며 머리로만 상상하던 달콤한 키스는 없었다. 하늘 별빛만 보였고 갑작스러웠다. 첫사랑의 두근거림이 무언지 모른 채 청소년기가 지나가 버렸고, 청년기 열정만 넘치던 때 아무것도 모른 채 장년의 세계에 들어와서 아빠가 되어 버렸다. 인생은 시간에 의해 가 보지 못한 곳으로 끌려 가면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다가 인지하지 못한 채 어느 순간 지.. 2024. 9. 18. 삶을 이끌어 가는 힘은 어쩌면 관계하려는 외부 필요에 의해서일 수도 경상북도 구미에 다녀왔다. 구미는 수년 전 강의 하러 한번 다녀온 후 내 생애 두세 번째인가 싶다.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돈과 시간을 내어 느슨하게 모여 활동하는 ‘신화상전’. 장자에 나오는 말이라고 들었다.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서로 전해준다”라는 뜻이다. 분기별 정기모임과 특강이 열리고 매달 돌아가며 칼럼을 쓰는 등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 회비는 활동비로 사용하면서 사회적 활동을 하는 개인이나 민간 단체에 나눔도 하는 독특한 단체를 만났다. 오늘 구미에서 신화상전의 정기모임이 있었다. 도종환 시인(전 장관)의 가슴 울리는 강의도 들었다. 몇 달 전 지역 중학교 교장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개인 후원이 가능하다며 어떤 기관에 추천할 테니 인터뷰 한번 하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최 선생님은 지역.. 2024. 9. 8. 글쓰기의 이유, 잠이 안 올 때는 털 알러지 약을 먹어야 한다고? 잠이 안 올 때는 양을 떠올리며 숫자를 세라고 해서 열심히 셌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 그런데 요즘 너무 더운데 양털이 엄청나게 날린다는 글. 그래서 내가 잘 때 가끔 콜록거린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털 알러지라면서 내 걱정을 해주셨다. 불면증이 있는 나는 잠을 자기 위해서 털 알러지 약을 먹어야 했다. 그리고 양을 세면 잠이 잘 온다는 결론. 댓글 써 준 친구가 고마웠다. 그런데 어떤 분이 양털을 모두 깎아 버리라고도 했다. 그러면 양들이 덮치고 울타리 터진다면서 조심하라는 분도 계신다. 양털 깎는 전기 바리깡을 살지 잠시 고민했다.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 끝에 어떤 분은 배가 바다도 가고 산도 가니 얼마나 좋냐고 한 말이 기억났다. 이래저래 모두 맞는.. 2024. 8. 28. 이해관계가 비전인 사람들, 그 안에서 살아 가는 힘도 얻고... 정읍의 병원장, 기자, 교사 퇴직 후 지역 활동하시는 선생님, 전주를 거점으로 세무 회사에서 일하시는 분, 군산에 병원장과 나. 정읍에서 만나서 저녁 식사하고 차 마시면서 3시간여를 쉬지 않고 대화했다. 그래도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 분들이다. 오며 가며 이사장님과 2시간여를 티키타카 쉬지 않고 대화했다. 10년을 그렇게 자주 만났는데도 길청 이사장님과는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고 함께 할 일도 많다. 비전이 같아서다. 친구나 연인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쉬지 않고 할 수 있냐고 묻는다. 모르겠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이런 분들이다. 어떤 이해관계로 만나거나 정치적 관계로 누구를 위한 수단으로 만나지 않는다. 돈을 주고 고용하거나 고용 당하는 관계도 아니다. 우리 삶에 조금은 .. 2024. 8. 23. 삶으로 살아 내는 예배가 가능할까? 예배는 형식이 아니고 삶이라고 했다. 우물가에 힘겨워하는 여성에게 의식이나 절차(Rituial)가 아니고 진리 안에 있는 것이라고까지 설명해 줬다. 형식이 아니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성전이라고 하는 건물을 넘어선 이야기도 자주 했다. 아예 성전이 무너진다고까지 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2천 년 전에 말씀했는데 이전 나는 건물이 교회인 줄 알았다. 돈 많이 모아서 큰 건물 짓고 사람들 많이 모아 놓으면 부흥이라고 믿게 한 사람들을 만났었다. 커다란 콘크리트 건물에 십자가만 서 있는 교회. 어떻게든지 그 건물에 사람들을 데려다가 놓는 게 가장 중요한 사명이었다. 오래전이지만 그때를 돌아보면 내 삶이 얼마나 비루하고 창피한지 모른다. 삶으로 살아 낸다는 것은 가정과 직장, 지역, 지구촌.. 2024. 7. 14. 트럼프를 지지하는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믿을까?, 우리는? 나는 본질에 집중하나? “그(?)는 종교적 규율을 절대화하면서 정작 이 땅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을 외면하는 종교의 모습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또한 종교, 성별, 계층, 직업 등 모든 경계를 넘어서서 구체적인 일상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살아감의 철학'을 구성하는, 이 삶의 사랑, 환대, 연대, 책임의 가치를 제시한 존재였다. 그(?)는 제도로서의 '종교'가 아니라, 바로 ’삶'을 가르친 존재였다.” “기독교는 그(?)가 만든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는 그의 의도나 의지와는 전혀 상관 없이 만들어진 제도로서의 종교다.” 최근 재미있게 읽고 있는 강남순 교수의 철학자 예수>의 한 단락이다. 여기서 그(?)는 누구일까? 페친 중에 운전기사를 주업으로 하면서 목회를 하는 분이 계신다. 최근 이분 글 중.. 2024. 7. 10. 이전 1 2 3 4 ···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