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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인생은 시간에 의해 가 보지 못한 곳으로 끌려 가면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다가 인지하지 못한 채 어느 순간 지나가 버리는 ‘길’이다.

by 달그락달그락 2024. 9. 18.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게 모두 보이지 않는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 높은 곳에서 석양 보면 좋다. 하늘이 좋아서 사진 찍었는데 그 아래 많은 건물 중에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점 하나와 같이 작은 건물에 3층 세 들어 사는 연구소와 달그락만 보인다. 내 삶이 묻어 있는 곳이다. 가까운 곳에 교회 십자가도 커 보인다.

 

19살 처음 뽀뽀할 때 많은 소설책 읽으며 머리로만 상상하던 달콤한 키스는 없었다. 하늘 별빛만 보였고 갑작스러웠다. 첫사랑의 두근거림이 무언지 모른 채 청소년기가 지나가 버렸고, 청년기 열정만 넘치던 때 아무것도 모른 채 장년의 세계에 들어와서 아빠가 되어 버렸다.

 

인생은 시간에 의해 가 보지 못한 곳으로 끌려 가면서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다가 인지하지 못한 채 어느 순간 지나가 버리는 이다. 그렇게 가다가 어느 순간 죽음 앞에 선다. 인간이라는 모든 존재는 계획하지 않은 미지의 어떤 시간 속으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고 만다. 삶의 자연스러움이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승자라는 웃기는 말이 있다. 정말로 웃기는 헛(?)소리다. 계속해서 밀려가는 시간 속에서 그 마지막이 어딘지도 모른 채 과정이 생략된 시간이다. 지금 내가 보는 게 무엇인지 볼 일이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 내가 살아 내는 그 순간에 직면한 삶이 우선이다. 지금 웃어야 좋은 삶이다.

 

명절의 마지막 날이다. 추석 휴일 동안 책만 보려고 했는데 잘되지 않았다. 가족 예배드리고 어른 몇 분 인사드린 후 사람들 만나는 것은 멈췄다. 아이와 잠시 산책도 했으며, 어젯밤에는 드라마도 봤다. 어느 순간 추석도 지나갔다.

 

매번 시작되는 어떤 일정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곤 했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모든 시간이 특별해서다. 이 순간 살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얼마나 특별한지 모른다.

 

잘 산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겠다. 그저 그 순간을 특별히 여기면서 웃고 싶을 뿐이다. 쓰다 보니 10대 때 쓰던 일기처럼 되어 버렸다. 갖은 똥폼 잡고 세상 다 산 철학자처럼 학교에서 잠만 자고 밤에는 이상한 책 읽으며 일기장에는 왜 사는지 아나? 죽으려고.” 이딴 헛소리 지껄일 때였는데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는 게 그렇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