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는 이야기

붙잡고 씨름해야 할 문제

by 달그락달그락 2024. 10. 30.

 

 

너는 아침에 일어나면 날마다 즐겁고 좋니? 아니면 힘들고 지치니?”, 힘든데요.”, “그런 삶 속에서 가끔은 행복하고 즐겁지. 그게 우리네 인생 같아.”

 

가족 모임에서 아이와 나눈 대화 중.

 

삶은 힘들고 지치는 과정이 맞다. 가끔 평안함과 행복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생명이 붙어 있는 한 문제없는 삶에 대한 욕구나 갈망은 버려야 옳다. 우리 사회에서 문제없고 힘들지 않은 삶을 추구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 인생의 질문을 문제없는 삶으로 설정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답이 없는 질문이어서다.

 

삶의 질문은 내가 붙잡고 지니고 있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라고 설정해야 한다. 최소한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에서 집중하며 씨름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살피고 집중하는 일이다. 가족 모임 중에 읽은 책을 바탕으로 이런 이야기를 할 때였다. 매주 자신이 독서하며 줄 친 내용 설명한다. 두 아이도 함께한다. 좋은 일도 나누고 제안 사항도 나누고 결정한다.

 

각자 제안 사항 있으면 나누는 시간. 아이가 눈물 글썽이면서 친구가 영어학원 다녀요. 저는 고등학교 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영어단어도 더 외워야 하고 지금 수준보다 고등 영어 수준은 훨씬 높다고 해요자세히 듣다 보니 단짝 친구 따라 영어학원에 다니고 싶은 모양이다. 내가 사교육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것을 알고 있어서인지 돈이 많이 들고, 돈이 밉다는 등이상한 말을 돌려 하고 있었다.

 

막내는 자유인으로 공부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교에서 1, 2등 하는 큰아이는 자신이 매우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조금 충격이다. 매일 귀가하면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고 가끔 기타 치고, 주말이면 달그락에서 자치활도 열심히 하는 아이다. 2년 넘게 자치활동 하면서 발표력도 매우 좋아졌다. 교회에서도 작은 일이지만 봉사하는 아이다. 나름 청소년기 잘 보낸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너무 부족하고 불안하다면서 계속 자책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이게 뭔가 싶었다.

 

아이들이 듣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부모 말을 너무 잘 듣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학원이 문제라는 게 아니다. 무조건 학원에만 앉아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믿는 부모들의 잘못된 믿음과 교육관에 대한 어떤 불신을 설명한 거였는데, 아이는 내가 사교육(학원)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하면서도 불안해하는 그 마음이 누구와 정말 닮았다. 그 닮음이 정말 싫었는데 닮아 있다.

 

두 아이에게 시험공부 하라는 말을 해 본 적도 없고 성적표 나왔냐고 물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큰 아이는 왜 이렇게 열심히 성적에 목을 매는지 모르겠다. 막내처럼 하고 싶은 활동 하고 침대에 누워서 멍때리면서 아이 좋아라하는 모습이 좋아 보일 때 많았는데.

 

붙잡고 씨름해야 할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세상 모두 바꿀 것처럼 설레발치는 활동도 중요하고 씨름해야 하지만, 정작 내 안에 가장 가까운 이들의 문제가 커 보였다. 아이들의 문제, 기관에 선생님들의 문제 등 별생각 없이 넘겼던 사랑하는 이들의 그 문제 또한 씨름해야 할 일이다. 씨름뿐만 아니다. 가끔 태권도도 좀 하고 주짓수도 하고. 문제가 넘치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