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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화와 책

20세기 소녀, 지워지지 않는 그 때 그 사랑

by 달그락달그락 2022. 10. 29.

 

저녁에 20세기 소녀를 봤어. 스토리만 놓고 보면 너무 뻔한 영화여야 했는데 보다가 눈물이 흐르더라고. 10대의 첫사랑을 주제로 한 한국식 신파의 전형이었는데도 색감이 너무 아름다운 순정 만화 같았어.

 

화면에 색감이 너무 예쁜 그림책을 펼쳐 보는 것 같았어. 어릴 적 읽다가 엉엉 울었던 소나기도 생각이 났어.

 

보라와 연두는 완전히 대비되는 색이잖아. 보색대비라고 배운 색 같은데 둘은 절친이지. 운호를 중심에 둔 절친. 99년에 나온 드라마였던 것 같아.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가 당신을 부숴 버릴 거야라는 대사가 나왔고 그것을 보라가 그대로 읊더라고.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1999년 지구 멸망에 대한 이야기를 청소년들이 하는 데 좋았어.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입시를 만나면 항상 지구가 멸망하기를 바라거든.

 

 

이야기 중심에 정사라는 영화(비디오테이프)가 있어. 제목부터 18세 이상인데 이 영화와 매칭이 되는 거야. 정사는 동생과 결혼할 남자와 사랑하면서 절망으로 빠져 버리잖아. 이정재와 이미숙이 나오는 영화. 이런 비극적인 어른들의 사랑과 대비 되는데 20세기 소녀도 마지막에 아팠어.

 

나는 신파를 싫어한다고 여겼는데 이런 영화 보다 보면 가슴에 너무 쿵쾅거리고 눈물샘은 계속해서 흔들리고 말아.

 

보라와 연두, 운호와 현진, 10대인 이들이 만난 사랑과 우정은 짬뽕이 되어 버려. 그래도 이들 모두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 져서 좋았어. 사랑도 우정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우정 때문에 사랑을 저버리면서 그 아픔 그대로 간직하려다가 또 그 우정 때문에 사랑이 돌아오는 과정이 있어. 너무 예쁘잖아.

 

 

운호와 보라는 여전히 20세기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아. 하지만 20세기 운호는 자신을 보여 주고 떠나지. 그래서인가? “21세기에는 조금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어.”라는 보라의 말은 가슴이 살짝이 아팠어. 자신의 21세기 모습을 한 번도 운호에게 보여 주지 못한 거잖아.

 

21세기에도 20세기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보라. 그래서 더 절절한 10대 멜로 신파지만 아름다운 수채화 같은 순정만화틱한 신기하게 재미난 영화. 어설프지만 10대의 때에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는 절절한 사랑이 있는 나 같은 찌질이(?)들 보면 눈물 찔끔거릴 거라 확신하는 영화. 20세기 소녀. 추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