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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화와 책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뿌듯함을 남기고..

by 달그락달그락 2022. 8. 18.

저는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영우가 엄마인 태수미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서 전한 이야기다.

 

장애인과 노동자, 탈북민,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드러낸 착한 드라마 우영우. 뿌듯함을 남기고 종영했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두 아이가 꼭 봐야 한다고 해서 보게 된 드라마다. 1편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2편 보면서 울컥하면서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에 고마웠다. 착한 드라마였다. 기억 나는 대사를 찾아봤다.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 로스쿨 다닐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 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또 김밥이 나오면 나한테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영우가 친구인 수연에게 대학 때부터 자신을 돌보아 주었던 이야기를 해 주는데 괜스레 눈물이 고였어. 봄날의 햇살이라니. 세상에 친구에게 이런 표현을 하다니.

 

 

정명석 변호사가 얼간이(?) 동료 변호사에게 돈 되는 큰 고객 놓쳤다면서 모욕당한 후 영우가 수십억짜리 고객을 놓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정명석은... “아니, 이거 신입들이 사과할 일 아니야. 내 불찰이지. 이거 내 잘못도 맞고, , 나 지금 되게 쪽팔린 것도 맞는데, 그래도 '그깟 공익 사건', '그깟 탈북자 하나' 라고 생각하지 말자고. , 수십억짜리 사건처럼은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자고. 마저 먹어. 난 쪽팔려서 먼저 가야 돼.”라는 이 말 듣다가 또 울컥하고 말았어. 변호사 두 분이 떠올랐거든.

 

고래 사냥법 중 가장 유명한 건 새끼부터 죽이기야. 연약한 새끼에게 작살을 던져 새끼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위를 맴돌면, 어미는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대. 아파하는 새끼를 버리지 못하는 거야. 그때 최종 표적인 어미를 향해 두 번째 작살을 던지는 거지. 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새끼를 버리지 않으면 자기도 죽는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래도 끝까지 버리지 않아.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

 

자신을 버린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만날 수 없는 영우의 상처 있는 마음에 좋지 않았다.

 

이 드라마에 얽힌 뒷이야기.

 

박은빈의 연기는 탁월했다. 그녀를 섭외하기 위해서 제작진이 1년을 기다렸단다. 원래 2021년 방영될 방송이었는데 주연으로 낙점한 박은빈이 출연을 고사하였고 제작진은 1년을 더 기다려 박은빈을 다시 설득했다. 1년 기다린 제작진에 감동한 박은빈 출연을 결정해서 2022년 방송되었고, 2회 만에 완전 대박 드라마가 되었다.

 

 

대단한 것은 주연 한 명을 섭외하기 위해서 작가부터 감독까지 전 스텝이 계속해서 설득하며 기다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시청자들이 PPL 없는 청정 드라마로 좋았다고 호평했지만 실상 많은 기업에서 협찬을 거절했다. 그 이유가 신생 채널에 신인 작가, 거기에 장애인이 주인공이라는 설정 때문에 PPL 협찬을 하지 않았다는 것. 그런데 가히라는 회사에서 '우영우'의 제작 의도와 캐릭터 소개 자료를 읽고 작가의 전작을 살피고 출연자 면면을 직접 취재한 결과 협찬하게 되었단다. ‘가히라는 화장품 회사 비판하다가 이 소식 알려진 후 반전이 일어나 사람들이 가히 제품을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나.

 

드라마의 극본을 쓴 문지원 작가는 대학을 가지 않았고 고교를 중퇴한 후 서울의 하자작업장학교에서 영상을 공부하면서 단편영화를 연출하면서 성장한 작가다. 이미 여러 전작 중 2019년 영화 증인의 각본으로 장편영화에 데뷔했는데 이때에도 변호사와 자폐아가 나온다. 정우성 연기 가장 좋았다고 평론가들이 이야기했던 영화였는데 볼 만 했었다.

 

청소년활동, 시민사회 활동이 주된 일이다 보니 매회 이야기에 나오는 사례들과 해결하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싸움하고 있는 약자들이 눈에 보였다. 장애인, 어린이, 노약자, 노동자 등 그들의 삶을 이렇게 부드럽게 할 말 하면서 전개된 드라마는 오랜만이다. 작품성을 떠나서 마지막 영우가 한 말인 뿌듯함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표현이었다.

 

마지막 편 보면서 혼자서 소설 썼다. 정명석과 우영우하고 동업하면서 이준호가 사무장 하는 공익변호사사무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장애가 있는 영우는 앞으로도 뿔 고래처럼 살아가겠지만, 그 안에서 보통 고래 중 준호, 명석과 같은 착한 고래들과 어울리며 약자들과 함께 삶을 평생 살아냈으면 좋겠다. #영우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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