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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지리산 워크스테이, 사랑하는 사람을 더 생각나게 하는

by 달그락달그락 2022. 9. 25.

스크립트라는 것을 처음 써 본다. 지리산까지 와서 몇 가지 일 처리하고 밤마다 이걸 쓰고 있다. 탄자니아 공무원들과 청소년 전문가들 대상으로 청소년참여에 대해서 강의를 의뢰받았다. 두어 시간 영상 강의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수락했는데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주관기관에서 번역 때문에 스크립트를 요청한 것.

 

어찌 됐건 방금 일을 마쳤다. 기분이 홀가분. 이번 달은 시간이 정해진 기관 내 집중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곳에 올인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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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현지인(?)이 안내해 몇 곳을 다녀왔다. 휴게소에 차 놓고 노고단 올라가면 좋다고 했다. 산책할 곳을 안내해 달라고 했다. 그분 산책 코스로라면서 천천히 다녀오라고 해서 갔는데 나에게는 등산이었다. 어찌 됐건 역시나 산은 좋았다. 그냥 좋아. 하늘 보면 온몸이 포근해진다. 지리산의 그 어떤 기를 만났는지 가슴이 너무 편안해졌다. 모르겠다. 왜 그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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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네집에서의 잠도 오늘 밤이 마지막이다. 첫날 길 찾느라 애먹은 것은 머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사장님이 친동생 온 것처럼 너무 친절히 대해 주셨다. 비수기 밥도 안 해준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틀이나 아침, 저녁 식사를 정성스레 차려 주셨다. 더 해주고 싶었지만, 행사가 계속 있다고 했다. 면민 체육대회 한다면서 토요일 시간 되면 운동장에 점심 먹으러 오라고까지 하셨다. 인터넷 되는 방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원래 내가 예약했던 방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부터 순이네에서 유일하게 인터넷 되는 큰 방을 쓰게 해 주셨다. 비수기에 완전 특혜다. 좋은 분 만나서 황토집에서 너무 편안했다.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는 이번 해 두 번째 방문이다. 인구소멸지역 청소년정책에 대해서 연구 중인데 사례 모아 보려고 지역 분들 만나기 위해서 아신 선생님에게 부탁했었다. 지리산 인근에 5개 권역에 청소년활동가 분들 찾아뵙고, 깊은 이야기도 나누었다. 지리산살롱에서 청소년 공간이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지역 분들 대상으로 강의도 했었다. 이후 워크스테이 즉 일하는 공간을 이곳 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신청했는데 받아 주어서 며칠간 들썩에서 활동 이어나갔다. 군산 사무실과 지역에서 일하는 것과 이곳에서의 일의 차이는 딱 한 가지가 달랐다. 지역에 이웃과 시민들 모임 진행과 직접적인 만남을 못 한다는 것 제외하고는 일이 너무 많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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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바뀌니 생각이 조용해졌다. 조용해졌다는 표현이 맞다. 사무실 두 곳 오며 가며 선생님들 만나면서 관여하는 일이 잦은데 그것도 사라졌다. 온전히 그들이 전해 주는 이야기에만 피드백하는 나를 보게 된다. 휴일 뱀사골 주변과 노고단 주변을 짧은 시간 산책하면서 또 다른 하늘을 만났다. 실상사에 생명평화 글을 보면서 괜히 예전 생각에 울컥했고, 유성식당에 김치찌개 먹다가 허기는 고기로 피로는 술로라는 문장에 킥킥댔다.

 

11시가 다 되어 간다. 일정 살피다가 곧 10월이 된다는 것을 알고 기분이 좋아졌다. 앞으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갈 일 때문이다. 아니다. 일보다는 사람들이 먼저 보였다. 그 사람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하는 활동에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활동도 있고 연구도 있다. 모두가 사람이 근본이다. 내 사랑하는 사람들.

 

밤마다 강의 스크립트 쓰다가 마지막에 옮겨 놓은 주절거리는 레퍼토리가 지금 이 밤에 기분과 딱 맞다.

 

사람이 행복하게 잘 살아간다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겁니다. 상상해 보세요. 내일 출근해서 또는 학교에 가서 만나는 모든 이들이 나를 사랑해 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해 보면 얼마가 가슴 벅찬 행복이 올라오는지.”

 

이 글 올려놓고 어제 사다 놓고 마실까 말까 고민한 막걸리나 한잔 마시고 책이나 뒤적이다가 누워야겠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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