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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282

따로 또 함께한 서울 지난달 국회에서 발표하기로 약속했었던 중요한 간담회가 있었다. 큰아이가 그 주 토요일에 ‘루시’라는 아이돌 밴드 공연가야 한다고 몇 달 전부터 졸랐었다. 일정이 맞아서 같이 가기로 하다가 가족여행이 되었다. 국회 간담회 마치고 숙소인 서울에 예약한 유스호스텔로 이동 후 근처에서 저녁 식사했다. 다음날 막내가 빵 만드는 물품들 보고 싶다고 해서 방산시장에 갔다. 벽지부터 해서 다양한 물품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시장 같았다. 그 안에 쿠킹 관련 물품만 따로 파는 곳들이 있었다. 아이가 원하는 곳에 들어가 몇 가지 빵 식자재와 물품을 샀다. 쏘쏘한 베이킹도 찾아갔다. 초등 6학년인 막내는 빵, 쿠키를 집에서 열심히 만들어 내는데 이 모든 기술은 유튜브와 인터넷 등의 자료를 찾아서 본 것이었고 그 중 쏘쏘한 .. 2023. 1. 30.
거실에 주인으로 있어야 할 것, 그리고 명절이면 생기는 공간의 숨 거실에 소파도 없고 티브이도 없다. 양쪽 벽에 책장을 만들어 붙였고 그 앞에 가족 개인 책상이 있다. 거실이 가족 모임 장소이자 도서관이자 일터이고 일시 쉼터다. 작은 아파트여서 개인 서재 갖기도 어렵다. 두 아이 독서 습관 길러 주는 방법은 함께 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했다. 거실 내 책상에서 책 볼 때도 많지만 대부분 노트북에 뭘 쓰고 정리하는 게 일이다. 유치원 다닐 때 아이들이 그린 아빠 모습은 항상 노트북과 결합 된 이상한 모습이었다. 퇴근 후 거실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은 거의 습관이 되었다. 막내 초등 2학년 때인가 베란다 쪽에 자기 사무실이라고 하더니 어느 순간 거실 자기 책상에 ‘다인 사무소’라고 커다랗게 쓴 글을 붙여 놓았다. 거실 거의 1/4은 이 친구 공간처럼 보인다. 남.. 2023. 1. 21.
습관화의 오류 중학생 아이가 루시라는 아이돌 밴드를 좋아한다. 지난주 알았다. 1월 말에 콘서트가 있는데 오늘 밤 8시에 티켓팅 한다며 한참 전부터 노트북을 노려보고 있다. 정말 열심히 클릭했는데 잘 안된 모양이다. 이후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친구들과 대화하고 계속해서 티켓팅 시도하더니 12시가 다 되어서 누군가 취소한 티켓 한 장을 예매하게 됐다. 그것도 2층인가 3층 한쪽 구석이다. 티켓 한 장에 얼마나 기뻐하고 좋아하는지 모른다. 원래가 조용히 책상에만 앉아서 자기 공부만 하는 아이인데 나에게 말을 걸며 흥분상태다. 거실에 책상에서 작업하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쫑알거리다가 방금 침실에 들었다. 블로깅 한 글은 꾸준히 카카오스토리에 링크 걸어 놓는다. 카스는 거의 확인하지 않는데 요즘 들어 어떤 일인지 친구들이.. 2023. 1. 10.
글, 삶, 자연.. 생명 그대로 살고 싶어 “나에게 행복은 완벽한 글 하나를 쓰는 거야. 그런데 그게 안 되는 거지. 그러니까 계속 쓰는 것이고. 그런데 알고 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글은 실패한 글이라네.” 지난해 돌아가신 이어령 선생님의 말이다. 글은 갈증이고 쾌락이지만 고통이라고 했다. 과정이지 결말이 없이 계속해서 할 수밖에 없는 가장 소중한 일 중 하나인 것 같아. 완벽한 글은 없다. 완벽한 삶도 없어. 어쩌면 글쓰기가 삶과 같은 건지도 몰라. 생각과 사람, 자연과 그 무수한 어떤 가치들이 얽혀서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삶에서 집중하는 것, 어떤 지점에 꽂혀서 살 뿐 완성된 삶이란 이미 존재하기 어려운 것 같아. 글도 그렇지. 어떠한 작가든 자기 작품에 완전히 만족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우리네 인간사 완성된 삶을 살았다고 인정.. 2023. 1. 3.
새해에는 감자자루를 태우고, 사랑하고 사랑 받는 한해가 되시길. 스승에게 제자가 용서할 수 없는 자들이 많다면서 어찌해야 하는지 묻는다. 스승은 제자에게 감자와 자루를 가져오라고 하고, 감자에 네가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름을 한 명씩 새겨서 자루에 넣으라고 했다. 스승은 제자에게 어디를 가든지 그 자루를 들고 다니라고 했다. 제자가 자루를 들었다. 처음에는 그리 무겁지 않았지만 계속 들고 다니다 보니 무거워졌고, 일주일 정도 지나니 이름 새긴 감자의 부위가 썩어가면서 악취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자루를 버리지 못한다. 무겁고 힘겨운데 악취까지 풍기는 자루를 끝까지 붙잡고 있는 제자. 지난해 오늘 ‘용서’라는 주제로 송구영신 예배에서 목사님이 예화로 꺼낸 이야기다. 용서하지 않고 미워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나 자신이 힘들어진다는 일이 주제다. 몇 주전 후배가 책.. 2023. 1. 1.
약자도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이길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쌍용차 노조 30억원 배상 청구 소송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늦게나마 다행이지만 이미 30명의 해고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삼성 계열사에서 일하다 죽은 직업병 환자가 118명을 넘어섰지만, 가해자들은 아주 ‘건강하게’ 살아 있다. 하루 2~3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전세계 산재사망률 부동의 1위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나라에서 가해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없애달라 비싼 양주잔을 돌리고, 정치가들은 이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고 있다. 기억하라! 이들은 모두 살아 있는 자들이다.” 며칠 전 한겨레에 실린 신영전 교수님의 칼럼 중 일부다. 일하러 나갔다가 매일 돌아 오지 못하는 노동자의 수가 작게는 2, 3명에서 많게는 6, 7명까지.. 2022. 12. 24.
가장 소중한 일 7시에 번쩍 눈이 떠졌다. 아이들 밥 먹여야 한다. 어제 마트 가서 산 식품 중 일단 식빵을 꺼냈다. 프라이팬에 적당히 구우려고 했는데 큰 애가 나와 보더니 버터 넣으라고 했다. 언능 냉장고 열어서 버터 찾아서 포장지 벗겨 수저로 떠서 프라이팬에 넣었다.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코옥 찌른다. 바로 식빵 투척. 나와 닮은 네모난 녀석이 노릿한 색을 넘어 조금 까매지려고 한다. 얼른 꺼내고 달걀 후라이 세 개 했고 바나나 식탁에 올리고 우유를 컵에 따랐다. 사과잼하고 이름도 생소한 누텔라를 꺼내 놓으니 그래도 식탁에 뭔가 있어 보였다. 아침은 해결했고 설거지 후다닥 해치웠다. 아이들 차에 태워 학교에 보내고 사무실로 바로 나왔다. 커피를 내리지 못해서 근처 프랜차이즈 커피를 받아 온 것 빼고는 아침은 좋았다... 2022. 11. 16.
내장산에 하늘은 높았고, 그 안에서 삶의 중심을 다시 봤어.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 9시부터 시작한 청글넷 공저프로젝트 TF 회의. 한 분은 퇴근하면서, 한 분은 상갓집 다녀오면서 차 안에서 접속했고, 한 분은 아이 음식 해주면서도 접속하며 깊은 이야기 나누었다. 일곱 분 모두 현장에서 열심히도 활동하는 분들. 12월 안에는 청소년활동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선생님들의 ‘날 것’ 가득한 ‘진정성’ 넘치는 책이 출판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괜히 설렌다. 종일 머리가 지끈거렸는데 뇌가 조용해졌다. 나는 활동해야 산다. 휴일 머리가 아파서 오전에 내장산으로 향했다. 요즘 정읍에 자주 간다. 하늘은 높았고 가을이 가을이라고 친절히 알려 주는 날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사람 이야기. 좋은 이야기도 있었지만, 어려움과 상처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 2022.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