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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습관화의 오류

by 달그락달그락 2023. 1. 10.

이 글과는 별 관계가 없는... ㅠㅜ

 

중학생 아이가 루시라는 아이돌 밴드를 좋아한다. 지난주 알았다. 1월 말에 콘서트가 있는데 오늘 밤 8시에 티켓팅 한다며 한참 전부터 노트북을 노려보고 있다. 정말 열심히 클릭했는데 잘 안된 모양이다. 이후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친구들과 대화하고 계속해서 티켓팅 시도하더니 12시가 다 되어서 누군가 취소한 티켓 한 장을 예매하게 됐다. 그것도 2층인가 3층 한쪽 구석이다.

 

티켓 한 장에 얼마나 기뻐하고 좋아하는지 모른다. 원래가 조용히 책상에만 앉아서 자기 공부만 하는 아이인데 나에게 말을 걸며 흥분상태다. 거실에 책상에서 작업하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쫑알거리다가 방금 침실에 들었다.

 

블로깅 한 글은 꾸준히 카카오스토리에 링크 걸어 놓는다. 카스는 거의 확인하지 않는데 요즘 들어 어떤 일인지 친구들이 조금 많아졌다. 중장년층이 대부분인데 친구 관계 좋은 분들은 모두 시인 같다.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데 온통 작가인 듯한 포스다. 대부분 시와 소설이 많고 사진은 산과 꽃, 나무 그리고 어디서 퍼왔는지도 모르는 여러 글과 그림들이 난무한다. ‘좋아요100개는 기본이고 어떤 분은 천 개도 넘는 분들도 간혹 눈에 띈다. 신기했다. 여기 알고리즘은 잘 모르겠다만 카스에서 활동하는 중장년층들이 좋아하고 함께 하는 관계를 보면서 계속 신기해하는 중이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취향이 바뀌는 것 같다. 10, 20대에 나는 집을 나가는 것 그 자체만으로 흥분됐고 기분 좋았다. 언제나 친구들이 있었고 무슨 일을 해도 새로웠다. 그런데 지금은 집을 나가도 흥분은커녕 재미가 없다. 가끔 즐거운 일은 내 철학에 맞는 어떤 가치 있는 일에 몰입되어 있거나, 운영하는 기관에 청소년이 선생님들의 긍정적인 사례를 만날 때 정도? 아무튼 어떤 재미있는 일을 찾는 게 이전만 못 한 것은 확실하다.

 

심리학에서 습관화라는 게 있다. 자주 할수록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힘을 발휘하는 녀석이다. 어떤 일이든 처음 할 때 느꼈던 짜릿함은 곧 사라지고 만다. 역설적으로 짜증 나고 지루한 일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불편한 자극은 줄어든다.

 

그래서인가? 최근 읽고 있는 책 중에 <마음의 법칙>에서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고 신나는 일일수록 한 번에 오래 지속하기보다는 간격을 두고 자주 끊어서 한다고 했다. 습관화로 인한 무뎌짐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가를 길게 가는 것보다는 휴가를 자주 가서 휴가 첫날을 많이 만드는 게 현명하단다. 그러니까 부담스러운 일을 할 때는 될 수 있는 한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습관화 활용 전략이라나?

 

아이가 아이돌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무조건 티켓팅을 해주고 서울이건 부산이건 무조건 따라다니면서 습관화 되도록 해야지. 혹여 게임에 빠지면 잠을 못 자게 하고 죽어라 게임만 하도록 해야 할까 보다. 나는? 휴가도 안 가고 매일 청소년활동만 하는 데 습관화 되어 질릴 때도 됐건만 이거 빼고는 별 재미가 없으니? 뭐가 잘못 돼도 한 참 잘 못 됐다.

 

어찌 됐든 이번 해는 즐거운 일을 찾아봐야겠다.

 

루시는 뤽베송의 영화인 줄만 알았는데, 밴드였다. 1월 말에 국회 청소년 관련 토론회 발표할 게 있어서 아이 데려가려고 했는데 오히려 내가 루시 콘서트 끌려 가게 생겼다. 이런...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