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는 이야기

따로 또 함께한 서울

by 달그락달그락 2023. 1. 30.

지난달 국회에서 발표하기로 약속했었던 중요한 간담회가 있었다. 큰아이가 그 주 토요일에 루시라는 아이돌 밴드 공연가야 한다고 몇 달 전부터 졸랐었다. 일정이 맞아서 같이 가기로 하다가 가족여행이 되었다.

 

국회 간담회 마치고 숙소인 서울에 예약한 유스호스텔로 이동 후 근처에서 저녁 식사했다. 다음날 막내가 빵 만드는 물품들 보고 싶다고 해서 방산시장에 갔다. 벽지부터 해서 다양한 물품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시장 같았다. 그 안에 쿠킹 관련 물품만 따로 파는 곳들이 있었다. 아이가 원하는 곳에 들어가 몇 가지 빵 식자재와 물품을 샀다.

 

0123
쏘쏘한 베이킹

 

쏘쏘한 베이킹도 찾아갔다. 초등 6학년인 막내는 빵, 쿠키를 집에서 열심히 만들어 내는데 이 모든 기술은 유튜브와 인터넷 등의 자료를 찾아서 본 것이었고 그 중 쏘쏘한 베이킹 유튜브 방송은 이 친구에게는 빵의 성지 같은 곳이었다. 꼭 가보고 싶다고 해서 갔는데 테이블 한두 개 놓여 있는 작은 빵집이었다. 막내가 너무 좋아하는 그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01234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이후 코엑스로 이동 별마당 도서관에 갔다. 이곳은 중학생인 큰아이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이 친구 때문에 코엑스에 이런 커다란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온통 쇼핑몰에 도서관이 중심(?)을 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있었다.

 

 

서울N타워 야경 시작 즈음

 

저녁 시간에는 남산으로 이동했다. 언제부터인가 야경을 보고 싶었다.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서울을 많이도 다녀가는 곳이지만 대부분 회의실이나 강연장에서 일정 마치며 부랴부랴 귀가하기 바빴다. 아이들에게 서울 야경도 보여주고 잠시 걷자고 안내했다.

 

0123456
N서울타워, 야경

 

문제는 갑자기 한파가 밀려온 것. 이번 겨울 중 가장 추운 날이었지만 계획대로 남산에 갔다. 명동역에서 내려서 걸어서 남산터널 옆에 엘리베이터 비슷한 것을 타고 내려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N서울타워에서 엘리베이터를 통해 꼭대기에 가서 서울의 야경을 보게 됐다.

 

우리나라 인구의 1/5이 살고 있는 서울에 반짝이는 야경이 눈으로는 아름다웠는데 가슴으로는 괜스레 슬퍼 보였다. 한 바퀴 돌면서 한참을 보았는데 좋았다.

 

012345678910
DDP, 동대문디지탈플라자

 

다음 날 동대문으로 이동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이곳도 관광 명소라고 했다. 이곳은 아내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이었다. 아트홀, 뮤지엄, 디자인 랩 등의 공간으로 이루어졌다. 건축 투어가 몇 달 동안 진행 중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생활이 바뀌어 가는 가운데 디자인과 건축에 상당한 변화를 엿볼 수 있었다.

 

KBS 아레나홀로 이동했다. 큰아이가 좋아하는 루시라는 아이돌 밴드의 공연. 아이를 홀 입구까지 바래다주면서 장소 안내해 주고 늦은 점심을 함께했다. 큰아이가 인스타에서 만난 왈왈이(루시 펜클럽 이름) 중 친구를 만나서 함께 입장하기로 했다면서 5시에 시작되는 공연인데도 3시 전에 나갔다. 너무 추운 날인데 중학생인 큰아이의 들뜬 얼굴은 밝기만 했다.

 

23일 간의 서울 여행. 몇 가지 우여곡절 있었지만 추억이었다. 한 두 가지 살짝이 갈등도 있었지만 잘 풀려서 좋았다.

 

3일간의 서울 여행 일정 만들면서 각자가 좋아하는 곳을 찾아서 그 이유와 장소 그리고 지하철 등 교통편 메모해서 가족 톡방에 안내받았다. 모두 취합했고 거리를 중심으로 적당하게 일정을 만들었다. 일방적으로 내 주관으로 만들어 가는 것보다는 아이들 의견을 충분히 들어 보는 게 좋았다.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이유를 나누면서 관심사도 알 수 있었다.

 

누구 하나 크게 불평하지 않고 조금씩 배려하며 따로가고 싶은 곳으로 함께 이동하면서 같이를 가치로서 충분히 알게 됐다.

 

이동하면서 알게 됐다. 5년 전 가족과 제주 여행 간 이후 처음이라는 것을. 일 년에 휴가를 거의 쓰지 않았다는 것도 생각이 났다. 지난해 이틀인가 아파서 병원 다니면서 쉰 게 전부였다.

 

누구 신경 쓸 게 아니다. 아빠로서 아이들과의 추억은 나만 만들 수 있다. 우선순위로 시간을 내고 움직여야겠다. 뭐가 바쁘더라도 그렇게 움직이면서 행하는 일이 맞다.

 

서울을 중심으로 여행 다닐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일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지역이었는데 여행지라니.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