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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거실에 주인으로 있어야 할 것, 그리고 명절이면 생기는 공간의 숨

by 달그락달그락 2023. 1. 21.

막내가 서 있으라고 해서 한장.. 찰칵.. ㅎ

거실에 소파도 없고 티브이도 없다. 양쪽 벽에 책장을 만들어 붙였고 그 앞에 가족 개인 책상이 있다. 거실이 가족 모임 장소이자 도서관이자 일터이고 일시 쉼터다. 작은 아파트여서 개인 서재 갖기도 어렵다. 두 아이 독서 습관 길러 주는 방법은 함께 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했다. 거실 내 책상에서 책 볼 때도 많지만 대부분 노트북에 뭘 쓰고 정리하는 게 일이다. 유치원 다닐 때 아이들이 그린 아빠 모습은 항상 노트북과 결합 된 이상한 모습이었다.

 

퇴근 후 거실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은 거의 습관이 되었다. 막내 초등 2학년 때인가 베란다 쪽에 자기 사무실이라고 하더니 어느 순간 거실 자기 책상에 다인 사무소라고 커다랗게 쓴 글을 붙여 놓았다. 거실 거의 1/4은 이 친구 공간처럼 보인다. 남이 보면 웃겠지만 아이는 해맑다.

 

큰 애는 중학생 되면서 자기 방으로 책상 가지고 들어갔다.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거의 매일 늦은 밤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내 책상에 앉는다. 노트북 켜고 밀린 작업(?)도 하고 음악도 듣는다. 큰아이는 자기 공부한다며 초집중인데 나는 장난도 걸고 가끔 봐야 할 영상도 뒤져 보고 원고도 쓰니 집중이 안 되는 모양이다. 어찌 됐건 앞으로도 거실은 따로 또 같이함께 존재하는 가족 전체의 공간으로 이용될 것 같다.

 

따로 무엇을 하고 있더라도 한 공간에 있을 때 갖는 특별한 느낌이 있다. 옆에 있으면서 살짝 들여다보고 서로 잠시 눈빛 교환하고 웃을 수도 있고, 책 그만 보고 다른 거 하라고 장난도 칠 수 있다. 특별하게 무엇을 같이 하지 않아도 그저 한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면서 편하게 갖는 관계의 자리가 나는 좋다.

 

달그락과 연구소에 사무실도 그렇다. 선생님들과 함께 있을 때 가끔 떠들어 대는 것은 주로 나다. 장난도 걸고 이런저런 말도 안 되는 대화로 웃기려고도 하지만 잘 안된다(가끔은 샘들이 웃는다). 공간에 함께 하면서 만들어지는 그 같은 느낌을 안다. 이전 프리랜서 하면서 하루에도 두세 지역을 옮겨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났었다. 민간, 공공기관, 시설, 단체 등의 건물에 들어가서 사무실이나 강연장 등의 공간에서 만난 그 순간의 민감한 느낌이 모두 달랐다.

 

명절이다. 사람들 이야기 듣자면 이 있을지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오는지 모른다. 모두가 다른 날이다. 명절에 만나는 사람들 각자가 존중받고 타자인 그 어떤 한 사람을 존중하면 좋겠다. 공간에서 나이나 돈 또는 그 어떤 위치를 중심으로 무법자처럼 구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후배들 중에 결혼 안 하고 혼자 사는 친구들이 있다. 명절에 가족과 어울리는 이도 있지만 매번 외국으로 여행 가는 친구도 있다. 큰집 등 의례 가야 하는 친척 집에 모두 가기도 하지만 요즘은 혼자서 보내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사람을 만나고 함께 하는 공간에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관계의 질이 긍정적이고 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방법은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것. 그 이상 없다. 무언가 개도하고 관리하려는 이들이 가장 큰 문제다. 책임지려고도 안 하는데 어쩜 그리 충고는 잘 하는지 모른다. 그들이 충고가 옳지 않음에도 강요하는 은 그만둬야 한다. 최소한 명절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간에라도 존중하면 좋겠다.

 

1시가 다 되는 이 시간에 막내는 내 뒤에 자기 책상에서 스티커 모음 정리한다면서 열심히 작업 중이고, 큰 애는 자기 방에서 조용히 기타 치고 있고 한 분은 빨래 댄다면서 안방에서 티브이 보다가 주무시는 중인 듯. 나는 뭐하냐고? 그냥. 멍하게 이 글을 끄적이는 중임.

 

.. 그리고 우리우리 설날입니다. 모두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