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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얼룩소와 돈

by 달그락달그락 2023. 2. 10.

최근 페북에 토론 중 내 눈에 핫 했던 주제 하나가 얼룩소였다.

 

일주에 5,000자 내외의 글 한 편 쓰면 2, 300만 원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편에 백여만 원이면 한 달에 글 네 편 쓰고 4, 5백만 원 버는 셈. 페북에서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을 스카웃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제 이곳에서는 좋은 글 못 볼 것 같다는 주장까지 많은 이야기가 쏟아졌다.

 

관련 글 읽다가 알게 된 건 얼룩에서 첫 주 기획서 300여 건 들어와서 4명 선정됐고 처음 선정된 분들에게 100만 원 지급 후, 이후 글 쓰면 클릭 수 등 개인기에 따라 돈을 받는다는 것 정도다. 그러니 주당 한편 쓰면 백만 원 받는다는 소리는 소문으로만 돈 것 같다. 물론 이 내용도 확실하지 않다. 내가 직접 확인 한 것은 아니니.

 

 

종일 책상에 앉아 있었더니 멍하다. 저녁에 일정 마치고 또 책상에 앉았다. 이번 주 마감 안 하면 문제 생기는 일이 있어서다. 고개 들어보니 읽다가 던져 놓은 책꽂이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 블로그 통해 구글 애드센스로 돈 번다는 책. 이 책 읽다가 얼마나 가슴이 콩콩 뛰었는지 그때 생각하니 웃긴다.

 

하루에 글 몇 편 쓰고 잘 안내해서 광고 붙여 지속적으로 수익이 날 거라는 글이 있었고 책까지 읽게 된 것. 블로그(티스토리)에 애드센스 탑재하고 집중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들었다. 찾아보니 실제 돈 버는 분들이 있었다. 이전 파워블로거라고 하는 분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띠고 있었다.

 

나는 가능한가? 글빨(?)은 그만큼 되나? 한 영역이나 관심 있는 사람을 넘어서 모든 대중이 이해하고 좋아할 만한 글은 또 다른 전문성이다. 그만큼의 능력은 고사하고 그 정도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까?

 

자세히 살피니 클릭 수 늘리기 위해서 콘텐츠 생산뿐만 아니라 주변에 수많은 블로그 다니면서 인사하고 댓글 달고 하트 누르는 분들이 계셨다. 글의 질도 중요했으나 더 중요한 정보의 양과 관계 맺기도 중요했다. 정말 엄청난 중노동(?)을 하는 분들이었다.

 

책 읽고 블로그 생태나 흐름을 조금은 알게 되었는데 정작 내가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고 우선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다.

 

지금 진행하는 청소년활동이 너무 많다. 운영하는 연구소와 달그락, 길청 등에 산적된 일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가능한가? 거기에 네트워크로 엮인 여러 일들 생각하면 벌써 머리가 지끈거린다. 삶을 걸고 행하는 활동을 줄이면서까지 할 만한 일인가? 단언하건대 그렇지 않다.

 

내 하는 SNS를 포함한 소셜미디어 대부분은 현장 활동에 대한 내용을 안내하면서 삶을 나누는 공간이다. 삶과 활동의 일부분이지 돈 버는 공간으로 치부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돈이 벌리는 양태를 따라갈 이유도 없다.

 

어디에서나 돈 번다는 것은 그만큼의 노동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사이고 국회의원 아빠를 만나면 대리로 퇴직해도 50억 번다. 이런 사람은 곽씨 한 명뿐이니 열외로 치자), 또 이런 이 정도의 돈을 벌기 위해서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하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다. 시간 대비 효율이 너무 낮다.

 

오래 전 지인 중 신뢰하는 학원장님 계셨다. 순수하게 아이들 교육하면서 신앙적인 삶을 사시는 분이었다. 서른 되기 전인가? 그 나이 언저리쯤 그분이 찾아오셔서 나를 성공시켜 주겠다고 말씀하시면서 요즘 말로 다단계로 알려진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가져오셨다. 지금도 이 기업은 이 분야 톱이다.

 

당시 청소년들과 깊은 유대 관계 맺으면서 집중할 때였다. 민간단체여서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조직하고 관계하는 청소년은 너무나 많았고, 그 중심에서 많이도 치열하게 살 때다. 원장님은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나를 돈 많이 벌도록 돕고 성공시켜 주겠다고 했다.

 

아직도 기억하는 토요일 오후. 청소년들과 활동하며 모임하고 있었는데 그분이 같이 갈 때가 있다면서 무작정 기다리셨다. 괜찮다고 했는데도 주차장에서 근 5시간 가까이 차에서 기다리셨던 것 같다. 정말 미안해서 차에 올랐다.

 

전주에 어떤 호텔에서 성대하게 파티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 주된 내용은 등급별로 무대에 올라가서 자신이 돈을 많이 번 성공 이야기를 해 주었다. 교회에 간증 같았다. 그리고 꼭 자기 위에 있는(등급의) 사람을 존경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회사에서 호칭하는 등급이 있었다.

 

영상도 보여 줬는데 아직도 기억이 난다. 커다란 유람선에 멋진 슈트와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이 포도주잔을 기울이면서 불빛 찬란한 도시에 강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이 회사에서 이런 여행도 보내 준다는 거였다. 발표자들은 이 여행을 자신도 가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렇게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하나? 일단 자신이 이 회사의 물건을 사고, 주변 지인들에게 안내해서 관련 물건 많이 팔면서 요즘 말로 팔로워를 많이 늘리면 성공한다는 논리였다. 매달 나오는 돈이 자신이 죽어도 후대까지 이어진다는 말도 거들었다. 꾸준히 좋은 물건도 팔고 나도 사다 쓰면 이렇게 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성격상 무슨 일을 그냥 시작하지 않았고 관련한 여러 권의 책도 읽어 봤는데 그럴듯해 보였다. 그리고 열심히 하면 이분들 말대로 돈이 벌릴 것도 같았다. 그리고 그 돈으로 청소년활동 더 많이 하고 지역에 어려운 아이들도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만약 그 사업을 뛰어들면 그때 내가 하던 일의 수준으로 활동에 집중할 수 없었다. 당시 가난했지만 집중하고 있는 청소년들과의 관계나 조직, 지원 등 여러 활동을 생각하면서 고민이 많아졌다. 이분들이 말하는 수준에 성공하기 위해서는(최소한 꾸준히 월 2, 3백만 원 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로 판단이 되었다.

 

이런 사업이 좋고 나쁘고를 판단할 수 없다. 우리 사회 상당수는 돈 벌려고 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곳에 비전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분들도 계시고, 함께 하는 분들과 비전을 나누고 서로 의지하는 공동체까지 만들어 가는 분들도 계셨다. 그들이 꿈꾸는 나름에 일도 있었다. 그곳에서 판매하는 물건도 모두 좋은 제품이었으니 사업의 참여를 위한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나를 돕겠다고 하셨던 학원장님은 돈을 벌어 어려운 이들을 돕는 센터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고, 이미 청소년 만나면서 몰방(?)하는 내 모습 보면서 돕겠다는 의지도 있었던 좋은 분이셨다. 다만 이분이 생각한 수준에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내가 영업하면서 물건 팔고 팔로워 늘려야 하는데, 그 순간 지금 집중해야 하는 청소년지원이나 활동, 지역 일은 완전 줄어들거나 하지 못하게 된다.

 

이 일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본령인 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다. 나중에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중에? 나에게 나중이 있을까?

 

정작 내가 집중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않을 때 어떤 삶이 될 것인지 생각이 많아졌다.

 

또 한 가지는 혹하는 내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돈에 대한 집착도 보였고 일하면서 부업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짧게 살아오면서 한가지 깨달은 게 있다. 그것은 거저먹는 것은 없다는 것(가끔 신문에 나는 사람은 있다). 어떤 일이건 그만큼의 땀과 노력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보상이 있을 뿐이다.

 

땀 흘리지 않는 빵은 먹을 일도 아니고 먹어서도 안 되고 먹을 수도 없다는 게 지론이다. 반드시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일찍 철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 수준은 그때에도 알았다. 결국 원장님께 정중히 말씀드리고 안 하겠다고 했다.

 

얼룩소를 하면서 자신의 멋진 글을 쓰고 그만큼의 대가를 받는 일은 좋은 일이다. 글 쓰는 사람들이 얼만큼의 노력을 하는지 써 본 사람만 안다. 특히 우리 사회가 다른 선진국이라는 나라에 비해 글 값이 형편없다는 것도 안다. 나름 유명 작가들도 글로만 먹고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연도 해야 하고 여러 프로그램 해야 입에 풀칠할 정도가 된다는 하소연 넘친다.

 

정혜승 대표가 설립에 참여하고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거금을 투자, 천관율 전 시사IN 기자가 에디터로 합류하면서 시선을 끈 얼룩소.

 

얼룩소는 사회적 의제에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론장을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미디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다만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곳에서도 극소수의 사람들만 수십만 원 내외의 원고료를 받게 되고, 또한 원래의 목적처럼 다양한 의견이 가능하겠느냐는 것. 더불어 성장 가능성 있는 사람들의 글은 진입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과 유료화에 따른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까지 제기 중이다. 그래도 그 안에서 열심히 해서 목적을 이루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어떠한 일이건 그 이유가 있다.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나도 매일 한 꼭지는 습관처럼 이곳에 올리고 반응을 살핀다. 대부분 내 삶과 현장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이 글이 쌓여 가면서 내 삶의 기록으로 남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 과정에 만나는 많은 사람에게 도움도 받고 도움도 주는 또 다른 긍정적 인간관계가 만들어졌다.

 

나에게 SNS 공간은 또 다른 사람 사는 사회에서 나누고 함께 하는 곳으로 지속가능한 삶의 공동체적 공간이다.

 

그렇다고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지인들이 청소년활동 하는데 후원도 하고 이곳에서 생일이면 기금 모아 보내 주기도 하는 등 여러 일도 일어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자본은 나에게는 돈 이상의 가치를 부여해 주었다.

 

돈을 넘어(포함해?) 또 다른 인간관계의 폭넓은 장으로의 역할을 생각하면 상당히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구글 애드센스에 혹해서 또 다른 목적에 집중하려고 했던 내 모습이 웃겼다. 그때 공부한 내용은 나중 블로그 강의할 때나 써먹어야겠다.

 

본질은 간단하지. 본령을 지키고 수단으로서 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살피는 게 중요해 보였다. 내가 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지, 그 중심에 내용을 살피면 답 나온다.

 

페북은 엣지렝커라는 잘 알지도 못하는 운영체계로 굴러간다. 꾸준히 하는 분들 중 어설픈 글이라도 좋아요가 엄청나게 달리는 페친들 있다. 유명세도 있겠지만 그동안 이 공간에서 쌓아온 그 어떤 관계도 한몫한다. 다른 공간으로 넘어갔을 때 이곳처럼 그렇게 좋아요해 줄 사람들이 많을 것인지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반복하지만 글의 본질이 글의 목적인지, 사람들이 많이 보게 해서 글 값을 많이 받고 싶은 것인지, 글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며 관계하고 싶은 것인지, 정말 자신만의 글을 써서 안내하면서 좋은 책을 쓰고 싶은 것인지, 그냥 취미로 하는 것인지 등 그 모든 선택은 당사자에게 있고 이를 가타부타 짜증 낼 일은 아닌 듯싶다.

 

그저 자신의 선택에 따른 어설픈 책임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간다는 것 정도의 이해만 있으면 쿨한 세상이다.

 

쓰다 보니 오늘 글 너무 길었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이곳에서도 내 절친인 듯..

 

참고로 내 글빨의 수준 낮음으로 오해하는 분 계실지 몰라서 노파심에서 한마디 더. 나는 다단계도 그 어떤 사업을 하는 사람도 존중함. 그 곳에서 성공한 분들 보면 존경심이 들 정도. 더불어 얼룩소도 내 수준이 안되어서 입성을 안 할 뿐 그곳에서 열심히 글 쓰는 분들도 멋지게 봄. 다만 끄적이다 보니 내가 내 수준에서의 또 다른 내 안의 욕심을 보았다는 것 정도로 이해해 주면 좋을 듯. 글 더 길어지면 화내실 것 같아서요. 오늘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