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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같은 사람들이 모이면 일어나는 일_새전북칼럼

by 달그락달그락 2024. 6. 2.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 거대 권력을 비판하는 일은 대화도 가능하고 토론도 할 수 있다. 시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까지 여긴다. 문제는 권력이 아닌 자기 주변 사람들을 매번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이들은 조심스레 피하게 된다. 특히 회사 사람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경계한다. 어느 조직이나 나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잘못된 행동 때문에 비난받아 마땅한 이도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대화 내용 대부분이 자기 주변 사람들 험담을 늘어놓는 사람이다. SNS에서도 누군지 모르는 이들을 계속 비난하는 사람들은 조심스레 피하게 된다.

 

자신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들과 자기가 상당 부분 닮았다는 것을 알까?, 어떤 학자는 자신이 많이 어울리는 이들과 자기가 거의 비슷한 사람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한다. 나이 먹으면서 알게 됐다.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살게 된다.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에 선후배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이들은 결국 그 못난 부분과 가장 닮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 가까운 이들에게 배우고 학습하기 마련이다. 타자의 문제와 단점만 꺼내는 이들은 그 문제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고 학습되어 간다.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맞을 때가 많다.

 

 

 

또 다른 측면에서도 닮는다. 동종업계에 오래 있고 비슷한 사업을 반복하다 보면 그 문화에 젖게 된다. 단순한 논리다. 매일 반복되며 비슷한 일을 하기에 그 안에서의 틀이 옳은 줄 안다. 의사들은 의사들하고 친하다. 교사들도 그들의 업무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목사는 목사끼리, 검사는 검사끼리 만나고 엔지니어도 대부분 비슷한 직업군과 어울린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의 영역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청소년영역에서도 교육과 활동, 보호, 복지, 상담 등도 그들만의 영역에서 반복적인 교류를 한다. 심지어 지역 아동·청소년 네트워크라고 해서 가 보면 매번 같은 사람들이 이름만 다른 회의나 위원회에 앉아 있는 것도 본다. 지역만 그런 게 아니다. 정부 부처에 몇 개 위원회에 참가해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연히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유사한 영역에서 반복적인 교류만 일어날 때 그 안에 만들어진 어떤 관점이나 방향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협회라고 하는 동종업계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조직은 특히 심해 보인다.

 

자신이 속한 조직에 의해서 만들어진 신념이나 사회적 관점에 과몰입된 경우가 있다. 누구 이야기가 아니다. 오래전 내 모습이다. 내가 속해 있는 기관, 단체, 연대한 네트워크, 계속 반복해서 만나는 사람들이 우선이었다. 앞뒤 보지 않고 내가 학습하고 만난 사람들에 의해서 삶의 기준이 설정되어 간다는 것을 알았다. 현재를 잘 살면서 미래를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바탕은 좋은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에 있었다. 일의 대상도 사업적 수단이 아닌 사람 그 자체로 만나고 관계하는 일이 좋아졌다. 그 안에 내가 집중하는 영역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삶을 풍성하게 하는지 알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분야에 전문성은 기본이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에 사람들과 교류하고 속을 나누다 보면 자신도 알지 못했던 자신의 장단점도 보이고 학습해야 할 내용도 커지기 마련이다. 이러할진대 하물며 자기가 속한 회사 등 조직에서 매번 비난, 비판만 하는 사람은 어찌할까? 특히 나와 같이 청소년, 청년을 대상으로 활동, 교육, 복지 등의 일을 하는 사람의 사회적 관점은 무척이나 중요해 보인다. 차이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말로만이 아닌 삶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폭넓은 대인관계와 학습에 기반한다. 공부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거대 권력을 비판하면서도, 내가 선 자리에서 어떠한 삶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며 차별하지 않는지, 갈등이 있다면 그 요인은 무엇인지 나부터 돌아봐야 옳다. 매번 만나는 이들과의 반복적인 교류에서 내가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다른 분야에 사람들과 깊은 교감은 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수년간 달그락달그락길위의청년학교운영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이들을 만나면서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다른 관점으로 내가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다. 삶은 어차피 사람들에 의해서 결정되고 유지되면 살아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