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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화와 책

강원국의 인생공부

by 달그락달그락 2024. 2. 12.

 

 

이 책 읽으면서 가슴이 설렜고 따뜻했다. 며칠 밤이 좋았다. 강 작가님이 찾은 이 시대에 멋진 분들에게서 나온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처음부터 잘하지 못했다. 시작은 늘 미미했다. 그리고 반드시 힘든 시절을 겪었다. 거의 한 사람도 예외 없이 고통의 시간을 경험했다. 하지만 처한 상황과 닥친 어려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불평하고 도망가지 않았다. 자신에게 찾아온 고난과 역경, 실패를 극복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타고난 사람은 없다. 모두에게 힘든 고비가 찾아온다. 노력으로 극복 못 할 어려움은 없다. 곤경은 내게 찾아 든 기회다.”라는 것. p.365

 

모두가 처음부터 잘하지 못했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기회로 여기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 것. 어쩌면 동화책이나 위인전에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알고 있는 내용일까?

 

현시대를 나와 같이 살아가는 이들이 오래전 위인까지는 아니어도 자기 삶에 나름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조금은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 보면 좋겠다. 입이 아닌 삶으로 살아 낸 동시대 사람의 이야기다.

 

이 책 읽다가 엉뚱한데 꽂혔다.

 

내가 행하는 청소년(청년) 활동이다. 이상으로 생각하는 수많은 활동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 세상은 인위적으로 개조할 수 있는 틀이 아니다. 이미 수백, 수천 년간 내려온 전통과 문화가 모든 것을 지배하며 인간의 인식 또한 그 안에서 머무는 게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 인식에서 오는 수많은 이념이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세상 가운데에 어떤 한쪽의 큰 이념이 아닌 또 다른 이상을 붙잡고 변화를 이루고자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함께 꿈꾸는 이상이 옳다면 실행해 나가는 게 옳다는 믿음이다.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인 쪽으로 이동하면서 조금씩 변화해 온 데에는 이러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진행한 사람들의 실패와 좌절이 바탕이었다.

 

소시민도 사회적 약자도 존중받는 사회, 특히 청소년, 청년이 존재로서 존중받는 사회를 꿈꾼다. 세대가 통합되어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를 꿈꾸며 활동한다. 그러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지역사회에 천착하여 조직하고 연대하며 과정에 변화를 이루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서 행한다.

 

변화가 있는가? 내 눈과 가슴으로 희미한 변화는 확인하고 있지만 세상이 눈에 띄게 혁명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도 계속 활동하는 이유?

 

신영복 선생님은 한 사람에 대한 어떤 평가,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이 살아온 시대의 모순이나 아픔을 얼마나 담아내는지가 기준이 되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우리 사회에 모순과 아픔을 가지고 있는가? 시대의 아픔은 차치하고 내 부족한 수준에서 일상의 삶을 살아 내는 것 조차도 버거울 때 많다.

 

“제가 쓰던 대로 쓰려고 합니다. 제가 좋아서, 행복한 일을 해서 어제의 저보다 오늘의 제가 나아지는 것, 이게 제일 저를 즐겁게 하는 것 같아요.” (84쪽) 정지아 작가의 말이다.

 

그렇지. 조금은 더 나아지는 것, 조금이라도 해보는 것. 시대라는 표현을 쓰기도 부담스럽고 수준 낮은 내 모습 보면서 깨달은 것은 결국 이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고, 힘들지만 조금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어서다.

 

폴 김 교수는 “다시 배우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건 살지 않겠다는 뜻이다. 아침부터 ‘오늘은 어떤 걸 새롭게 해볼까?’ ‘뭘 배울 수 있을까?’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되게 즐겁다(217쪽)”라고 했다.

 

그러게 말이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 뭔가? 계속해서 묻고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계속해서 생각하게 된다. 삶을 살아 내면서 어떻게든 이상을 붙잡고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활동하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어 조금이라도 읽고 쓰면서 그 안에 가치를 붙잡고 살아갈 뿐이다.

 

세상이 변하기를(나 또한 조금은 긍정적으로 변하기를) 바라지만 변화가 너무 더디거나 투자한 만큼 너무나 미미하더라도 어떻게든지 그 바탕을 만들어 가는 일을 계속할 뿐이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게 하려면 당신이 바람개비를 들고 뛰어가면 된다. 앞으로.” 데일 카네기

 

바람개비를 들고 뛰는 어린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