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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영화와 책

최진영 작가가 청소년에게

by 달그락달그락 2024. 1. 26.

언제인가 중학생 아이가 구의 증명이라는 소설을 읽었는데 마음이 이상하다고 했다. 그때 최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연구소의 위원회 중 한 곳에서 가끔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눈다. 지난해 김 위원님이 소개해 준 책 중의 하나가 <단 한 사람>이었다. 책 모임 때문에 읽은 소설이었는데 삶의 유한함에 생각이 많았다. 저자가 최진영 작가였다. 이후 <구의 증명>도 찾아 읽었고 이분 책을 살피기 시작했다.

 

오늘 정담북클럽에 최 작가님이 초대되었다. 북클럽 운영자가 위원회에서 이 책을 소개해 주신 김규영 위원이다. 중학생 아이와 최 작가님 만나러 가자고 약속했었고 오늘 북클럽을 찾았다. 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청소년을 좋아했고 그때의 감각을 찾아 글을 쓴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청소년관이 나와 거의 같았다. 심지어 청소년 이해에 대한 주제로 강의할 때 설명하는 내용 중 최 작가님 이야기하는 것 중에 일치하는 내용까지 있었다. 신기했다.

 

많이 예민하고 성적에 민감해서 전교에서 몇 등 하지 않으면 괴로워하고, 요즘은 진로에 대해 고민이 너무 많은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최진영 작가님을 너무 좋아한다. 이 친구 때문에 최 작가님을 알게 되었고 소설을 읽었다. 이 친구에게 한 말씀 해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다.

 

40대인 자기도 지금까지 진로를 찾아 헤맨다고 했다. 죽을 때까지 그렇게 갈 거라도 하면서 지금 찾지 않아도 된다면서 아이를 위로해 주었다.

 

맥주 한 두잔 하면서 사는 이야기 나누면 삶의 위로가 될 것 같은 좋은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좋았다.

 

 

 

최 작가님 사인은 내 책, 아이 책 각자 받았다^^

 

아래는 오늘 최 작가님 이야기 들으면서 메모한 것 중 기억 나는 데로 적은 것. 정확하지는 않다. 뉘앙스는 같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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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내 삶의 책장에 어떤 책을 꽂을지, 편집숍을 어떻게 구성할지는 내가 할 수 있다.

 

우리 삶은 답을 알지 못하지만 살아가고 있다. 비행기가 날아가는 원리를 완벽히 증명하지 못했고, 양자역학에 내용 또한 모두 증명하지 못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원리와 같다. 우리 삶을 어떻게 완전히 알고 살아가나.

 

우리가 모두 정상성이라고 이야기하는 삶이 있어. 그런데 그 정상성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많지 않나? 나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청소년에 관심이 많다. 나의 청소년기는 슬픔, 기쁨, 웃음 등 다양하고 변화무쌍했다. 지금도 감각이 나와 같아서 기분이 좋다. 의무는 많은데 권리가 없는 세대. 평가받는 존재. 언제부터인가 어른으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졌다. 나도 지나왔지만 나도 이해할 수 없는 세대다. 그때를 쓰고 그때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 작품과 연결해서 상상하고 있다.

 

청소년기의 나는 너무 우울했고 힘들었다. 책은 읽지 않았는데 엄청나게 많은 글을 썼다. 글쓰기는 혼자서 할 수 있고, 조용히 감정을 쏟아낼 수 있다. 청소년기의 감각이 있을 때 글을 잘 쓴다.

 

소설 속 인물 중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해 글을 쓴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내가 쓰는 인물을 사랑해야 글이 진전되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사유하게 돼.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어른이 되어 버렸어. 세상이 이따위의 문제 있는 환경이 되어 버린 지분이 있는 어른이 된 거야. 내가 쓰는 소설에 출연하는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도 배우고 있고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책을 쓰면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글을 통해 인생을 돌아보는 사람들도 만난다. 그러한 모습을 볼 때 작가를 한 게 너무 잘했다고 생각해.

 

죽음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해. 어떨 때는 살아 있는 것을 기이하게 여긴다. 내 삶은 끝난다. 유한하지.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해.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이것을 알고 자각하는 순간 사람에게 다정하고 친절해져. 그 이유는 저 사람도 죽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