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 동안 매일 한편씩 본 <마스크 걸>.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이인 ‘모미’가 무대에서 춤을 춘다. 사회자가 ‘모미’에게 꿈이 뭐냐고 묻자 “저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외모 때문에 힘겨운 삶을 살면서 주변에 많은 이들이 만들어 가는 끔찍한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드라마였다. ‘모미’의 딸 ‘미모’는 다시 삶을 살아 낼 힘을 얻는데 바로 할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알았기 때문이다.
상대를 안다는 것은 미움보다는 사랑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과정이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고 만나는 모든 이들을 사랑하는 관계를 꿈꾼다.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면 좋겠지만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타자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면 먼저는 두려움이 몰려오고 이후 적대시하는 감정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상대를 알 수 있는 관계와 공간이 필요해 보인다.
오래 전 활동가들과 영국 거쳐 북아일랜드 갔을 때 코리밀라 공동체에서 숙박했었다. 아일랜드는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아 왔다. 18세기 아일랜드 북부에 영국 개신교인들이 이주하면서 토착민인 가톨릭교도와의 갈등이 시작된다. 식민 지배와 독립 요구에서 비롯된 영국과 아일랜드의 갈등이 신교와 구교의 대립이라는 형태를 갖추게 된 것. 이후 신·구교의 싸움으로 번지면서 많은 사상자를 내며 극심한 갈등이 시작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1965년 데이비 목사는 개신교 및 가톨릭교 대학생 25명과 함께 조그만 호텔에서 함께 지내며 평화 활동을 시작한다. 호텔 이름이 ‘코리밀라’였다. 이후 공동체가 형성되고 매년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이 찾아오는 커다란 공동체가 된다. 공동체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청소년들을 모으고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다.
신·구교 청소년, 여러 다른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과 캠핑 등 청소년활동을 하면서 서로가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갔다. 활동 가운데 서로가 누구인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아갔다. 이후 정치인과 무장단체 사람들도 모아서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자리도 만들어 냈다. 갈등을 해결하는 답은 하나였다. 중립적인 공간을 만들어 서로를 알 수 있도록 돕는 이이다.
내가 꿈꾸는 공간이 있다.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고, 생명이라면 존재 자체로 귀하게 여기면서 공생할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공간이다. 이념, 신념,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그 공간에서만큼은 사람으로 만나고 서로의 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알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꿈과는 전혀 다르게 온라인, 오프라인 그 어디서건 현재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분열되는 양상이다. 진보보수, 남북, 영호남, 여야, 남녀, 장애인 비장애인, 세대 등 수많은 영역과 진영으로 나뉘어 적대시하는 모습을 언론과 온라인에서 계속해서 보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가 누구인지 알고자 하는 노력, 알 수 있는 활동과 사업이 필요해 보인다. 진영이라는 편을 만들어 싸우려고 하기보다는 가능한 상대를 존중하고 무엇 때문에 그런지 듣고 토론하면서 각자가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한 때다.
토요일 저녁에도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은 청소년들로 인해 계속해서 달그락거린다. 이 작은 공간에서 최소한 청소년들은 정치적 신념과 이념, 세대, 장애, 젠더 등의 문제를 넘어서 서로가 누구인지 알아가고 함께 살 수 있는 활동을 꾸준이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공간이 달그락을 넘어 더 확장되어 더 많은 이웃이 참여할 수 있기를 꿈꾼다.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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