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가 생길 정도로 식단 조절하며 운동해서 바디프로필을 촬영한 후 멋진 사진을 받아 보고 크게 실망해서 우울했다는 기사. 실망의 이유가 자신이 생각한 만큼의 훌륭한 모습이 나오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 반대다. 가슴, 엉덩이 복근까지 너무나 완벽해서 문제다. 그 모든 게 자신이 운동해서 만들어 낸 근육이 아닌 ‘포토샵’의 힘으로 완성된 바디프로필이었기 때문이다.
사진 보면서 허탈감이 몰려왔다는 이들이 많았다. 사진 촬영한다고 100여만원이 넘게 들어갔는데 자기 몸이 아닌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가짜 몸을 보고 실망했다는 아이러니.
일하지 않고 놀았는데 돈을 번 사람이 있고, 열심히 일하고 그만큼의 대가를 받은 사람이 있다. 열심히 일했지만, 돈을 벌기는커녕 더 힘들게 사는 이들도 있다. 게을러서 가난하게 사는 이들도 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고등학교 때 커닝하던 친구 몇이 있었다. 시험 끝나고 답안 맞춰 보면서 그 친구들이 부러웠던 적이 있다. 나는 커닝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커닝을 하지 않는 게 아니고 겁이 나서 못 하는 거였다. 입시공부를 잘 하지 못했다. 성적을 받고 매번 좌절할 때였다. 당시에 커닝해서 점수가 높아졌으면 기분이 좋았을까? 그 순간은 잠시 좋았겠지만 이후 절대 좋은 삶이 안 되었을 것이다. 공부한 만큼의 성적을 받아야 하고, 일하지 않으면 그만큼의 대우를 받으면 된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그만큼의 대우를 받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베짱이와 개미를 이야기하면서 베짱이 찬양론자들이 있는데 현실에서 베짱이는 망하는 게 맞다. 페이커 등 프로게이머들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도 따고 부와 유명세를 누리니 게임을 하면서 놀다가 어쩌다 저렇게 되었다면서 베짱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메시’나 ‘손흥민’에게 동네 조기 축구하다가 세계적인 선수 되었다고 하는 말과 같다. 그들은 베짱이가 아니다. 개미 중에서 재능이 있는데도 죽을 만큼 노력한 개미들이다. 일하지 않고 게으른데도 부자가 되는(이미 부자였고) 사회는 나쁘거나 이상한 사회다.
바디프로필에서 자신의 영화배우 같은 몸을 보면서 좌절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 내 것이 아닌데 내 것으로 만나면 사람들은 허탈해하거나 우울해진다. 실제 능력을 발휘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가끔 자기 것이 아닌데도 자기 것인 양 취해 있는 이들을 만나면 화가 나기도 하고 안쓰러움도 생긴다. 근래 장관 청문회를 보는데도 생각이 많았다. 노력 가운데 얻은 게 값어치 있다는 것은 삶의 원칙이다. 변하지 않는 가치란 뜻이다. 죽어라 노력만 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 일의 본질과 의미를 살피면서 살아야 한다.
바디프로필이 운동의 본질인가? 과정이며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운동을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빌 헤이스가 쓴 '스웨트'는 운동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지나치게 운동을 많이 하지는 말라고 권한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닌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운동의 진정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SNS에는 바디프로필 게시물이 넘쳐난다. 몸을 아름답게 가꾸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 있다. 다만 한 순간의 아름다운 몸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 건강을 해치고, 포토샵을 통해 자기 몸이 아닌 몸을 홍보해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한번 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윤리 책 같은 글을 이렇게 길게 끄적이다니. 그래도 어찌하나? 삶이 그런 것을.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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