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비참함에서 벗어나려면

내가 욕망하는 진짜 욕망은 무얼까?

 

심리학자들은 내가 욕망하는 것 대부분은 외부에 누군가 욕망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크 라캉의 그 유명한 말로 광고회사들이 기본으로 여긴다는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이 말. 현재 우리 사회를 좀먹는 사회 현상과도 같아 보여.

 

일 안 해도 재산이 늘어나면 부자,
일 안 해도 재산이 그대로면 중산층,
일 안 하면 재산이 줄어들 때 서민,
일해도 재산이 줄어들 때 빈곤층

 

최근 몇 년간 온라인에서 무슨 학술이론처럼 떠돌아다니면서 대세가 된 말이다. “일 안 하면서도 재산이 늘어나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 방법은 이미 있는데 사람들이 안 한다면서 강연으로 돈 버는 사람들이 있다. 미디어, SNS, 광고에 대세가 되어 버린 투자(투기)에 관한 이야기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해서 돈 버는 실제 사례는 찾기 어려운데, 이런 주장 하면서 강연하고 유튜브 하는 사람들의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주식부터 코인, 땅, 건물까지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하지 않아도 돈 버는 방법”이라고 안내한다. 돈과 관련한 유튜브, 틱톡 등 돌아다니는 영상만 오만가지다.

 

일을 하지 않고 재산을 늘리는 방식이라는 이 주장은 이미 오래전 이상한 다단계 업체들에서 오래도록 사람들을 현혹한 도구로 사용하는 레퍼토리다. 전기장판에서 바뀐 건 코인, 주식, 땅 등으로 변한 것 빼고는 내용은 거의 일맥상통이다.

 

 

그들의 원리는 간단하다. 월급 받으면 저금하거나 적금하지 말고 30, 40% 정도는 무조건 주식이나 코인, 땅 투자하라는 것, 어느 순간이 되면 투자했던 곳에서 나오는 수익이 자기 월급을 추월하게 된다는 논리다. 그렇게만 된다면 좋겠다. 문제는 이 말의 대부분이 엉터리 개수작(?)인 거다. 무슨 무식한 소리냐고? 투자도 모르는 무식한 놈이라고 비난하는 사람 있다면 일단 현실을 보기를 부탁.

 

일단 강연하고 책 써서 팔아먹는 이들의 회사나 개인을 자세히 보면 자신이 말한 대로 투자해서 돈을 벌기보다는 이 들의 대부분 수익은 강연비나 유튜브에서 나온다. 하루에도 똑같은 강의를 몇 차례를 하는지?

 

왜 엉터리냐고? 논리가 너무 명확하지 않냐고 되묻는 이들이 있다. 책 한 권 읽은 사람들 논리다(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

 

일단 우리는 좋은 투자를 해서 대박 날 만큼의 전문성이 없다. 그래서 공부하면 되지 않느냐고? 언제? 얼 만큼?

 

먼저 우리나라 개인의 수입과 관련한 통계를 보자.

 

우리 현실은 전체 인구 30%만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근로자 평균 소득 320만원, 전체 인구 14%만 예금으로 노후 준비 중이다. 평균 소득(약 320만원)은 월에 몇억 버는 사람들까지 모두 통계 잡아 평균으로 나눈 값이다. 통계청에서 2020년 발표한 자료이고, 2023년 임금 근로자 평균 소득은 조금 올라서 대략 ‘330만원’ 정도가 되었다.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된다. 평균 소득은 중산층이라고 대략 주장하는 중간 분포에 있는 사람들의 월급이 아니다. 중위소득은 대략 240만원 내외가 된다. 무슨 말이냐고? 전체 연봉자를 모아서 평균을 내면 320~330만원 정도 되고, 중위소득이라고 하는 가운데 지점에 있는 대부분 사람들 월급이 대략 250만원 수준(내외)이라는 거다. 대략 중산층으로 정리하는 사람들의 월급이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

 

그러면 주식이나 코인, 땅에 투자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사람은 하면 된다. 문제는 전 국민이 이것을 해야 성공한다는 소리는 모두 헛소리라는 말이다.

 

자기 직업에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성장해서 연봉 올리는 게 나을까? 아니면 전혀 알지 못하는 주식, 코인, 땅, 집을 월에 250~300만원 내외 받아서 그 돈 중 적금이나 저금하지 않고 3, 40%를 아껴서 계속 투자하면서 오르기를 기다리는 게 빠를까? 그것을 투자한다면서 얼마나 마음 졸이고 거기에 시간을 빼앗기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투자라고 설명하지만 내 보기에 거의 투기에 가까운 주장이다. 투자한 돈이 오를 수도 있지만 계속 빠져서 폭망할 수도 있다. 오른다 해도 앞에서 그런 식의 강연하는 이들이 말하는 수준으로 월급을 넘어선 수익을 매월 낼 수 있는 이들이 과연 몇 명이 될까? 생각해 봤나?

 

투자할 돈이 있고 그만큼의 역량(정보, 학습량 등)이 있으면 뭘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만, 주식도 코인도, 땅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대다수의 임금 근로자들이 연봉의 몇 %를 투자(기)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허황된 생각을 심어주면서 강연하는 자들의 본색은 너무나 뻔해 보여서 한숨이 나온다. 이들은 탐욕을 탐욕하게 하고 더욱 강화 시키면서 라캉이 말한 타인의 욕망을 끊임없이 욕망하게 한다. 자기 돈벌이의 핵심이다. 이런 일을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아무 근거 없이 기사 내고 광고한다. 미디어에 돌아다니는 중산층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현재 자신이 중산층인데 중산층은 6억이 넘게 있어야 하고 연봉은 기본 6천 이상이어야 하며 집도, 차도 커야 하고, 외국 여행 기본이어야 하는 게 중산층이 아닌데 그렇게 인식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실제 평범한 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자신은 몇 년에 한 번 갈 법한 외국 여행 사진이 인스타, 페북에 올라오면 나도 가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게 아니다. 집이나 자동차 크기도 마찬가지. 지금 내가 하고(살고) 있는 “삶의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다.

 

투자해서 성공한다는 극소수의 사람의 이야기를 비약해서 들을 필요도 없다. 평균을 너무 높게 만들어서 끊임없이 자신의 욕망이 아닌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게 하는 과잉 소비사회에서 탈출하는 게 우리 행복의 지름길이다. 대부분의 삶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의 돈에 대한 과잉된 목적을 갖게 만드는 그런 미디어물을 걸러낼 힘도 필요해 보인다.

 

허위 광고, 투자 성공 대박이라는 과장 광고, 이를 통해 돈을 버는 자들의 욕망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자본주의 병폐의 극단으로 빚을 얻게 하고, 집을 거주의 목적이 아닌 투기의 목적으로 활용하게 하면서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

 

타자의 삶이나 돈에 집중할 게 아니다. 극소수(?) 타자가 투자, 투기를 통해 소득이 증가하면 나의 행복이 훼손되나? 신경 쓸 일이 아니다. 현재의 내 삶, 오늘 하루 살아낸 나의 ‘행동’에 집중할 일이다. 내가 오늘 하루 행한 ‘활동’이 무엇인지 고려할 뿐이다.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비참함을 벗어나는 방법이다.

 

행복은 내 안에 있을 뿐 타자의 외적 모습에 있을 수 없다. ‘타자’가 아닌 내 안의 본질적인 ‘욕망’을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