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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사랑해요> 라는 이 말

by 달그락달그락 2023. 5. 4.

 

아이가 유치원을 막 졸업하고 초등학교 입학한 후 교회학교에서 쓴 기도문 내용이다. 페북에 예전 사진이 떴는데 읽다가 웃었다.

 

그 아이가 중2가 되었고 이번에 성적이 나오는 첫 시험을 치렀다. 예민한 아이다. 귀가하면 자기 방에서 혼자 책보고 공부하는 아이. 유일하게 스트레스 푸는 활동은 루시라는 아이돌 밴드를 좋아해서 공연 보는 것과 유튜브에서 배운 기타를 친다. 지난 겨울 방학에 공연 보고 싶다고 해서 서울까지 따라갔고 카페에서 기다린 적도 있다.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달그락에 와서 기자단 활동한다. 국회 토론회까지 가서 의원 인터뷰하고 기사 쓰는 등 일간지에 기사도 여러 꼭지 썼다.

 

학교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타입인 것 같다. 학원도 가지 않고 조용하게 자기 공부 열심히 하고 집중력 좋은 아이. 이번 첫 시험에서 자기도 기대가 컸던 모양이다. 대부분 과목 당 한두 개 틀렸고 만점 맞은 과목도 몇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한 과목에 실수해서 ‘0처리됐다. 실제는 한 문제 틀린 과목인데 그렇게 됐다고. 당일 충격을 받아서 버스를 타고 시내를 한두 바퀴나 돌고 울고 귀가했다.

 

담임선생님도 걱정이 되었는지 울먹이면서까지 학교생활 이야기 나누어 주셨고, 시험 감독한 선생님도 따로 불러서 아이를 안아 주면서 괜찮다고 하면서 좋은 경험이라고 응원해 주셨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 하면 어떤 이들은 자녀가 학원도 안 다니고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니 좋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그럴 수도 있겠다. 공부 안 하는 것보다는 공부하는 게 좋다. , 전제가 있다. 공부를 억지로 입시 수단으로서 강박적으로 너무 고통스럽게 하는 게 아니고 조금 힘들어도 그 내용 본질에 집중하는 게 좋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공부는 필연이라고 설명했고 죽을 때까지 책도 보고 사람과 자연에 배울 게 많다고도 했다.

 

맹목적 입시성적을 위한 공부는 거부한다. 이유는? 불행해서다. 평생을 그렇게 경쟁적 강박에서 살아 갈 수밖에 없다. 그게 성공이라면 그마저도 거부하고 싶다.

 

문제는 중2 아이가 매일 1, 2시까지 잠 안 자고 책상에서 공부한다는 것. 공부에 대한 자기만의 강박을 만들어 낸 것 같다. 너무 늦은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 보는 것이 기가 막혀서 자주 다툰다.

 

매번 12시쯤 되면 잠 좀 자라고 소리치는 나 자신도 피곤하다. 항상 수면 부족으로 예민해져 있는 아이 때문에 걱정인데 연년생 동생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동생은 학교 동아리만 3개에 가입해 있고 달그락에서는 빵 만드는 자치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아리가 여럿이라고 소홀히 하는 게 아니다. 풋살팀 들어가서 첫 회 담당 교사가 훈련을 강하게 시켰는지 두 번째 모임 가보니 10명 내외가 도망가고 네 명 남았고 그중 대표가 되었단다. 무슨 지역 전체 대회를 학교에서 보내 줘서 수업 빼고 하루 종일 체육대회에 나간 적도 있다. 반장도 선출되었고 이번 시험 보고 수학이 반토막 나도 밝기만 한 아이다. “평균이 80점만 넘으면 된 거 아니냐?”면서 오히려 환하게 웃는 중1 아이.

 

동생의 행복도가 높은 것 같고 큰애는 학교 공부에 강박을 가진 것 같아서 오히려 걱정된다. 내 소원은 아이들이 언제나 밝고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나 또한 아이들이 잘 크기를 기도한다. 기도 제목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심신의 건강과 함께 아이들을 만나는 모든 이들이 우리 아이들을 사랑해 줬으면 좋겠고, 아이들을 만나는 모든 이들을 우리 아이들 또한 사랑하면 좋겠다는 것. 내 삶의 명제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리 살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 성공이 무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가 뿌듯하고 가슴 벅찬 그 무엇은 결국 사람 간의 관계에서 오는 사랑, 자연과의 공생에서 오는 생명 넘치는 그 감정들이었다.

 

내일은 어린이날이다. 5월은 청소년의 달이다. 가족의 달이다. 어버이날이다. 가족이라는 목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 날. 진정 우리 가족에게 바라면서 되기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부모로서 자녀로서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이 많아지는 때.

 

초등학교 1학년 때 아이의 기도문처럼 나는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있는지.. 그 기쁨의 본질은 도대체가 무엇인지. 결국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 아닌가? 또 사랑은 뭔가? 눈물의.. ~ 비밀이다. 글을 더 쓰다가는 완전 산을 넘어 에베레스트 올라갈 듯.

 

오늘도 좋았다. 마지막에 길청 청년들과의 북토크도 좋았다. 이번 주 계속 밤마다 줌 회의가 연달아 있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좋았다. 삶은 모험을 떠날 지혜로운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그 모험의 시작은 마지막이며 결과일 뿐. 삶은 간다.

 

그래서... 아이 마지막 글에 있듯이 "사랑해요" 해야 한다. 이 말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