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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눈알이 터졌다. 쉬라고 하는데 쉼을 몰라

by 달그락달그락 2023. 5. 11.

뭐라도 써야 할 것 같은데 한 시간째 모니터만 보고 있다. 몸은 피곤하고 눈 한쪽은 또 터져서 빨개졌다. 어제 오전 전주에서 현장 선생님들 대상으로 강의하다가 터진 것 같다. 일 년에 한두 번 터지는 눈에 실핏줄인데 요즘 조금 무리를 하긴 했다.

 

몸에 안 보이는 곳이 불편하면 적당히 치료하면서 활동하면 된다. 문제는 눈이 빨개지면 세수할 때나 화장실 갈 때마다 자꾸 보게 되니 마음이 불편하다. 핏발 선 내 눈을 보고 놀라는 분들 보는 것도 민망하다. 아무것도 아닌데 기분이 다운이다. 오랜만에 찾은 의사 선생님은 눈 확인하고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한다. “조금 쉬세요. 안약 줄 테니 적당히 넣고 눈에 냉찜질하고 그냥 쉬면 됩니다.” 이번에는 이유 없이 터질 수도 있다는 말도 함께 해 준다.

 

쉰다는 게 뭘까? 마음을 진정시키고 가만히 누워있으면 쉬는 걸까? 책을 볼까? 영화를 보면 여가 활동으로 쉼이 되나? 카페 창가에 앉아서 커피 마시면서 멍을 때리면 될까? 산책해 볼까? 스트레스받지 말고 몸의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하라는 걸로 들리는데 맞나?

 

오늘 운전을 8시간 가까이했다. 새벽 글 모임도 빠졌다. 먼 곳(?)을 찾아서 포럼에 참여해서 <청소년참여와 이웃의 연대를 통한 지역사회 변화 활동>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번 달은 토론회, 학술제, 포럼 등이 몇 개 있다.

 

지역 교육장님이 인사말 하시면서 우리 지역에도 이런 포럼이 처음이 아니라며 1905년에 학생들이 이런 행사를 처음 열어서 여성들의 교육 등을 제안했다라는 말씀. 그 이후 100년도 더 지나서 이런 청소년 중심의 포럼이 열렸다는 의미로 하신 것 같은데 신선했다. 지역 학교 선생님들과 청소년들, 청소년기관 선생님들까지 다양한 분들이 모였다. 1시간 30분 정도 행사에 참여해서 발표하고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행사 장소 벗어나 한참 가니 김포 나왔고 인천을 빠져나오는데 차가 너무 막혔고 몹시 피곤했다.

 

운전은 쉬는 걸까? 일하는 걸까?

 

어떤 이들은 드라이브라는 표현을 하면서 봄바람 맞으러 하루 종일 운전하면서 좋아한다. 나는 오늘 드라이브하면서 쉬었다고 표현하려고 했다. 정말 쉬었을까?

 

포럼이 100년 만에 처음 열린 그 지역에 청소년과 관계자들의 생동감 있는 얼굴을 보면서 열심히 발표했고 기분도 좋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담당자분께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까지 안내했다.

 

이것은 일이었나? 즐거움? 여가? ? 모르겠다.

 

나는 내 하는 일이 좋다. 돈 주고받는 일로서의 수준은 넘어선 지 오래되어서인지 활동에 나름의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일은 진행한다. 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참여하며 그 관계의 공간에 소중한 변화가 있는 것을 어디에서나 확인하게 된다.

 

? 여가? 학습? 돈벌이? 놀이? 내 하는 활동을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저 모든 것이 짬뽕 된 그 무엇이다. 다만 나는 운전을 더 많이 하면 안 될 것 같다. 졸다. 죽을 뻔. 오늘은 드라이브가 아닌, 그냥 귀가 본능으로 살아왔다고 치자.

 

혹시 눈에 실핏줄 터져 피 고여 있는 거 빨리 없애는 방법 아는 분은 삐삐(?)치세요. 오늘도 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