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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쉼과 유쾌함도 노력이 필요해

by 달그락달그락 2023. 5. 12.

가끔 손발 오그라드는 글을 올린다. 어제는 우리 막내가 보내 준 멋져줘서 고맙다라는 편지글 올렸다. 손이 살짝 오그라질지언정 보면서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은 이런 글이나 사진을 선호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정치 사회적인 비판의 글 최대한 자제하게 됐다. 힘들어서다.

 

아침 집에 배달되는 신문 전체를 훑고 주간지도 읽고, 인터넷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주요 언론을 꾸준히 듣고 읽어 왔다. 사회문제에 관한 생각이 많았고 내 하는 일이 사회의 어떤 부분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보니 더 자세히 알아야 한다고 여겼다. 정치 사회적 큰 공간에서 현장의 활동 방향을 옳게 설정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어느 순간 동화책을 살피다가 현타(?)가 왔다. 이런 거 몰라도 그저 우리 사회가 딱 동화책 수준만 되면 정말 훌륭한 곳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남을 위해 착한 일을 하면 복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 받는 사회였다. 남을 위한 일은 내 표현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요즘 정치판 보면 비판할 일이 너무 많다. 권력자들을 꾸준히 비판하면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분들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비판과 행동이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그랬다. 사회 비판이 일상이 되다 보면 지치고 화가 나고 우울감도 오면서 복잡한 심경이 가슴에 똬리 틀고 계속 그 자리를 지키게 된다.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을 넘어서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수준이 한참 하수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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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청년학교 청년들 톡방 한 곳에 무지개가 떴답니다라는 글과 함께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 사진이 올라왔다. 내가 살고 있는 하늘도 무지개가 있나 하고 하늘을 한 번쯤 올려다볼 법도 한데 오늘 하루 종일 하늘을 못 봤다. 오전이 멍하게 갔고 미디어위원회 회의를 했다. 오후에 급하게 처리할 거 몇 가지 진행하고 늦게 샘들과 잠시 결제 관련 이야기 하다가 한 친구는 삐친 것 같다. 내가 또 욱(?)한 모양이다. 저녁에 실천연구원회 마치고 길청 연구회 모임 하니 하루가 갔다.

 

눈알이 빨개져서 페북에 올려놓으면 아는 사람들은 묻지 않겠거니 그랬는데 만나는 사람들마다 글 봤다면서 진짜 빨갛다고 좀 쉬세요,”라고 한다. 이런.

 

이곳이건 어디 건 발자취를 남기는 공간에 조금은 기분 좋은 이야기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해도 치열함보다는 조금은 더 유쾌하게 웃으면서 하려고 노력 중이다.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쉼도 노력이 필요하고 유쾌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과정도 꾸준한 노력과 배움이 필요한 일이다.

 

세상에 그냥 되는 일은 없다. 일단 나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쉼과 덜 치열함과 조금은 더 유쾌하고 즐겁게 활동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일이다. 일단 내일부터 더 웃어야겠다. 웃는 게 남는 거다. 내일부터 절 보면 그냥 웃어요. 저도 허허 하하 호호 웃을 테니. 빨간 눈 때문에 조금 무섭겠지만. 우리 하늘 한번 보고 웃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