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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다인사무소, 가족이 함께 하는 거실의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23. 6. 19.

 

일요일 오후 갑자기 막내가 자기만의 공간을 만든다고 했다. 그러더니 탁자포와 여러 천을 덧대더니 자기 책상 주변을 둘러싼다. 그 안에서 공부가 더 잘 된다면서 씨익 웃는다.

 

 

 

페북에 예전 사진 보니 막내가 초 3학년인가에 자기 사무소(?)라면서 배란다 한 구석에 작업 공간을 만들어 놓고 웃었던 모습이 생각났다. 일명 다인사무소. 다인사무소 부장으로 나를 임명하고 이 사진의 명찰(사원증?)을 하사했었지.

 

이 친구는 중학생이 되었고 사무소 장소가 베란다에서 거실 한쪽으로 옮겨왔다. 어느 날인가 귀가 해 보니 다인사무소라고 떡 붙어 있었다. 웃음을 참지 못했다...ᄒ 요즘은 기말고사 준비를 하는 학생이 되었다. 일요일 밤에까지 시험공부 하는 아이 뒷모습 보자니 살짝 슬펐지만 뭐 어찌하랴?

 

거실 벽은 책장으로 만들어 놨고 책상 네 개가 놓여 있다. 거실에 가족당 하나씩 자기 책상이 있다. 내 하는 일이 퇴근해도 책상에서 작업할 게 많아서 거실로 나와 있었고, 아이들도 학교 다녀오면 자연스럽게 거실에 자기 책상에서 책을 보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렇게 거실에 모두 모여 있다 보니 가끔 대화도 하고 장난도 치고 그런 시간이 수년이 지났다.

 

큰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자기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가끔 나오기도 하지만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한다. 막내는 아직도 거실 한쪽에 있다.

 

우리 사회 자녀와 부모 간의 대화와 스킨십이 거의 없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됐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회, 가정환경이 있었다. 같은 공간에 들어와 있어도 모두 제각각의 방으로 들어가 버리면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관계없는 사이가 된다. 가족 간에 한두 마디라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지 않으면 오랜 시간 같이 살아도 서로가 더 외로워지고 불편해질 수 있다. 특히 나와 같은 성격을 가지 사람들은 더욱더 집안에 동선을 잘 설계해야 한다.

 

큰 집도 좋고 작은 집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에 가족 간에 정이 흐르는지 안 흐르는지가 중요해 보인다. 나같이 부족한 사람도 노력은 한다만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매일 몇 시간이라도 같은 공간에 있으니 말이라도 한 두 마디 걸고 장난칠 수 있는 여지는 언제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