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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가족, 어른들과 잘 지내는 방법

by 달그락달그락 2023. 5. 9.

 

5월이면 찾아오는 어린이, 어버이날 등 일상적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날이라고 정해 진 날들.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나는 이런 날에 가족과 함께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아버지는 사업이 부도난 이후 바로 집에 들어앉아서 술을 드시며 시를 쓰겠다고 하셨다. 거의 매일 술을 드시고 책만 붙잡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때부터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셨다. 집안일과 회사 일에 삼 남매 건사까지 모두 어머니 몫이 되었다. 10대 중반 아버지는 이 땅을 떠나셨다.


아버지보다도 내 나이가 더 많아져 버린 어버이날이다. SNS 타임라인은 온통 부모님과 가족들 함께 한 즐거운 사진과 글이 넘친다. 공감되는 모습이면서, 가슴 한쪽 구석에서는 가족이 모여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저렇게 재미있게 모일 수 있을까라는 이상한 질문이 고개를 내민다.


나는 아직도 집안 어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저 인사드리고 조용히 묵비권 지키면서 앉아 있는 게 일이다.


막내 회사 일정이 맞지 않아서 어린이날은 막내 가족과 어머니가 만나서 따로 식사했고, 어제는 어머니와 우리 가족이 식사했다. 식사 내내 쉴 새 없이 이야기 나누는 가족. 나는 몇 마디를 했는지 모르겠다. 어려운 것은 아닌데 어머니를 포함한 어른들 만나면 멍해진다. 


오늘 학부와 대학원 강의를 마치고 늦은 시간 귀가했고, 중학생 아이가 카네이션 대신 구웠다는 카네이션 과자(?)를 선물해 주었다. 저걸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 중에 이런 글이나 끄적이고 있다.


어린 시절 경험하지 못한 가족관계는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부모와 자녀와의 친밀한 대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인정과 신뢰에 대한 끊임없는 표현, 자녀와의 여행과 영화감상 등 어린 시절에만 만날 수 있는 경험이 꼭 필요해 보인다. 나 어릴 때 부모와의 이런 교감이 없었다. 먹고사는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상황과 집안 환경 탓이 컸다. 


그렇다고 내 부모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어머니를 끔찍이 사랑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만나면 살갑지 않다. 꾸준히 연락드리는 것도 어려워 하는 나. 어릴 때의 가족문화가 내 현재 모습을 좌우하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됐다.
우리 아이들과는 계속 장난도 치고 여러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데 어머니하고는 쉽지 않다. 내 어린 시절 가족문화에 학습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또 다른 나와 같은 ‘까칠이’를 물려 주고 싶지 않다. 사랑하고 사랑해야 하는 이들에게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 그 사랑을 얼굴로 몸으로 표현하면서 더 강화 시키는 과정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을까? 


가족이라는 구성원과 함께 더 많은 가족 같은 이웃의 관계 안에서 말이다. 


어버이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