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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마음 신호등, 나와 화해하기

by 달그락달그락 2023. 4. 12.

마음이 바닥일 때가 있었다. 막내가 상담해 주겠다면서 “화가 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생각 신호등’을 알려 줬다.

책 보다가 알게 된 내용 같은데 강의하듯이 장롱 앞에 붙혀 놓고 장황(?)한 설명을 한다. 페북에서 예전 오늘이라고 알려주는 사진. 그 때 아이는 10살이었다.



아이가 나에게 “생각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최소 3초간 기다려야 한다고. 그리고 가족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나서, 그 다음에 표현을 하란다. 마음신호등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게. 분노가 일거나 화가 나면 일단 멈추어야 한다. 멈추는 게 힘이다. 우울감도 이렇게 멈출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전에 기억이 떠올라.

몇 년전. 길위의청년학교 다시 시작하면서 지역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갈 때. 우울이라는 녀석이 찾아 왔다. 조금 힘들었다. 그 때 위로가 되어 주었던 사람들이 있다. 가족 뿐만 아니라 가슴 속 이야기 나누는 몇 분 중 지금 이사장님도 도움 주려고 노력했다. 그의 마음 씀씀이 자체로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막네. 어느 날 아침. 거의 잠을 못 자다가 새벽에 잠시 눈 붙이고 아침에 너무 힘들어 눈을 뜨고 침대에 걸터 앉아 있었다. 10살인 막내가 등교 하려고 가방을 매고 나가다가 나를 봤다. 갑자기 안방으로 들어오더니 나를 꼭 안아 주고 “아빠 사랑한다”고 하면서 학교에 갔다.

아이가 나가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침대에 걸터 앉아 있는데 갑자기 울음이 나오려고 했다. 이게 뭔가 싶었다. 어찌됐건 시간이 지나면서 잘 극복했다. 세상이 내 눈에는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다.

지금도 일의 양이나 수준은 비슷하거나 더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이전과 다른 또 다른 삶의 관점이 생겼다.

어제 잠들기 전 펼친 김혜남 작가의 에세이에서 오래 전 읽었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언급되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루게릭병으로 죽어 가던 모리 교수가 제자인 미치에게 남긴 말처럼 말이다.

“우리가 용서해야 할 사람은 타인만이 아니라네. 미치. 우리 자신도 용서할 수 있어야 해. 여러 가지 이유로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도 용서해야 하네. 일이 이리저리하게 되지 않았다고 탓할 수만은 없지. 나 같은 상황에 빠지면 그런 태도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네. 나는 언제나 ‘연구를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책을 더 많이 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네. 그 생각 때문에 나 자신을 질타하곤 했어.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런 질타가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겠어. 화해하게, 자기 자신과 주위의 모두와... 자신을 용서하고 그리고 타인을 용서하게. 시간을 끌지 말게. 미치. 누구나 나처럼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야. 누구나 다 이런 행운을 누리는 게 아니지.”

그러게. 가장 먼저 화해해야 할 당사자는 나 자신이다. 끝임 없이 자신을 닦달하고 몰아 가면 성과는 날 지언정 자신과는 계속해서 불협화음이 일 수 밖에 없다. 또 다시 우울과 불안이라는 나쁜 녀석들이 찾아 올 수도 있다. 계속해서 자신을 질타하고 몸이 너무 피곤한데 계속해서 몰아 가는 일은 그만 해야 한다.

자신과 화해하고 조금은 더 관대하게 대하는 일.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