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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전북일보] '더 글로리'의 권선징악과 진영 간 학폭 대응의 변화

by 달그락달그락 2023. 3. 29.

최근 학교폭력 대응 방안으로 학폭 내용을 생기부에 기록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대학입시까지 불이익을 주겠다는 교육부와 대학 관계자들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학폭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2012년 도입되었다. 생기부에 기재하고 보존하는 최대 기간은 초·중학교의 경우 5, 고등학교 10년이었다. 하지만 2013년 고등학교도 5년으로 단축되고 심의를 거쳐 삭제할 수 있게 됐고 2014년에는 최대 보존 기간이 2년으로 단축됐다.

 

당시 생활기록부에 학폭 내용을 기재하는 것에 가장 극렬히 반대했던 진영은 진보 교육감으로 알려진 인사들과 관련 교육단체였다.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고교시절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에 문제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하루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되었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으로 인해 피해자는 정신과 병원 진료를 받았고 '자살 위험 진단'을 받았으며 상태가 심각해진 피해자는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이르렀다.

 

반성은커녕 정 변호사는 아들의 대학입시를 위해서 소송을 이어 갔다. 피해자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고, 가해자는 서울대에 진학해서 대학 생활을 누리는 중이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더 글로리가 세계적으로 흥행하게 되고, 정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 사건과 맞물리면서 학폭 가해자들에 대한 심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교육부의 대응 방안과 함께 이미 정시 전형에 학폭 이력을 반영하고 있는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와 고려대, 중앙대와 한양대 등 학폭 이력을 정시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러한 발표가 이어지자 보수언론의 한편에서 형사 범죄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 대입전형에 학폭으로 불이익을 준다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수년 전 진보, 보수언론과 관계자들의 부딪침이 정반대로 나타나거나 이전의 비판적 논쟁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형국이다.

 

학폭 가해 학생이 줄어 든다면 가해 사실을 생기부에 기록해야 한다. 대학입시 또한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현 제도에서 정 변호사와 같이 권력을 가진 이들이 엄청난 돈을 들여 소송을 이어간다면 생기부에 기재가 되고 대학입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어쩌면 학교에서 일진으로 통하는 청소년들만 낙인찍는 도구로 사용되고(이들이 권력과 돈이 있고 서울대 갈 성적은 될까?), 오히려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면 안 될 정도의 학폭 가해자들이 교묘히 법적 처벌을 피해 가는 일을 만들어 내지는 않을지도 걱정이다. 정책이 잘 보완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매번 어떤 사건이 있을 때마다 만들어지는 제도의 허점에 진보, 보수로 나뉘는 정치권의 계산이 우리 사회의 불행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진영별 유불리에 따라서 주장하는 정책이 다른 자들의 논리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

 

죄지은 자 죗값을 받게 하고, 죄에 대한 아픔을 알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입시 문제로 인한 경쟁과 억압적 교육 환경을 타파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매번 정파적 이익에 따라서 복무하는 이들의 논리에 따라 청소년의 힘겨움만 커진다. 이들에 의해 구조적인 아픈 현실을 살아내야 하는 이들은 그 누구도 아닌 학생으로 통칭하는 청소년들이라는 말이다.

 

 

'더 글로리'의 권선징악과 진영 간 학폭 대응의 변화

최근 학교폭력 대응 방안으로 학폭 내용을 생기부에 기록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대학입시까지 불이익을 주겠다는 교육부와 대학 관계자들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학폭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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