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구 및 관점/칼럼

MBTI 신뢰하지 않는 학계, 재미로만 하세요.

by 달그락달그락 2023. 2. 3.

 

“MBTI가 과학적으로 유효하지 않다는 점, MBTI의 근거가 되는 이론이 임상심리학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 그리고 한 글로벌 기업이 산업 심리학과 자리 관리를 결합한 뒷골목에서 MBT를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 꽤나 짭짤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바다.” ‘메르베 엠레<#MBTI 의 탄생과 이상한 역사- 성격을 팝니다> 중에서

 

학계에서는 MBTI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인기가 있나? 심지어 회사 입사에 이 검사를 활용하는 지경까지 왔는데도 좀체 반박하는 일이 많지 않다. 온라인상에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넘치는 상황이다. 검사하고 몇 주도 안 돼서 50% 넘게 유형이 계속 바뀐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지만 멈추지 않고 광고와 소문은 넘친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마케팅의 승리일 뿐 결함투성이라 여기는 MBTI 검사가 통용되는 현실.” ‘알랭 드 보통의 글이다. 성격유형검사는 돈이 되고 관련 기업은 끊임없이 홍보하고 유행을 만들어 간다. 마케팅의 승리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완전 대박 상품이다. 소셜미디어가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 클릭 몇 번이면 엄청난 양의 정보와 자료가 쏟아져 나온다.

 

사람의 성격은 몇 가지로 단순화해서 파악할 수 없다. 완전한 외향성도 내향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모두 보유하고 있는 성격이다. 상황마다 그리고 환경에 따라 다를 뿐이다. 당연히 MBTI의 유형은 맞는다고 인식한다. 이미 모든 유형을 내가 가지고 있고,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에 따라 내가 선택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혈액형으로 성격 맞추는 정도로 모두 맞게 되어 있다고 폄하한다.

 

그럼 나쁜 건가? 그렇지 않다. 아이스브레이킹 수준에서 재미있게 풀어가면 그만이다. 문제는 이 검사를 신뢰해서 사람의 성향을 판단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 청소년 사이를 보면 너는 무슨 유형이냐?” 묻고는 자신과 같은 유형이니 좋다, 나쁘다는 둥 반응하면서 사람을 규정짓기 시작하는 일들이 많아 보인다. 청소년만 그런가?

 

성격 검사를 통해 전 인격을 갖춘 고유한 정체성을 찾았다고 믿게 만들지만, 사실은 각자의 개성을 뭉개 버리고 사전에 결정된 몇몇 유형으로 인간의 행동을 수평화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봉쇄해 버린다.” 앞에 소개한 메르베의 글이다.

 

2차 세계대전에 성격유형을 분류하면서 사람을 미리 정해놓은 어떤 종류에 따라 분류하는 행위 자체를 파시스트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또한 자본주의에서 성격유형을 나누어 그 유형을 규정해 버리고 그 영역에 맞는 업무와 일을 배치하는 도구로까지 쓰였고, 인종과 성별, 계급에 따른 편견까지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인성교육 운운하는 논란이 있었을 때도 그랬지만 사람의 성격을 어떤 틀로 정리한 후에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규정하는 게 얼마나 폭력적인 일인지 알아야 한다.

 

MBTI 성격유형은 재미 삼아 할 일이다. 제발이지 맹신하면서 나는 무슨 형?”이니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웃기는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 오래전 미국에서 공적 기관 입사 시 성격유형 검사할 때 기관에서 원하는 형태로 조작해서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선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MBTI는 그저 재미로 할 일이다.

 

생각하지 않고 그 근거도 모른 채 재미있다고 퍼 나르고, 어떤 광고나 유행에 휩쓸리는지 모른 채 반복적으로 그것(?)만 인식할 때 진실은 사라지고 거짓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미디어리터러시는 청소년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다.

 

방송에서 나오는 전문가들 이야기도 그들이 어느 자리에 있는지도 살펴야 할 지경이 됐다.

종편에서 의사, 약사 앉혀 놓고 몸 아플 때 어디 새우(?)가 어디에 좋다는 등, 비타민은 어떤 종류가 좋다는 방송 하면서 중간에 새우, 비타민 관련 건강보조식품 광고가 쏟아진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믿는지 조차 모른 채 기업의 광고 대상으로 휩쓸려 가는 세상이다.

 

그래서 너의 성격유형은 뭐냐고? ~~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