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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미래신문] 출산율 높이기 위한 청년정책에서 빠진 것

by 달그락달그락 2023. 3. 30.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100조가 넘는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전 세계 꼴찌다. 매번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문제로 청년층의 취업난, 교육비 부담, 높은 집값, 복지 문제와 경단녀, 여성차별 등을 거론한다. 청년의 힘겨운 시대라고 일컫는 사회적 분위기를 대부분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최근 군산시는 인구정책 T/F팀을 실무진 중심으로 개편함은 물론, 결혼임신출산, 양육보육, 교육 분야 정책을 우선 과제로, 정주여건, 일자리, 노인복지 분야는 중장기 과제로 분리해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청년 문제와 출산율에 대한 문제 해법은 몇 가지 우선순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유사한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상황과 함께 고려할 게 있다. 우리는 전쟁을 겪었고 이후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는커녕 100달러도 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도 출산율은 매우 높았고, 독재와 쿠데타가 있었으며 경제와 제도가 엉망일 때도 사랑했고 아이는 낳았다. 현재 OECD 국가 중에 1인 가구 싱글이 가장 많은 나라는 복지도 잘 되어 있고 양육과 보육, 교육과 정주 여건이 세계 최고로 먹고 살만한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돈도 중요하지만, 사람은 돈만으로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럼 정책으로 추진하는 일 이외에 무엇이 중요할까?

 

사람들의 관계다. 사람은 그 어디서든 을 나누고 신뢰하는 마음으로 함께 할 때 즐겁고 힘이 난다. 공동체이고 관계가 살아 있는 공간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타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존중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에 있다. 타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 선한 마음이 요체다. 이런 이야기 하면 분명 청년의 삶과 아이 출산과 무슨 관계냐며 헛(?)소리 그만하라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청년취업난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공동체 운운하느냐고? 몇 년 전 청년정책 연구할 때 서울에서 귀향한 청년들과 인터뷰했었다. 당시 가장 큰 이유는 안정성이었다. 고향에는 부모님이 계시고 사회적으로 실패해도 존중해 줄 수 있는 친구나 지인이 있다는 관계의 공간을 고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치열한 경쟁에서 힘들어했고, 서울에서 외로움은 극에 달한 청년들이 의외로 많았다. 연구 결과 취업을 하는 청년들 중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이 많았으며 미취업 하면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청년들은 커뮤니티가 없거나 활동이 미약한 경우도 있었다.

 

하버드대학이 1938년부터 79년간 724명의 삶을 추적 연구해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건강과 행복이 인간관계의 친밀감에 달려 있음을 밝혀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삶을 가장 윤택하게 만드는 것은 좋은 인간관계이고, 사람을 죽음에 내모는 것은 외로움이었다. 연구팀은 친구의 숫자보다 친밀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옆에 누군가 있다 하더라도 앙숙처럼 다투며 고통을 주고받는 당사자끼리 함께 있는 것은 따로 있는 것만 못하다는 것을 뜻한다. 주변인과 갈등 속에서 생활하거나 외롭게 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고통인지 잘 알려주는 연구다. 심지어 영국은 2018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설립 외로움담당 장관을 임명할 정도가 되었다.

 

청년들에게 자본주의 문제를 넘어서 우리가 집중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가 공동체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예는 너무 많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다. 현재 추진하는 청년정책, 인구정책 등 모두 추진하시라. , 청년 중심의 세대 통합적인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을 조금이라도 들여 실행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고 관계하는 안전한 공간이 만들어질 때 정주 여건은 자연스럽게 좋아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