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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미래신문] 생각 신호등, 그리고 나와 화해하기

by 달그락달그락 2023. 4. 25.

 

아침이다. 페이스북을 습관처럼 열었다. 예전 추억이라면서 수년 전 생각 신호등이라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마음이 바닥일 때였다. 어느 날 밤에 막내가 나를 상담해 주겠다면서 안방으로 왔다. 아이가 한참 상담 놀이에 빠져 있을 때였다. 질문할 거 있으면 하라고 해서 화가 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생각 신호등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장롱 앞에 전지를 붙여놓고 장황(?)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때 아이는 10살이었다. 화가 날 때는 생각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최소 3초간 기다리면서 가족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나서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마음신호등을 지키는 방법이라나? 그러게. 분노가 일거나 화가 나면 일단 멈추어야 한다. 멈추는 게 힘이다. 우울감도 이렇게 멈출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전에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당시 청소년활동 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연대와 자립을 위한 길위의청년학교를 준비하면서 지역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갈 때였다. 나에게 절대 찾아올 것 같지 않았던 우울이라는 녀석이 찾아와서 나를 괴롭혔다. 그때 위로가 되어 주었던 사람들이 있다. 지금 길위의청년학교를 함께 운영하는 이사장님도 도움 주려고 노력했다. 그의 마음 씀씀이 자체로 위로가 되었다. 물론 가족도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막네. 어느 날 아침이었다. 거의 잠을 못 자다가 새벽에 눈 붙이고 이른 아침 너무 힘들게 일어나서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막내가 등교하려고 가방 메고 나가다가 나를 빼꼼히 봤다. 갑자기 안방으로 들어오더니 나를 꼭 안아 주고서는 아빠 사랑해요라고 하고 총총걸음으로 학교에 갔다. 아이가 나가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데 갑자기 울음이 나오려고 했다. 이게 뭔가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픈 마음도 잘 치유하게 됐다. 이전과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다.

 

어제 잠들기 전 펼친 김혜남 작가의 에세이에서 오래전 읽었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언급되었다. 루게릭병으로 죽어 가던 모리 교수가 제자인 미치에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남긴 말이다.

 

나는 언제나 연구를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책을 더 많이 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네. 그 생각 때문에 나 자신을 질타하곤 했어.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런 질타가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겠어. 화해하게, 자기 자신과 주위의 모두와... 자신을 용서하고 그리고 타인을 용서하게. 시간을 끌지 말게. 미치. 누구나 나처럼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야. 누구나 다 이런 행운을 누리는 게 아니지.”

 

가장 먼저 화해해야 할 당사자는 나 자신이었다. 끊임없이 나를 닦달하고 몰아가게 되면 사회적 성과는 날지언정 자신과는 계속해서 갈등하면서 불화하게 된다. 또다시 우울과 불안이라는 나쁜 녀석들이 찾아올 수도 있다. 자신을 질타하고 몸과 마음이 너무 피곤한데도 계속해서 몰아가는 일은 그만 해야 한다.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 관계에 힘겨움은 바로 나 자신과의 불화에서 시작되는 아픔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나와도 화해가 안 되는데 어찌 수많은 이들과의 관계가 회복될까? 자신과 화해하고 조금은 더 관대하게 대하는 일. 지금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방법이 있냐고? 이미 막내 딸아이가 보여 주었다. 자신을 용서하고 누군가 힘들어하는 이를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라고 전하는 일이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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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다. 페이스북을 습관처럼 열었다. 예전 추억이라면서 수년 전 ‘생각 신호등’이라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마음이 바닥일 때였다. 어느 날 밤에 막내가 나를 상담해 주겠다면서 안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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