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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진로

자녀 교육의 답

by 달그락달그락 2023. 2. 15.

쉬는 월요일 아침, 출판사 사장님 또 연락이 왔다. 오늘까지 마무리해서 넘기기로 했다. 어제 날 새다시피 하고 잠시 눈 붙이고 9시 넘어서 꾸역꾸역 일어났다.

 

막내는 11시 넘어서 침대에서 스머스멀 기어 나온다. 무슨 영화 같아. 아이는 어제 11시경에 잠들었다. 그러니 최소 12시간 이상은 잔 거다. 눈곱 때는 것 같더니 유해나 6기 가입해야 한다면서 노트북 켜고 알람을 맞춰 놓고 식탁에서 밥을 먹기 시작한다. 열심히 키보드 두드리더니 가입되었다며 헤헤웃는다. 안방에 들어가 침대에 대짜로 눕고서는 천장을 보더니. “.. 좋다하면서 한참을 누워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빵을 구워야 한다면서 반죽을 시작했다. 이제 중학생 되는 아이의 일과가 시작된 거다.

 

그런데 이제 중 2학년 되는 아이는 아침 8시부터 장장 10시간이 넘는 시간 책상에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일어나지도 않아. 이 아이는 책상에 그만 앉아 있으면 좋겠다. 아이유와 빵에 빠져 있는 막내는 잠 좀 줄이고 책 좀 보면 좋겠다. 그냥 내 속 마음이다.

 

아이들에게 뭐라고 해야 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거의 안 한다. 가끔 운동해야 하지 않니?”, “너 아침에 조금 빨리 일어나면 어떨까?” 이 정도 수준.

 

왜냐고? 내 말을 안 들을 거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게 있어도 그게 맞지도 옳지도 않다는 것을 안다. 청소년 현장에서 꽤 긴 시간 활동하면서 많은 청소년을 만났다. 각양각색 부모들도 만났다. 사건 사고도 잦았다. 달그락하면서 그나마 조금은 평안해졌지만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도 있었다.

 

100%까지는 아니어도 부모들 상담하거나 부모 대상 강의할 때 거의 강요하다시피 하는 한가지는 자녀들 좀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제발, 그냥 두라는 것. ,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부모가 해 주어야 할 일이 여럿 있겠지만 내 보기에 가장 중요한 일 하나는 독립 전까지 울타리(또는 기댈 수 있는 비빌언덕)가 되어 주는 일이다. 부모가 사회 건 그 어디에서 건 아이의 최후의 방어선이면서 최전선에 자신을 보호해 줄 당사자라는 것을 알려 주는 일이다. 만약 자녀가 무엇을 해도 사랑해 줄 울타리이며 비빌 언덕이 부모라고 믿는다면 그 이후는 아이들이 알아서 한다(조금 오락가락하겠지만).

 

학원 여러 개 보내고 많은 돈 들여서 과외 하면 모두 서울대 가나? 서울권 대학은 가나? 만약 이 말이 맞는다면 우리나라 청소년 중 7~80% 넘게 인서울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 자녀가 입시 공부를 안 해. 그리고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고.

 

부모가 원하는 길로 가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거나 반항하게 되면서 부모자식관계만 안 좋아진다. 부모의 강요에 따른 저항, 거기에 갈등만 커진다. 이 원리는 시스템 같아. 돈 버리고 부모 자녀 관계 나빠지고 아이는 방황하게 되고 남는 게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입시 강요를 하나? 난 이게 정말 이해 가질 않는다.

 

10대의 때에 자녀가 집에 오면 부모와 대화는 하나? 부모는 아이들에게 바라는 모습을 자신이 보여 주나? 매일 책 읽으라고 하고, 공부하라고 하는데 부모는 책도 읽고, 긍정적인 대화도 하고 공부도 하나?

 

학교 중단하는 청소년이 소수 있을지언정 학업 중단은 하지 않는다. 내 보기에 부모 대부분이 학업 중단 상태다.

 

또 한 가지는 부모들이 그렇게 아이들 달달 볶는 근거다. 입시 공부를 그렇게 강요하면 성공한다는 근거가 있나? 부모교육에 대한 책 한 권은 읽어 봤나?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전문가들 만나서 이야기 들어 보고 공부하고 연구하나? 자식 뒷바라지 때문에 죽어라 일한다고 하면서 그 중요한 일을 위해서 노력한 것이 무엇인가?

 

고작 근거라는 게 옆집 자기(?) 이야기 듣거나 방송에 입시 광고 보고 자녀를 몰아가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교육은 옆집 자기(?)가 망쳤다는 소리가 있다. 내 자녀 교육 문제 누구에게 상담하나? 청소년 전문가라고? 옆집 자기다. 이웃에 아주머니, 아저씨. 이들은 또 누구에게 듣나?

 

스카이케슬 같은 드라마 상황 같은 게 있지 않냐고? 그렇게 할 수 있으면 하시고.

 

10대의 때에 청소년 자녀에게 정말 남겨 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평생에 부모로서 정말 내 자녀에게 해 주고 싶은 게 뭔가 말이다.

 

그럼 넌 네 자식에게 뭐하냐고? 그러게 말입니다. 그냥 거실에서 아이들하고 하고 싶은 거 하게 하고 저는 책이랑 노트북 보면서 제 할 일 하는데요. 저를 좀 무시하거나 막 해도 그런가 보다 하고 웃어 주고 가끔 짜증도 좀 내주는 조금은 푼수 아빠 노릇 하면서.

 

. 갑자기 이런 글 쓰면서 부끄럽긴 하네. 나는 그냥... .. ㅋㅋ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정도.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