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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진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방법과 이유

by 달그락달그락 2022. 12. 19.

나중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려면 지금은 해야 할 일을 우선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이 정설로 굳어지는 것 같다. 청소년에게 이런 말을 쉽게 하는 이들이 많다.

 

대부분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고 믿는 입시취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 나중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할까? 웃기는 소리다. 우리는 모두 안다. 대부분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을 더 많이 하고 산다.

 

너무나도 치열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시 당하고 믿었던 그 일이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으면서도 줄어들기는커녕 계속해서 커진다는 것.

 

무언가 잘 못 돼도 한 참 잘 못 되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처음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서 살면 된다고 쿨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잘 모른다는 것.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자신이 정말 원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줄 아는데, 깊이 생각해야 한다.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은 무언가? 내 가슴이 뛰게 하는 그 일이 뭔가?

 

말이 쉽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가장 쉬운 것은 남이 시키는 것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고 따라가는 것. 웃기는 건 시키는 그 사람조차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형성된 이상한 가치체계에 따라 편승하는 일이 대부분이라는 거다.

 

자신이 마음을 다해서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어서 자기 돈을 써서라도 행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서 움직이는 사람은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한 일을 하는데 진정성, 그 진심을 말해서 무엇하며, 그 일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할지는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와 그 누군가에게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며 노력을 강요할 게 아니다. 가능하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삶을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중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정작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언지 찾아가도록 돕는 일이다.

 

 

온종일 눈이 많이 왔다. 이 사진은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주변에 오늘 늦은 밤의 마을 풍경이다. 사람들이 한 명도 없고 너무나 조용한 밤. 오늘 내가 무얼 했나? 청소년을 만났고 선생님들과 대화했고(수다에 가깝다), 다음 주에 있는 길위의청년학교 이사회 잠시 준비하고, 진휘하고 민지와 장난도 쳤다. 저녁 시간은 법인의 서울과 경기 지역에 몇몇 청소년들이 달그락에서 행사하는 것을 잠시 지켜봤고, 다음 주 중요한 발표(?)가 있어서 저녁 내내 집중해서 준비했다.

 

내가 행하는 일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일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해야 할 일일까?

 

살아가면서 항상 고민되는 것은 그 일의 본질이 무언지다. 이전에는 청소년을 만나고 조직하고 활동하는 일, 교육하고 설 풀고, 글 쓰고 안내하는 그 일만 집중하면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연차가 쌓이면서 정작 그 일을 하기 위한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을 알게 됐다. 후배들과의 관계, 임파워, 리더십, 조직 운영, 예산과 모금, 정치적 관계 등 수많은 일들이 따라오게 됐다. 주변적인 일이라고 여겼던 이러한 일을 행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하고 싶은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여겼다.

 

활동 기획하는 일, 연구하고 보고서를 쓰는 일, 청소년활동 지원을 위한 전문가를 조직하고 함께하는 일, 모금과 운영에 대한 일 등 본래의 일을 하기 위한 수많은 일들이 많아졌는데 여기에서도 내가 착각한 게 있었다. 이러한 일 자체가 의미가 있고 중요한 일이며 청소년활동의 본질적인 지평을 넓히고 확산하는 일이라는 것.

 

시간이 가면서 청소년, 청년과 깊은 관계도 좋지만, 전문가와 이웃을 조직하는 그 일 자체도 본질에 가깝고 하고 싶은 일안에 포함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세상의 그 어떤 일도 진정성 가지고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의미를 찾아가며 행하는 활동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하고 싶은 일은 하늘에서 툭 하고 떨어지는 게 아니다. 행하는 일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의미를 찾고 부여하며, 그 과정에 느끼는 감정과 감동 그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모일 때 가슴에서부터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되어 갔다. 지금 이 시각(일요일 새벽 1시 경)에 끄적이는 이 글 또한 하고 싶은 일이다.

 

유튜브 보다가 셰프의 소금 뿌리는 모습을 보고 저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는 거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많은 경험과 체험, 학습과 자기 성찰 가운데에서 찾아가는 일이었다.

 

종일 눈이 온 하루가 지나고 그다음 날이 되었다. 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