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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진로

일과 놀이의 경계

by 달그락달그락 2023. 4. 10.

포르노 배우가 매일 섹스하는 일은 일인가? 사랑인가? 놀이일까?, 부부 또는 연인이 섹스하는 일은?

 

일하기 싫어서 놀겠다면서 제주도에 방 하나 빌려서 글을 쓰는 것은 놀인가?, 작가가 아침에 일어나 일하겠다면서 서재에 들어가 글을 쓰는 것은?

 

지쳐서 10년 만에 직장 사표 쓰고 놀겠다면서 산티에고 길을 한 달 넘게 발에 물집 잡히도록 걷는 일은 놀인가? 일인가?, 걷기 싫은데 학교에서 운동이라고 몇 시간 친구들과 걷게 하는 일은?

 

쉬고 싶어 직장도 안 가고 피시방에 가서 며칠을 쪽 잠자며 라면 먹으면서 게임만 하는 것은 놀이일까?,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서 5시간 내외 자고 모니터 앞에서 18, 9시간을 게임하는 일은 놀인가?, 일인가?

 

돈 받는 것은 일이고, 돈 쓰는 일은 놀이(여가생활)인가?

 

일과 놀이의 경계? 잘 모르겠다.

 

월급 받는 일을 하다가 몸을 키우겠다고 체육관 다니다가 운동이 너무 좋아서 일을 접었다. 그리고 전업으로 체육관에서 일하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일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 일이 재미없어졌다는 사람도 있고, 그 취미가 일이 되어 좋아졌다는 사람도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놀이(여가)에 돈이 개입되는 순간 힘들다는 이들도 있고, 돈까지 들어오니 좋다는 사람도 있다.

 

싫어하는 이 아닐 수 있다(그럼 ? ?). 좋아하는 놀이놀이가 아닐 수도 있고.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이면을 살펴야 한다.

 

 

내 보기에 무슨 일을 해도 몰입의미(가치)’가 중요해 보인다.

 

누군가는 몰입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쾌락이라고 했다. 일도 몰입이 되면 즐겁고 어느 순간 놀이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집중하려고 해도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놀이라면서 회식을 갔는데 몰입은커녕 상관 눈치 보기 바쁠 때 중노동이 된다.

 

몰입의 기준도 고민이다. 몰카나 포르노, 노름, 게임에 과몰입해서 그것만 하()는 것은 즐거움인가?

 

일과 놀이가 분리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내가 놀이라고 여기면 놀이고, 일이라고 여기면 일이 된다. 어쩌면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은 놀이이기도 하고 일일 수도 있다. 그 선택은 물론 자신이 한다.

 

워나벨이라는 말 수년째 유행이다. 일과 놀이(여가)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말인데 과연 가능한가? 어떤 이는 직업을 갖지 말고 놀자고도 한다. 월급 나오는 직장이 없을 뿐이지 일을 많이 하면서 즐겁게 지내는 이들도 있다. 글쓰기가 어떤 이들에게는 중노동인데 누구에게는 즐거운 일이고 밥벌이가 되는 이들까지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며 눈을 뜨는 순간 모든 것이 희망과 행복으로 넘치는 사람이 있을까? 행복한 순간도 있지만 단언하건대 대부분의 사람이 일터에 나가서 행해야 할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일의 의미가 중요한 이유다.

 

누구나 힘든 일이지만 그 일의 가치와 철학, 목적이 존재한다. 일이 힘들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면서 전문가도 되고 감동 있는 활동도 해 나갈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이는 의미는커녕 월급 이상의 목적을 찾지 못한다. 불행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즐거움과 힘겨움이 언제나 공존한다는 말이다.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일이건 놀이건 되도록 그 안에 어떤 가치나 의미를 두는 일이다. 어떤 이들은 노는데 이런 의미까지 두느냐 머리 아프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미를 두고 할 수 있고, 의미가 없었는데 하다 보니 의미가 생기기도 한다.

 

또 한 가지는 감동하는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 어차피 죽음으로 가는 삶인데 살면서 감동하는 일이 많을수록 삶의 의미와 행복도 커지더라. 내가 감동할 때를 생각해 보니 나와 연결된 사람들이 감동 받을 때다. 자신의 이기성을 발현시키는데 감동은 있을 수 없다.

 

누군가를 복되게 하는 일, 더불어 잘 사는 일을 할 때 항상 감사하고 감동한다.

 

자원봉사만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일은 타자를 위해 행하는 일이다. 택시 기사는 승객을 위해서, 교사는 학생을 위해서, 대통령이나 의원들은 국민의 안녕을 위해서 등 모든 직업은 나를 통해서 타자로 이어졌다. 결국 우리 모든 일은 그 가치와 철학에 따른 본질에 집중해야 옳다.

 

일도 놀이도 몰입이 가능하고 가치와 철학 있는 그 무엇, 나와 타자를 위한 감동이 있는 일, 놀이를 찾아볼 일이다. 삶은 너무나 짧고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