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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활동

충고는 삭제하고 나눌 것 더 찾는 한 해

by 달그락달그락 2023. 1. 18.

자기 돈을 쓰면서까지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돈이나 어떤 명예나 위치가 목적이 아니다. 그 일 자체가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 어떤 이들은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 막노동하고 호텔에서 서빙을 하면서 돈을 번다.

 

일을 할 때 돈을 삭제하면 남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진로, 직업, 활동 등 여러 단어로 이야기하는 (work)’은 우리 생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삶 그 자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진로와 관련한 강연할 때 가끔 질문했다. 공직에 있는 분들께는 그 일을 위해서 월급 받지 않고 내 돈을 투자할 수 있는가? 교사들이나 청소년시설 종사자들에게 지금 학교나 시설에서 청소년을 위한 교육이나 프로그램하는데 월급을 받기는커녕 여러분 돈을 내면서까지 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웃기는 말 같지만 내 하는 에서 돈을 걷어내면 보이는 게 정말 많아진다.

 

종일 땅을 파게 하고 다시 땅을 덮는 일을 반복하면 한 달에 천만 원을 주는 일을 평생 해야 한다면 할 것인가? 한다는 사람도 있고, 일억을 줘도 못 한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모두가 자기 형편과 처지에 따라 선택하기 마련이다.

 

사무실. 허리 아파서 종일 서 있었다.

 

명절 때면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오늘도 어떤 친구가 찾아왔다. 인사도 하고 대화도 하고 싶다고 했다. 차 한잔 마시면서 사는 이야기 나누고 그 친구에게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여러 충고를 하고 말았다. 대부분 과 관련된 이야기다.

 

내 딴에는 그 친구 잘되라고 하는 이야기였는데, 저녁 일정 때문에 나오면서 생각건대 내가 완전 꼰대처럼 굴었다. 이 친구가 이야기도 워낙 잘 들어 주어서 그런 건가?

 

이 친구에게 던진 몇 가지 충고를 돌아봤다.

 

첫째, 앞에서 말한 돈 내면서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뒤에 몇 가지 제언도 덧붙였다. 우리는 모두 일을 한다. 죽을 때까지 상당 부분의 시간을 일터에서 보낸다. 그 일터에서의 삶이 최소한 어느 수준에 가치와 의미가 있을 때 그래도 견디면서 살아갈 힘이 생긴다. 네가 하고 있는 일을 위해서 돈과 시간을 쓸 수 있느냐? 이런 말 하면 어떤 이들은 먹고사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만 닥쳐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것.

 

둘째, 네 나이도 있으니 이제 한 가지 일 잡으면 깊이 있게 해 보라는 것. 이 친구 직종이 자꾸 바뀌는 것 같았다. 일이 있어서 전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는다며 이력서를 여러 곳에다가 넣었다고 했다.

 

세 번째, 로또나 허황된 생각 하지 말고 지금 하는 일을 잘하는 게 나중에 돈도 벌게 해 주고 더 많은 자유도 준다는 것. 나도 일을 조금(?) 많이 하지만 자발적 선택에 따른 자유의지에서 하는 거라고. 누군가 강제로 시키는 일, 임금 때문에 한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다고 했다. 나중에 나이 먹으면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공부하고 노력해서 자기 역량을 쌓아 가면서 후에 그 힘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몇 가지 더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 10시 넘어 귀가 후 책상에 앉았다. 멍하게 앉아서 생각해 보니 이 친구(?)에게 정말 꼰대 같은 모습을 보인 것 같았다. 청년(?) 꼰대라.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문자 보냈다. 요지는 이런 거다. 너는 자기 소신이 있고 항상 자신에게 맞는 그 어떤 일을 찾으려고 고민하고 자신이 선택하며 실천하는 힘이 있는 친구다.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 힘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다. 그러니 잘할 거다.

 

내가 말한 꼰대 같은 이야기는 적당히 듣고 버릴 것은 모두 버려야 한다고 했다.

 

지금 이력서 낸 여러 곳 중에서 운이 좋게 좋은 분들을 만날 수도 있고, 여러 일을 경험하며 살다가 꿈꾸는 일을 만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복되고 열심히 살아가는 일 같다고.

 

나는 나대로 현장에서 열심히 잘 살 테니 너도 너만의 삶의 공간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일들만 많았으면 좋겠다. 로또도 당첨되면 더 좋고.

 

이런 말이었다.

 

청소년, 청년을 만나는 활동. 특히 청소년을 만나는 청년, 선생님, 청소년지도사와 상담사, 복지사 등을 많이도 만난다. 가끔은 맥락도 모른 상황에서 내 경험과 입장, 학습 수준에서 충고하는 나를 본다. 잘못 돼도 한참 잘 못 되었다. 요즘 며칠 페북 글도 자세히 보니 무슨 훈장질하는 것 같아서 혼자서 웃었다. 이게 뭔가 싶었다.

 

제언이나 주장은 할 수 있으나 내 입이나 글도 내 관점의 한 부분에 불과하지. 사람의 삶, 곧 진로에 있어서 오만가지 관점이 있고 운명이 존재한다. 그곳에서 선택권은 온전히 개인에게 있다. 삶의 몇 가지 원칙들, 성실, 사랑, 평화, 인권, 정의 등 여러 중요한 원칙이 존재할 뿐 그 이외 삶의 방향이나 과정은 모두가 다르다. 그 안에서 충고는 의미가 없다. 그저 이런 삶도 있고 이런 과정도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대화를 이끌어 갈 뿐.

 

내가 짜증 내는 일 중 하나가 상대를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나서서 충고하며 불쌍해하는 이들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많이도 돌아보게 된다. 삶의 선택은 온전히 당사자의 몫이다. 그 선택의 책임 또한 당사자가 질 일이다.

 

충고하지 말자. 이번 해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이번 해 나의 화두는 딱 하나다. 나눌 게 무언지 더 살피기. 만나는 이들이 복된 삶이 되도록 나눌 일을 찾는 것이다. 충고하는 입은 닫아야겠다. 어떻게든 더 나누며 함께 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나눌 게 더 많은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우리 설날. 또 새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