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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청소년활동

경쟁자를 이어주는 사잇꾼의 역할

by 달그락달그락 2023. 1. 9.

경쟁자 rival’의 어원은 river’이라고 했다. 강물을 사이에 두고 양쪽의 동네가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다. 양쪽 동네에서 식수로 함께 먹는 물이 강이다. 동네 간에 사이가 안 좋아도 강은 잘 살려야 서로 살 수 있다. 경쟁자는 이 아니다. 경쟁하지만 협력하며 서로 성장하는 관계다.

 

상대를 살려야 나도 사는 경쟁이면서도 협력해야 하는 관계. 그 사이를 이어주는 사람들이 리더다. 이곳과 저곳을 이어주고 강을 더 맑게 할 수 있도록 뛰어다니면서 함께 움직이는 사람이다. 이어령 선생님은 이런 사람을 사잇꾼이라고 했다. 반대로 상대를 모함하고 거짓을 일삼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으로 삼는 이들은 사기꾼이다.

 

사기꾼의 특성은 자신의 욕심만 채우고자 매번 적을 만들고 그들을 죽이겠다고 강물에 독을 풀어 버린다. 상대도 죽이고 결국 자신도 죽는 이가 있다.

 

덮어놓고 욕심부리며 타자를 무조건 모함하고 몰아내려고 혈안이 된 이들. 사이를 이어주기는커녕 그냥 사기꾼이요, 서로를 죽이려는 자들이다. 끊임없이 적을 만들어 내는 이들은 정말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일이다.

 

 

모험을 떠난 배. 폭풍우 칠 때가 있다. 배가 가라앉지 않으려면 스크루는 멈추어서는 안 된다. 스크루가 멈추는 순간 배는 가라앉는다. 폭풍우를 피하려고 방향을 옆으로 틀어도 넘어진다. 파도를 정확히 마주 보고 높은 파고를 거슬러 올라타야 배가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맑은 날씨와 폭풍이 칠 때 항해하는 스크루의 속도와 힘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폭풍우가 친다고 무서워하지 않고 정확히 앞을 보고 절대로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네 삶과 닮았다.

 

오래전에 스크루처럼 살고 싶었다. 나서서 조명받고 싶은 생각도 그리 크지 않았다. 물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며 가야 할 곳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을 전달하는 삶. 어느 순간 알았다. 엔진에 기름만 있으면 스크루는 계속해서 돈다.

 

폭풍우가 칠 때 스크루는 이전과 이후가 똑같을지 모른다. 언제나 물에 가려져 있으니 말이다. 태풍과 같은 두려움이 몰려올 때 이를 마주 보고 앞으로 방향을 설정해 주는 조타실의 방향타와 어둠을 밝혀 주는 조명이 얼마나 중요한 활동인지 알았다.

 

태풍이 몰아치는 파도의 한 가운데 정확한 방향으로 빛을 밝히고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사잇꾼의 역할이다.

 

우리네 삶도 그렇다. 나를 직면하며 그곳에 을 밝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