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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내가 켜지지 않을 때

by 달그락달그락 2022. 7. 11.

어제 늦은 밤에 괜히 영화를 보다가 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계를 보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글 모임 오프닝 열고 몸이 피곤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잠시 누우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가슴이 울렁였다. 가슴은 내가 아닌 경우가 많다. 자기 마음대로다. 가슴이 왜 뛰는지 모르겠지만 쿵쾅거리는 널 뜀때문에 지금 이 일도 이렇게나마 꾸준히 하고 있다.

 

아침에 시를 읽었다.

 

회사 반대쪽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삼십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등 뒤에서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전원을 껐다 
이대로 가다 기차를 타면 바다가 나오리라 
느리게 날카로워지는 능선에 눈길을 주다가 
문득 내 이름을 불러보았다...

 

이문재 시인의 스트라이크라는 시 중 일부다. 갑자기 회사 반대쪽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는 첫 문장이 좋았다. 매번 일상을 살아가며 그 일상의 경이로움과 감동, 감사에 몸 둘 바 모르지만, 언제인가는 그 일상에 매몰되어 지쳐나갈 때 많았다. 물론 그 일상의 상당 부분은 이도 삼도 아닌 이다.

 

새벽에 기관내외 마감 칠 일들 7월에는 모두 정리해보자는 일념에 끄적이면서 우선순위를 매겨 보지만 일은 항상 생각했던 것보다 많게 서 있다. “스마트폰을 껐는데도 내가 켜지지 않았다라는 시인의 말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일상은 일로 점철되는 일이 아니다. 내 삶의 한 부분으로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일 뿐. 매몰되지는 말아야겠다. 스마트폰을 껐는데도 자신이 켜지지 않을 정도로 달리는 일은 조금은 슬퍼 보였다.

 

일주일에 하루 갖는 휴일이다. 구글 일정표 보다가 멍해졌다. 스마트폰 끄면 내가 다시 켜질까? 내 스마트폰 안에는 뭐가 있나? 이 녀석은 잠도 안 자고 왜 계속 켜져 있을까? 내가 그 안에 있나? 얘가 내 안에 있나? 나는 켜져 있나? 얘 안에 들어가 어딘가 꺼져서 어딘가에 숨어 있나? 에잇~ 모르겠다.

 

하루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모 원장님 말씀으로는 일탈보다 이탈이 더 어렵다고 했다. 두 가지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겠다. 어쩌면 어머니 자궁에 있다가 튀어나와 지금 생을 살아가는 일 자체가 일탈이고 이탈이며 곧 삼(?)탈이 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기억나지도 않지만 가장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그때는 엄마 뱃속이리라.

 

 

 

월요일이다. 또 하루의 시작이고 가슴이 꽁꽁 뛰는 그런 날이다. 노트북 옆을 보니 아이가 계속해서 나를 보며 웃고 있다. 큰 애가 학교에서 만든(?) 인형이라고 줬다. 이 아이는 어제부터 노트북 옆에서 계속 웃고 있다. 나도 웃어 줬다.

 

오늘은 술도 안 마셨는데 글이 이상(?). 치과 가야 하나..ㅋ 이번 한주도 계속해서 웃는 날이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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