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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가장 안전한 사람

by 달그락달그락 2022. 7. 24.

10년도 더 된 이야기다. 작은 청소년시설 운영할 때였다. 여선생님이 10대 후반의 여자 청소년에게 사후피임약 때문에 함께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유일하게 자신의 성관계 이야기를 기관 선생님께 한 것이다.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고 임신의 두려움으로 인해 힘겨워 할 때에 안전한 한명의 선생님이 있다는 것.

 

그 선생님이 그 청소년에게만큼은 가장 안전한 존재였다는 것에 기관장으로 그 선생님에게 감사함이 컸다. 이후 청소년의 부모님과 상담하는 등 아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여러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요일 저녁에 운영하는 청소년활동가글쓰기네트워크 일명 청글넷에 공저 프로젝트 참여한 청소년지도사 선생님들 글을 수정보완했다. 한 선생님의 글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선생님이 청소년시설에서 일 할 때 시설에서 꽤 긴 시간 활동했던 청소년이 자신에게 레즈라며 커밍아웃했고 그 때문에 벅찬 감동을 받았다는 선생님의 이야기였다. 청소년이 자신의 성정체성으로 너무나도 힘겨워 할 때 유일하게 터 놓고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그 한명이 자신이었다는 것에 대해 감동 받은 것이다.

 

 

청소년센터에서 여름이면 가는 캠프에 100여 명의 청소년이 모였고 3일간 토론하며 프로그램 진행하는데 그 마지막 날 발표하는 장이 있었던 모양이다. 자발적으로 무대에 올라서 여러 내용 발표하는데 갑자기 그 청소년이 무대에 올라 커밍아웃 했고 참여한 청소년 중에서도 몇 명이 손을 들고 자신도 그렇다고 함께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모든 청소년이 그들을 박수로 응원해 주었다는 글을 읽다가 울컥하고 말았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큰 힘을 받을 때가 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 줄 때다. 존재 자체로 존중하고 사랑할 때. 그런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 한 명이라도 안전한 사람이 존재하는 것 때문에 어떤 힘겨움이 있어도 살아내는 것을 안다. 사람이 사람 때문에 산다는 것은 그런 거다.

 

존재 자체를 존중해주고 사랑해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