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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일상이 기적이다.

by 달그락달그락 2022. 1. 2.

오전에 단골 미용실 원장님이 앞머리 컷 비용을 1년여 따로 모아서 꾸준히 후원하시겠다고 전화 주셨다. 익명의 후원자님이 크리스마스 상여금 전액을 기부했다는 글이 법인 선생님들 모여 있는 전체 단톡방에 올라 왔다. 울컥 했다. 어제 운영하는 기관 중 한 곳의 이사장님은 선생님들 식사라도 했으면 한다고 식사비를 가져 오셨다. 선생님들께 식사 자리 자주 못 만들어서 미안해하는 마음을 전하는데 내가 오히려 송구했다.

 

며칠 전 출장 다녀오니 책상 위에 작두콩이 놓여 있었다. 연구소의 지원봉사 모임에 회장님께서 밥 먹을 때 꼭 넣어 먹으라면서 선물해 주셨다.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에서 활동하는 청소년 중 한 친구가 목에 좋다는 을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다면서 냉장고에 있으니 드시라는 편지글을 써서 책상에 놓고 사라졌다.

 

길위의청년학교에서 활동하는 청년 회장님이 청소년들과 나누어 먹으라고 귤을 보내 줬다. 이 친구는 농촌에서 혼자서 청소년운동하겠다고 열심을 내는 가난한 친구다. 귤 보는데 괜히 미안했고 고마웠다. 그제는 톡으로 아빠 회사에서 가장 고퀄 상품이라면서 작은 선물을 책상에 놓고 갔다고 꼭 받으라는 청소년의 글이 날라 왔다.

 

최근 한 달여 일어난 일이다. 이런 사연은 연구소에 활동 가운데 일상이 되었다. 이 글 쓰면서 깨달았다. 일상이 모두 기적이었다.

 

운영하는 연구소와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은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민간 기관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겪는 분들이 많아 보인다. 특히 군산 지역은 펜대믹 뿐만 아니라 대기업 철수로 인해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지역이 되었다.

 

운영하는 기관 또한 어려움을 겪을 각오를 하고 활동을 이어 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오히려 시민들의 보이지 않는 후원이 꾸준히 이어 지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에 사회혁신을 꿈꾸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공간인 길위의청년학교를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문을 열었고 2년여가 되어 간다. 청년들의 연구와 활동이 귀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니 코로나19 이전보다도 연구소의 활동량은 더욱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일이 일상의 삶을 살아 내면서 청소년, 청년과 함께 하는 시민들의 힘이라는 것을 안다.

 

 

새해 첫날이다. 구입하고 쌓아 놓기만 많은 책들 중에서 고른 게 크로포트킨의 청년에게 고함이다. “내가 알고 가지고 품고 있는 것이 온전히 자신에게만 속하지 않음을 깨닫고 그것을 더불어 누리려 하는 사람들, 나누고 싶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나답게 하기 위해, 너를 너답게 하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한다.” 이것이 바로 연대라면서 상호부조론에 대한 주요 내용을 쉽게 설명했다.

 

생명을 인식하고 내가 가진 것이 온전히 나에게 속하지 않은 것을 깨닫고 서로 나누려고 하는 이들이 많은 날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

 

 

 

늦은 시간 퇴근하면서 군산 구시청 앞 광장에 서 있는 트리를 멍하니 바라 봤다. 지난 한달 동안 지역의 청소년들과 시민들이 참여해서 손뜨개를 해서 장식한 트리다. 모두가 시민들의 기부로 이루어진 손뜨개 평화트리는 한반도 평화 실현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해진다. 손바닥만큼 작은 손뜨개질 한 천들이 모이고 붙어서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준다.

 

내 보잘 것 없는 삶도 뜨개질 한 작은 헝겊 한 쪼가리일지 모르나 연결되어 빛을 발하는 순간 이렇게 멋진 트리가 될 수 있음을 안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연결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누고 있다. 우리의 인간적인 삶이 손뜨개의 모습과 닮았다. 한올한올 뜨개질하면서 사랑을 엮어 가며 빛을 내는 사람들이 보여서다.

 

새해다. 촘촘한 평화 트리가 빛을 발하면서 서 있듯이 우리네 삶 또한 을 나누며 관계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약자들을 더욱 환대하면서 연결의 끈을 강하게 하고 연대하는 우리 지역민들 모두가 될 것이다. 어떤 특별한 축제도 이벤트도 아닌 우리네 일상에서 이러한 연대의 삶을 지속된다. 일상이 기적이다.

 

http://www.sjbnews.com/news/news.php?code=li_news&number=733119 

 

[아침발걸음]일상이 기적이다

/정건희(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오전에 단골 미용실 원장님이 앞머리 컷 비용을 1년여 따로 모아서 꾸준히 후원하시겠다고 전화 주셨다. 익명의 후원자님이 크리스마스 상여금 전액을 기부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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