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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존경 받아야 하는 사람

by 달그락달그락 2021. 12. 27.

당신이 서울대 교수여서 존경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쓴 논문이 무엇인지, 어떤 이론서를 썼는지 알고 싶어요.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지도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당신이 판사여서 존경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인권과 정의를 위해서 공정하게 어떠한 판결을 내렸는지 알고 싶습니다.

 

당신이 대형 언론사 기자여서 존경하는 게 아닙니다. 사회의 공기를 위해서 어떻게 권력을 감시하며 어떤 기사를 쓰는지 알고 싶습니다.

 

당신이 성직자여서 존경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목숨처럼 아낀다는 경전의 내용을 말로만이 아닌 삶으로서 어떻게 살아 내고 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당신이 시민단체 활동가여서 존경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꿈꾸는 이상사회를 위해서 어떻게 삶을 살아가며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당신이 교사여서 존경하는 게 아닙니다. 교육의 본질을 붙잡고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지 그들의 진로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당신이 의사여서 존경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을 만나는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서 어떻게 진료를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착각하지 맙시다. 당신의 직업과 학력 때문에 존경하는 게 아닙니다. 존경하는 이유는 실제적으로 행하는 일의 내용과 당신의 삶에 있습니다.

 

직업이나 학력 때문에 사람을 존경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가당치 않습니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중국음식을 배달하는 분도 존경할 분이 계십니다. 건설 일용직으로 일을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그렇습니다. 이 추위에도 지구환경을 위해서 몸으로 움직이는 환경운동을 하시는 분들도 그렇습니다.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 소수자 등 약자들의 인권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존경은 사회적 직위나 명예, 권력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어떠한 일을 하던지 인간이 갖는 애정과 존경은 그가 머문 일터와 전체적인 삶에서 나옵니다. 이런 글을 끄적이고 있는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저의 비참할 정도로 부족한 수준에서 지난 한해에 내 입으로 이야기 했던 일들을 현장에서 어떻게 삶으로 살아 냈는지 가슴을 들여다 볼 뿐입니다. 존경은 고사하고 그저 이 수준이라도 살아 내는데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어려웠을 때가 많았습니다. 어쩌겠습니까? 그게 저인 것을요.

 

 

새해입니다. 타자의 존경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제가 제 자신에게 솔직하게 조금은 당당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해가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