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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강의 및 연구

10대는 누구나 아프다

by 달그락달그락 2021. 12. 18.

 

오전에 전북대에 특강이 있어서 청년들 만나고 왔다. “청년은 이상이고 역동이라면서 나도 청년이라고 소개 한 강의. 청년들 집중하며 열심을 내는 모습 보면서 좋았다가 한 편으로 괜히 애잔한 마음도 들었다. 어제 새벽까지 읽은 보고서 글 때문이다.

 

어제 새벽까지 가르치는 학생들 보고서 확인 했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보고서 중 하나가 청소년기에 힘겨웠던 일들이 무엇이었는지 서술해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누가 도움을 주었고 어떻게 이겨 냈는지, 그리고 당신이 청소년지도자나 외부 관계자였다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적어 보라고 했었다.

 

10대에 자신이 가장 힘겨운 이야기들을 오픈하고 이겨 나가는 과정을 서술한 글을 보는 내내 아팠다. 반절 정도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이면서 소수는 가해자로 고통 받고 있었고,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가족의 힘겨움도 눈에 많이 보였다.

 

사춘기 접어들면서 자신도 이해 못할 분노가 있었던 친구, 내성적 성격 탓에 나서지 못하다가 정작 하고 싶은 일 못하게 된 일, 성적은 좋았는데 가정 형평상 알바까지 해서 마련한 대학입학금을 부모에 주어야 했던 사연까지... 읽으면서 영화에 나오는 장면이 연상될 지경이었다. 그 누구도 개입하지 않고 억지로 그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견뎌내는 10대들이 많아 보인다. 수면 아래에 가라 앉아 있지만 내 주변에 조금만 눈을 돌리면 일상이다. 이런 아픔들 만나면 아프고 힘겹다.

 

늦은 밤까지 학생들 글 붙잡고 읽다가 힘겨웠지만 확신도 갖게 되었다. 우리가 하고 있는 달그락 만의 독특한 청소년 자치활동이었다. 소명감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청소년들의 자치활동, 그들이 행하고자 하는 그 활동 안에서의 공동체성과 나름의 뜻을 가진 이상이 있음에 그들의 힘겨움을 넘어 설 수 있겠다는 더 큰 확신이 들었다.

 

상처가 나고 아파하는 모든 청소년들이 그랬다. 자신이 아팠다는 것, 그 아픔을 알아 줄 수 있는 사람, 보듬어 줄 수 있는 그 사람이 필요했다고. 10대와 직간접적으로 관계 하는 이들의 삶이 그들과 얼마큼이나 더 관계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프로그램이나 이벤트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 능력이 엄청나서 모든 청소년들을 만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만나고 소통 하는 게 맞다. 그 과정에서 자치활동은 더 없이 소중한 과정으로 읽힌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안에서 공동체성을 만들면서 친구들 간에 의사결정에서 민주적인 의견수렴과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그 활동을 지지하고 지원하면서 속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선생님과 이웃을 만들어 간다는 것.

 

더불어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자치활동이 청소년 자신이 불쌍해서 하는 게 아니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그들이 꿈꾸는 사회로의 변화를 일구는 참여가 주된 활동이다.

 

힘겨움을 안아 주고 치료 받고 그 과정 자체가 자신이 속한 공간에 참여하고, 사회에서 자치하면서 시민으로서의 주체성을 형성해 가며 이 사회에서 능동적인 삶을 살아 내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자치활동만큼 더 좋은 활동이 있을까?

 

힘든 글 모두 읽어 내면서 우리가 하는 활동을 더욱 더 깊이 있게 확대해야 할 마음이 강해진다. 샘들과 내년에는 청소년들 자치조직 더욱 확대할 방안 마련해야겠다.

 

 

#사진은?

강의 들었던 청년이 찍어서 보내 준 사진이다. 얼굴 나온 사진 올리면 좋아요 많다. 그래서 투척. 29세라고 했더니 아무 반응이 없었다. 큰일이다. 6~7년 전 29세라고 할 때 강의 들었던 분 중 교감 샘 계셨는데 자신의 딸 소개해 주겠다고 까지 했던 적이 있었다만. 아무튼 하루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