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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나를 지키는 방법

by 달그락달그락 2021. 8. 23.

인간관계에서 상당수 문제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배타하며 함부로 대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나의 말과 태도로 상대방이 상처 받는 경우가 있다. 마찬가지로 나도 타자에게 상처를 받는다. 사회라는 구조에서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나를 먼저 지켜야 한다. 너무 열심히 일을 했다. 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중요한 존재다. 나답게 나 중심으로 살겠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 그 누구보다도 나는 소중한 존재다." 등 몇 년 간 청년들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말이다.

 

이런 내용을 기초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도 여럿 보았다.

 

요체는 가 그 누구보다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동의하는 부분이 크다. 수많은 조직과 관계에서 갑질을 당하거나 모멸감을 받기도 한다. 그러한 관계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방어기재 발동시키고 자존감을 높여야 하는 일이 많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게 한 가지 있다. 내가 소중하듯이 나와 연결된 타자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

 

 

 

어떤 회사에 신입 직원이 있었다. 일의 마감 시간을 넘겼으며 프로젝트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신입 직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에게 묻는다면 그 이후의 대응은 단순하게 설명할 수 있다. 보고해야 할 선배나 상관에게 일이 늦어지고 실수한 부분의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사과할 일은 빨리 사과하고 고쳐나가면 그만이다. 충고나 꾸지람도 있을 수 있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잘 못한 일이니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내 문제에 직면해서 수정해 나갈 일이다. 자기 부족을 알고 이해를 구하는 일은 자기 직면의 시작이다. 이는 긍정적인 자기 변화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청년은 사과와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자기 합리화를 시작했다. 자신은 일을 너무 많이 했고, 잘 하고 싶었지만 물리적인 시간과 환경상 이런 문제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면서 자위했다. 자신은 소중한 사람이라며 위로 받기를 원했고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주는 사람을 찾았다. 부모나 연인 등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이들에게 연락해서 회사 이야기를 하면서 직장 선배나 후배를 비판하고 자신의 잘 못은 큰 잘못이 아닌 것으로 포장하고 위로 받기 시작했다.

 

"너는 정말 소중한 존재야. 그러니 누구도 너에게 그렇게 대할 수 없어. 별 문제도 아니고 만.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 논리를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어떤 이들은 페이스북에 자신의 잘못 보다는 타자의 문제를 부각하는 글을 올리고 불특정 다수의 친구들에게 위로 받기까지 한다. 물론 페이스북의 친구들은 알지 못하는 타자를 비난하기 바쁘다.

 

최근 기업이나 기관단체의 대표나 임원 중 신입 직원들 중 이런 청년들이 있다고 토로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청년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나이를 먹고 안 먹고의 차이는 없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세대를 넘어 어디에나 존재한다.

 

살다 보니 한 가지는 알겠다. 자신이 행한 일(권한)과 책임에 따라서 그 사람은 성장하기도 하고 성장 없이 자기논리의 덫에 걸려 허우적대기도 하더라.

 

논리는 합리를 가장하고 배반하며 파괴할 수도 있다. 논리적이라는 말이 합리적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말이다. 독재자들이 사람을 가두고 죽이는 일을 그냥 하지 않는다. 독재는 법을 통해서 만들어 간다. 독재자들이 법조인들 시켜서 폭력을 정당화 하고 그들의 권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만든 법은 매우 논리적이다. 국익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면서 유신헌법을 만들어서 독재를 강화하는 이들을 우리는 몸으로 겪었다.

 

어떤 이가 그랬다. 합리(合理)라는 것은 정말 사리(事理)에 합당한 것이고. 논리라는 것은 사리에 합당한 것처럼 말과 글로서 설득하는 기법이라고. 문제는 자신만을 위해서 타자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만들어 자기편을 모은다는 것이다. 이를 또 자기 합리화라는 말로 포장하기까지 한다.

 

내가 하는 활동은 무조건 지지를 받고 싶다. 하지만 잘 하는 일은 지지 받고 못하는 일은 적절히 비판해 주는 사람이 나를 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무조건적인 지지는 잔디가 예쁘게 깔린 함정과도 같다. 잔디 안에 숨어 있는 구덩이에는 독사들과 쇠창살이 우뚝 솟아 있는 함정이다.

 

선후배 누구나 마찬가지다. 나를 살리는 사람은 긍정적인 신뢰 관계 안에서 서로 간 허물없이 속을 보여주면서 진정성 가지고 좋은 것은 좋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가 옳다고 여기는 일이 있더라도 타자가 비판할 때 수용하면서 토론할 수 있는 관계다.

 

어떤 일을 해도 우쭈쭈해 주는 관계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서 멈추어야 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그 누구나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삶을 살기 마련이다. 나도 소중하지만 타자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을 완전히 객관화 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직면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은 누구나 가능해 보인다. 내 문제를 가능한 회피 하지 않아야 한다. 그 문제를 알지 못하는 가까운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칭찬과 지지를 받는 일은 자칫 음식에서 달디 단 설탕을 계속 먹는 것과 같다. 격려와 지지를 부정한 게 아니다. 우선적인 칭찬과 지지는 중요하나 문제가 보일 때는 가능한 객관화 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다른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나가 그렇다. 나도 소중하고, 타자도 소중하다. 자신만 소중하다고 하는 이들이 많은 세상은 끔찍하다. 나를 지키는 방법은 나만 소중하다고 우기면서 방어하는 행위가 아니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인식하고 합리에 기반 하여 논리적일 때 그 사람도 사회도 성장하기 마련이다.

 

타자를 배타하고 함부로 대하는 일은 직장 상관만 하는 일이 아니다. 나를 들여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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