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는 이야기

희망이 있는 '없는' 길

by 달그락달그락 2021. 9. 13.

01234

나는 하나의 종착점을 알고 있다. 그것은 무덤이다. 이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으며 길잡이가 필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곳까지 가는 길에 있다. 물론 길은 한 가닥이 아니다.” 루쉰의 묘지명이다.

 

이 분은 희망에 대한 표현도 길로 연결시켜 했다. “원래 땅위에는 길이란 게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게 곧 길이 된다.”

 

내가 믿는 운동론과 닮았다. 뜻과 이상에 함께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변화는 일어난다. 개인, 공동체, 사회까지 활동의 전개과정이다. ‘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 만큼의 고민과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함께 하는 이들과 많은 것을 교감할 수 있고 생각을 나눌 수 있다. 사람들과 새로운 길을 내는 과정이고 목적이고 결과 그 자체다.

 

우리 삶이라는 길의 끝을 가는 데에는 루쉰의 말처럼 가이드가 필요 없다. 모두 그 종착지인 죽음에서 멈추게 되어 있다.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이라는 말도 있다. 군자(君子)는 덕()이 있는 사람으로 밝고 바르게 행동한다는 뜻이라고 배웠다. 대로(大路)의 사전적 의미는 넓고 큰 길이다. 어떤 목적을 향하여 나아가는 활동을 함에 있어서 큰 방향으로 읽힌다.

 

내 보기에 대로는 뜻과 의가 살아 있는 길이다. 얄팍한 술수나 지식으로 자신의 기득권이나 명예, 권력, 돈 욕심에 사로잡힌 자들이 걸을 수 없는 길이다. 부끄럽지 않은 길이다.

 

저녁이 다 된 시간에 월명산을 잠시 산책했다. 오랜만이다. 오래전 어릴 적 뛰어 놀았던 길은 이제 사라졌다. 새로운 길도 있고 막힌 곳도 있고 높은 곳도 있다. 보이는 게 모두 길이 아니다. 갈 길이 있고 가지 말아야 할 길도 있으며 길이 아니지만 가야만 하는 수풀도 보인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라고 했다. 길을 잃었는가? 뜻과 이상이 설정 되었다면 길을 떠나는 바로 그 시작점이 큰 길이 될 것이다. 대로는 이미 난 길이 아니다. 희망의 길은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길이 나는 과정에 진통도 있지만 뜻과 이상, 철학에 따라 길은 계속해서 넓어지고 깊어지면 탄탄해 질 것이다. 우리사회가 진보하고 변화해 온 과정이다.

 

길이 없는가? 일단 뜻을 품고 떠나자. 새로운 길을 나서자. 길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떠나서 걷는 자의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 가는 길이라고 하니 얼마나 멋진가!! 없는 길을 떠나면서 만들어 대로가 된다.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일상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다운 삶의 예민함, 그래서 더 아픈  (0) 2021.10.11
삶이 좋은 이유 중 하나  (0) 2021.10.10
나를 지키는 방법  (0) 2021.08.23
내 친구들  (0) 2021.06.01
잘 산다는 건?  (0) 2021.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