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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및 관점/칼럼

차단할수록 위험해지는 청소년들

by 달그락달그락 2021. 1. 4.
공부할 곳이 없다. 공부에 장소를 가리느냐 이런 소리를 주둥이가 있다고 하신다면 열나 패줄 수 있다. 중략 아니면 모든 방역을 위해 다 중단하라. 시험도 중단하라. 학력의 차이라고 웃기지 마라. 사교육업자가 그렇게 쓰라고 하더냐 학습 환경의 차이다. 바보들아. 어른들에게 우리는 돈벌이 수단이지 그렇지? 코로나가 우리가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지를 너네들은 모르지. 씨발,..”

 

가난하고 좁은 집 TV소리를 아무리 줄여도 방음되지 않고 부모의 싸움이 확진자 수 늘 듯이 줄지 않는 아파트 작은 평수에서 살아가는 청소년이라고 소개하며 이번 기말고사는 포기했다는 글로 최근 SNS에 많이도 공유되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누군가 공감한다고 하지만 몸으로 체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앎은 완전히 다르다. 아버지 사업 망하고 단칸방에 살았었다. 험난했던 사춘기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섯 식구가 한 방에서 사는 것은 곤욕이었다. 화장실은 재래식이었고 내게 그곳은 매일의 지옥이었다.

 

집에서 공부는 할 수가 없어서 독서실로 향했다. 그 곳에서 공부가 아닌 공상을 하곤 했다. 누군가 아저씨 냄새라고 주장했던 이상한 냄새가 찌들어 있었고 습기 차고 어두침침한 그곳에 내 친구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금 돌아보니 그래도 나는 독서실이라는 탈출할 공간이 있었다.

 

통계를 보면 그 당시보다 현재 청소년들의 자살률과 행복지수 더 낮아 보인다. 거기에 코로나19를 만났다. 눈과 몸과 마음으로 사회를 알게 된 청소년들. 기말고사 폭망 했다고 화낸 청소년은 갈 곳이 없다. 작은 아파트에서 갈등하는 부모와 공존하면서 공부가 될 턱이 없다. 이 친구 어디로 가야 하나?

 

조선족으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재현이네는 방 하나와 거실 겸 부엌 하나로 이루어진 단칸방에서 재현이와 아버지, 당뇨를 심하게 앓는 삼촌이 함께 살고 있었다.” 이번 달 민들레에 실린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의 글이다. 이런 글 읽으면 가슴이 턱턱 막힌다.

 

코로나19가 터지자 프랑스는 초등 1학년 아동과 맞벌이 부부 그리고 방역 근무자의 자녀들을 우선 등교시켰다. 우리는 고3학생들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등교했다. 수능이 끝나자 학교에서는 수업은 없고 영화 보여주고 영상으로 출석 처리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적나라한 우리의 교육 현장의 모습이다.

 

 

 

학교는 나가는데(반절씩 또는 1/3 ) 공공 청소년기관은 행정에서 대부분 폐쇄 조치를 내린다. 방역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이유다. 나는 코로나19에 최대한 방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다만 약자들이 더욱 불안정하고 바이러스에 노출된 공간에 방치되는 것은 정말이지 보기가 힘겹다. 역설이다. 장애인, 복지 대상자인 아동청소년들의 방역을 위해 차단하면 할수록 이들의 건강은 더욱 불안해진다. 집에 들어가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는 모양이다.

 

단칸방, 고시원, 그리고 집 나온 아이들에게 집에 가라고 하면 어찌 하나? 그들에게 주거 공간이 더욱 방역에 구멍이 뚫린 걱정되는 공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해 보았나? 집이 집 같아야 집에서 안전과 안정을 취할 것 아닌가?

 

집값에 대한 기사 연일 넘친다. 집이 아닌 집값 올리는데 혈안이 된 인간들 넘치지만 집이라는 그 공간이 가족에게 특히나 자신의 자녀에게 어떤 공간인지를 생각하면서 좋은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이전에 청소년들의 삶의 환경이 그렇게 좋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전이나 이후나 힘겨움은 비슷하다만 팬데믹 이후 상처 있고 약한 청소년들은 더욱 힘겨운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코로나19 이후에 공평, 공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금 돌아 볼 일이다.

 

약자들이 더 안전한 공간이 무엇이고, 세금 들여 공공의 일이라고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기관에서 무조건 방역을 내세우면서 더 열악한 공간으로 내 모는 일은 아닌지? 우리가 현재 상처 많은 청소년들, 특히 약하고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이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볼 때이다.

 

www.sjbnews.com/news/news.php?code=li_news&number=702520

 

[아침발걸음] 차단할수록 위험해지는 청소년들

/정 건 희(청소년자치연구소) “공부할 곳이 없다. 공부에 장소를 가리느냐 이런 소리를 주둥이가 있다고 하신다면 열나 패줄 수 있다. … 중략 … 아니면 모든 방역을 위해 다 중단하라. 시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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