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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새길

다단계 업자와 기독교인

by 달그락달그락 2020. 10. 18.

토라와 할례를 강조하면서 교회의 분열을 꽤 하는 이들을 ‘개’로 칭하는 바울. 성경이니 ‘개’라는 표현을 했지 실제는 더 심한 욕을 했을 수도 있다고. 빌립보 교회의 이야기다. 오늘 말씀은 목사님께서 빌립보서를 중심으로 전해 주셨다.

 

집사, 권사, 장로가 되기 위해서 각 교단과 교회별로 정해 놓은 기준이 있다. 몇 년 이상, 헌금, 봉사 등 여러 일들이 있는데 과거의 빌립보교회의 ‘개’들이 행한 일과 비유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는 느낌이다.

 

예수께서 오셔서 십자가의 구원을 믿으며, 믿음으로 모든 것을 파한다고 하셨는데 어느 순간 무엇을 해야(이도 결국 교회 건물과 개인의 세상에서의 성공과 관계는 있는 일들이 대부분인 듯)만 임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 교회가 많다.

 

서울에 아는 유명한 변호사가 있다. 몇 년 전이다. 그분이 장로가 되려고 하는데 주차장 안내를 얼마 동안 해야만 선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몇 달은 주차장 안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멋져 보였다. 신분과 관계없이 장로 되기 위해서는 교회에 봉사를 해야 하는구나 하는 그런 생각.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분이 꾸준히 교회에 봉사하면서 낮은 일을 섬기는 것은 아니었다. 장로 추대의 이유 중 하나가 주차장 안내였기 때문에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한 일이라는 거였다.

 

어떤 교회는 헌금에서 십일조 등 몇 개를 하지 않으면 집사 직분도 주지 않는다. 멋져 보일까?

 

어떤 교회는 안수집사에 들어가는 연차가 되었다면서 목사가 당사자들을 교인들 앞에 불러 세우더니 스크린으로 지금까지 그 사람들이 헌금했던 내역을 안내하면서 십일조를 했고 안 했고를 설명한다. 일주일 지나서는 한 사람이 십일조 등 헌금 모두 했는데 착오가 있었다면서 목사가 사과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할례와 토라를 중시하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는 어떤 보이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 공동체가 있다. 실질적인 삶에 대한 내용은 보려 하지 않고 교회 내에서 조차 사람을 등급 매겨서 분류하려는 일들을 보면 세상의 다단계기업이나 영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회사의 축소판으로까지 보인다.

 

아직도 내가 무엇을 믿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이런 질문보다는 다단계 회사처럼 무엇을 많이 가져가고 팔고 사람을 데려 오면 상위 계층이 되고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과 어떤 존재가 무엇을 많이 내려 주는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것만 같다.

 

등급에 따라 자신의 영성이 더 크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는 이들이다. 그 등급은 하늘에 있는 게 아닌 땅에서 이루어지는 다단계에서 위로 올라가듯 영업을 많이 하고 기업에 많은 충성을 하면 성장하는 것으로 여긴다. 바울이 개로 비유했던 할례와 토라를 중시하면서 예수의 참 뜻을 이해하지 않으려 했던 자들에게 왜 그렇게 심한 욕을 했는지 이해되는 지점이다.

 

개신교가 시작되던 그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역사책 한두 장만 보면 많은 게 이해될 터인데 우리 사회에 개신교인이라고 칭하는 나 같은 비천하고 비루한 사람들이 최소한 다단계 업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 가슴에서 이루어지는 일들과 삶이 일치할 때뿐이다. 내가 행한 일이 아닌 내 부족하고 비참함을 땅에 머리 박고 매번 회개할 때다. 감사와 회개.

 

신과 인류 사이의 관계 회복이 시작됨을 믿는 종교. 그 믿음을 붙잡고 자신과 세상에 사랑과 정의를 조금이라도 남기며 평화를 일구고자 하는 신앙. 이는 결국 삶으로서 살아내야 할 일인데 너무 어렵다.

 

 

예배 다녀 온후 낮잠 잤다. 100년만에 낮잠 인 듯. 푹자고 일하려고 커피내려서 처음 끄적인 글이 다단계라니...  ㅠㅜ

 

ps 참고로 오늘 말씀 듣고 제 생각 가는 데로 끄적인 글입니다. 제 안의 부족한 부분이라 여기세요. 제가 이전에 다단계 업자 같은 사람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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