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새길

정인이 양모의 기도제목 : 형식이 아닌 삶으로

by 달그락달그락 2021. 1. 10.

 

부검 결과 잘 나오게 기도 부탁해정인이 사망 당일 양모가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입니다.

 

기도하면 뜻이 이루어진다고 배웠습니다. 아직도 이렇게 가르치는 수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일천 번째 예배, 새벽기도 등 수많은 기도회와 부흥회에 참여하면서 행하는 기도, 삶이 기도라고도 하는 분들까지 있습니다.

 

성경의 신학도 역사도 문화도 그 배경도 살피지 않고 무조건 기도만 하라고 합니다. 기도의 기준은 말씀을 전하는 어떤 이의 설교인데 그 말씀이라는 것이 성경의 몇 구절 읽고 자신의 마음 가는 대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쓰나미 나 지진 등 천재지변으로 사람이 죽어 가는데 그 곳은 기독교인 작은 나라여서 그렇다는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반대로 미국은 훌륭한 나라라고 주장합니다.

 

정인에게 먹을 것을 주면서 아멘하지 않으면 그나마도 먹을 것을 주지 않았다는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이 자들이 어떤 교육을 하려고 했는지 조금은 짐작은 갑니다. 정인이 양부모의 부가 모두 목사였고 두 명 모두 이 바닥 유명한 미션스쿨 졸업했습니다. 심지어 양부는 기독교방송 본사에서 일했다는군요. 지금은 파면당했습니다..

 

그들이 믿는 신이 원하지도 않고 심지어 죄악시하는 짓을 행하고 신의 이름을 부르고 아멘한다면 그 신이 좋아할까요? 정인이 부검 기도 제목을 받았던 하나님은 어떠한 마음이었을까? 기도 이후에 우리 사회에서 나타난 현상을 보면 그녀의 기도제목은 거꾸로 된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방역지침 강화되니교회 금지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도 빨갱이라고 하는데도 아멘하면서 믿는 사람들 넘칩니다. 클릭 두 번만 해서 시행령이나 법령 찾아보면 이게 얼마나 허황된 주장인지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야만 한다(BTJ)면서 선교사 파견에 목숨을 걸었다는 단체에서는 이 시국에 대형 집회를 꾸준히 열면서 한다는 말이 빌 게이츠를 비롯한 글로벌 엘리트 리더들이 의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트렸다고 주장합니다. 전국에서 모였다는 기독교인들은 또 아멘 하면서 믿고 있습니다. 그 이상한 말씀(강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참석자들의 모든 휴대폰을 내도록 하였고 사진은 선교사들의 보안 문제로 못 찍게 하였다고 합니다. 신천지 이후 전국에 코로나19 퍼뜨리는 기독교인들이 많아진다고 연일 언론에 나옵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요?

 

첫째는 자신이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념을 종교와 결부시켜 타자를 배척하고 무찔러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못된 습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보수가 자신의 나라의 역사를 그리 해석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신념이나 인식에 맞지 않을 뿐입니다. 이를 종교와 결부시켜 이용하는 자들입니다. 정부의 정책이나 문제를 비판해야 합니다. 얼마든지 비판이 가능하지만 코로나19로 방역법 강화하는데 교회 금지법 운운하고 그 말을 믿고 빨갱이 운운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두 번째 우리가 믿음이라고 믿는 일이 대부분 기복신앙에 근거합니다. 자신의 이기성을 배가하는데 온전한 기도에 집중합니다. 잘 먹고 잘 살고 경쟁에서 이기고 영향력을 넓혀 하나님의 뜻을 구한다고 하지만 그 바닥에는 결국 내가 잘 되고, 내 가족이 잘되는 것이 목적일 뿐입니다. 예수께서는 그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라고 했는데 우리들은 항상 나의 나라와 나의 뜻을 먼저 구합니다. 내가 잘 못하고 나 살려 달라고 기도합니다. 시험 잘 치게 해달라고 기도 합니다. 세상에 영향력 넓힐 수 있는 판검사 되면 신앙생활 잘하겠다고 합니다. 군 장성이 되어 반강제로 병사들을 교회에 데려 가지만 정작 자신은 갑질에 능한 이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신앙적 삶과는 관계없이 믿음이라고 믿는 몇 가지 형식을 믿습니다. 기도나 헌금, 교회건물 출석 등 그 행위에만 집중합니다. 교회에 가서 앉아서 말씀 듣고 기도하고 그 안에서 시키는 일을 잘하면 좋은 성도이고 신앙심이 좋은 사람이 됩니다.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양모 또한 아버지가 목사였고 그런 믿음 생활 평생을 했겠지요. 그러니 부검할 때조차 기도를 부탁한다고 했습니다. 기도의 행위가 중요했고, 예배의 행위가 중요한 자들입니다. 아이를 삶에서 사랑하는 과정은 없습니다. 삶과는 괴리가 있습니다.

 

프란체스코 성인께서 몇몇 제자들과 함께 40일 금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하루를 남겨 놓은 39일째 되는 날 저녁 젊은 제자 한 명이 맛있는 스프 냄새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한 숟가락을 입에 떠 넣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 함께 금식을 하던 제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그 젊은 제자를 노려보았습니다. 그 싸늘한 눈길 속에는 유혹에 넘어간 불쌍한 영혼을 향한 애처로움이 아니라 분노에 찬 따가운 시선이 들어 있었습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았던 제자들은 유혹에 넘어간 젊은 제자를 엄하게 꾸짖어주기를 바라며 스승 프란체스코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프란체스코 성인은 말없이 수저를 집어 들더니 가서 그 젊은 제자가 먹었던 스프를 천천히 몇 숟갈 떠먹었습니다. 경악의 눈길로 스승을 쳐다보고 있는 제자들을 향해 프란체스코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우리가 금식하며 기도를 드리는 것은 모두가 예수님의 인격을 닮고 그분의 성품을 본받아 서로가 서로를 참으며 사랑하고 아끼자는 것입니다. 저 젊은이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스프를 떠먹은 것은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를 단죄하고 배척하는 여러분이야말로 지금 더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굶으면서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는 실컷 먹고 사랑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 goodnews 게시판(성 프란체스코의 수프 한 수푼 - 윤경재 요셉)에서

 

신앙이라고 믿고 있는 일이 사랑인지 자신의 이기심을 극대화하기 위한 형식에 매몰되어 삶을 그리 살지 않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금식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금주가 중요한가요? 영빨 운운하면서 헌금 내고 교회 짓고 목사님 말씀은 하나님 말씀이라면서 선무당 식으로 사람 잡는 이들 있습니다.

 

 

 

“'보아라, 저 사람은 마구 먹어대는 자요, 포도주를 마시는 자요, 세리와 죄인의 친구다'-7:34

 

예수께 사람들이 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믿는 예수님이 많이 먹고 술꾼이며 나쁜 자들과 친구라는 겁니다. 기독교인들이 믿는 예수님을 칭하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분이 진짜 먹보이고 술꾼이었습니까?

 

세리와 과부와 장애인들과 병든 자들, 어린이 등 그 당시에 가장 약하고 아프고 상처 입은 자들과 함께 하는 친구였습니다. 그 과정에 먹고 마시고 했습니다. 본질은 그 안에 있습니다. 신앙의 본질은 사랑에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예수께서는 "나더러 '주님, 주님'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기도하면서 아멘하고 예수님을 부르지만 진실로 이 땅에서 믿는다고 행하는 일이 무엇인지 돌아볼 일입니다.

 

기도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예배드리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성경을 읽고 그 이야기가 당시에 왜 나왔는지 공부하고 깨닫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살피면서,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저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묵상하고 기도해야겠습니다..

 

오늘 줌으로 드린 예배 가운데 목사님께서 사랑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차라리 종교에 실패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라는 어떤 분이 전했다는 질문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사랑에는 실패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사랑은, 사랑만은 붙잡아야겠습니다.

 

... 회개할 일이 많습니다. 예배 후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제 모습을 보니 정말 너무 적나라해집니다. 주일입니다.

 

※ 보고 가시면서 공감(하트) 살짝 눌러 주실거죠^^

 

'일상 > 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쁘게 사는 방법  (0) 2021.02.09
코로나 19에서의 교회탄압?  (0) 2021.02.03
순종과 분별력  (0) 2020.12.20
다단계 업자와 기독교인  (0) 2020.10.18
복이 뭘까?  (0) 2020.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