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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by 달그락달그락 2011. 5. 9.

어린이날을 맞아 지역의 45개 기관․단체가 연대한 '어린이청소년 큰잔치'를 성황리에 마쳤다. 5년 전 지역의 위기아동청소년지원네트워크 구성, 지역의 아동청소년실무자 연대 등 다양한 연대활동 중 하나로 시작하여, 매년 지속적인 어린이․청소년행사가 되었다.

 

네트워크와 조직이 살아 있으면 행사는 자연스럽다. 작든, 크든 그 조직관계의 과정이 그대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조직과 네트워크상에서 '과정' 없이 이벤트만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관의 사업이나 실적용으로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시민은 주체가 아닌 동원의 대상이 된다.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일예로 청소년들의 동아리 조직이 살아 있으면 행사는 그들이 원하는 장을 만들어 주면 자연스럽다. 그 안에서의 목적을 설정하고 그들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주선하고 거들어 주는 역할이 청소년사업을 행하는 실무자의 역할이 된다. 반면, 기관의 사업이라는 구실로 행사를 만들고 참여자들을 짜 맞추는 행위를 할 때 동원이 되고 만다.

 

어린이날 행사를 5년여 째 진행하면서, '실무자들의 지속적인 연대'가 살아 있다는 것에 긍정성을 둔다. 다만 행사의 주체인 어린이 청소년들의 주도적인 참여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어떤 이들은 어린이들의 지원적 개념이 강한 행사이기 때문에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내 안의 청소년운동 과정에서 어린이․청소년들의 과정가운데 참여가 부족했다는 것은 많이 힘겨운 부분이다. 깊이 평가해 볼 내용이다. 다른 측면으로 대규모의 어린이청소년 행사를 비판하기도 한다. 부스 등 다양한 코너에서 줄을 세우고 그 안에서 어린이들이 대상화 되는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가 어린이날이나 청소년행사가 있을 때만 쏟아져 나올까? '청소년이 보이는 지역사회'라는 타이틀을 걸고 수년째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평소 어린이와 청소년은 지역에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어린이들의 경우 야외에서의 친구들과의 놀이 문화가 없어지고 있다. 어렸을 때를 떠올려 보면 다양한 놀이 문화가 학교 앞 운동장과 동네의 공터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현재 학교나 가정, 지역사회 어디에서도 어린이들의 일상적인 놀이 문화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PC방이나 학원이 일상화 되어 있고, 대단위 놀이시설에서 가끔씩 어른들의 이벤트로서의 놀이가 대부분이다. 지역의 어린이․청소년 활동시설이나 복지기관에서의 프로그램을 통한 참여가 일상화 되어 있으며, 학교에서의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명목 하에 동아리, 자율, 진로, 봉사 등의 분야로 나뉘어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 이마저도 학교의 전문성 문제로 인해 지역의 청소년전문기관과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다. 자발적이고 자치적인 청소년의 과거 놀이 문화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청소년들의 '인권과 참여' 운운하며 '운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끊임없이 무언가 일을 만들어 내고 진행해 왔다. 지역사회에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사람다운 삶을 만들어 가는 일의 원칙을 잡기가 쉽지 않다. 과거와 같이 일상적으로 마을 공터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인가? 현재와 같이 전문 기관시설들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동아리 조직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그들이 할 수 있도록 거들어 주는 게 옳은 일인가?

 

과거의 어느 때처럼 일상적으로 동네에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뛰어 노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와 건강에 좋은 것이라 믿고 있다.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어울리고 가족과 함께 하는 환경에서 사회성과 민주성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십 수 년 전 놀이터가 좋아야 한다며 지역 놀이터 조사해서 발표도 하고, 그 공간에 아이들이 자연스레 뛰어 놀기를 기대했다. 동아리가 지속되면 그 안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놀이문화, 민주적 과정, 상담 등 모든 일들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수년째 조직적 관점에 접근하여 일한다.

 

여러 일들을 만들어 행하고 평가해 보지만 이 모든 일들이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들인가는 가슴 안에 회의적 일 때가 있다. 이와 달리 과거의 일상적인 것이 무조건 옳은 것인지, 그렇게 움직이도록 이끌어 내는 것이 현실적인지도 고민이다. 사회 환경 자체가 과거로 회귀하지 못한다. 아무리 놀이터 안전문제를 조사해서 발표하고 시정해도 그 곳에 아이들은 오지 않는다. 현재의 급속도로 변해가는 사회 환경은 등한시 한 채 과거로 회귀해 무조건 밖에서 아이들에게 뛰어 놀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힘겨운 일이다. 어린이․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서 그들의 놀이 문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 좋으련만 아직도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완전한 방법을 모르겠다.

 

"자연스러운 자기 삶이 무엇일까?", "내가 원해서 진행하는 일들을 행하면 가능한 것일까?"

내 안의 질문만 많아진다.

 

아이들이 지역사회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보이지 않는 다는 의미는 그들이 그들의 자주적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대상화'되어 강압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까?"

 

지역사회에서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자. 그 곳이 그들의 일상적인 삶이 되어야 행복할 수 있는지 진정어린 마음으로 그들이 속한 환경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가정의 달, 청소년의 달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어 있는 5월에만 국한하여 아이들을 측은하게 여기지 말고,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끊임없이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 새전북신문 5월 11일자에 실릴 칼럼입니다.

(110508)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새전북-정건희.hwp

 

http://www.youthauto.net/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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