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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가난과 인터넷 중독

by 달그락달그락 2011. 3. 14.

근래 행정안전부 등 8개 부처가 2010년도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를 밝혔다. 조사결과 인터넷 중독율이 소득 및 나이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청소년이 성인에 비해 두 배 이상이었다. 특히 한 부모 가정의 고위험 중독자 비율은 두부모 가정보다 2배 이상이었고, 다문화 가정의 중독율 또한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가난한 환경을 가진 사람들 특히, 빈곤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이 일반청소년보다 매우 높다는 것이다.

 

과거 청소년기 개인사를 떠 올려 보았다. 10대 달동네에 이사를 했다. 단칸방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다. 방에 들어가기 싫어 동전만 있으면 오락실로 달려갔다. 겔러그, 제비우스 등 아직도 기억나는 게임이 있다. 겔러그 게임은 한 번에 수백 판을 넘겨 친구들이 주변에서 구경할 정도까지 됐다. 초등학교 시절 등교 전과 후에 하루에도 두 차례 이상 오락실에 들렀다. 당시의 오락실은 대다수 청소년들의 놀이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집안에 화장실이 없어 동네의 공동화장실을 사용하기도 했다. 재래식 공중화장실에 가기 싫었다. 결국 변비에 장내 질환까지 걸렸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환경으로 청소년 시기가 어려웠지만 얻은 게 많다. 어머니의 헌신으로 책을 보거나 학교에 가는데 에 특별히 문제는 없었다. 가난했기에 사람 귀한지 알게 되었고,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야 하는 본능도 성장했다. '감사'도 알게 되었다. 현재에도 힘겨운 일이 산적해 있지만 예전보다는 좋음에 항상 감사함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청소년사업이 천직이 된 이후로는 과거의 가난이 어려운 청소년을 공감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되었다.

 

다만 현재의 가난한 환경을 살피게 되면 대응방법이 복잡해진다. 7평에서 10평정도 국가에서 제공하는 수급권자 분들의 아파트와 월별 지원금 등 몇 가지 지원이 있다. 과거 경험했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학교에서 급식과 장학금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이 있다. 가난을 과거의 기준으로 정리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처음 만났던 빈곤한 청소년들에게 환경을 이겨내라며 내심 강한 어조로 훈계했었다. 현재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을 읊조린 것 같아 부끄럽다.

"세상 가운데 어려운 환경 가운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성공한 사람들은 그 어려운 난관을 잘 뚫고 이겨낸 것이다." 이러한 논조였다.

 

빈곤한 아이들에게 전했던 이러한 유의 이야기가 옳지 않다는 것은 금세 깨닫게 되었다. 문제의 핵심은 양극화의 심화, 불균등한 기회, 평등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데 에 있었다. 못 먹어서 죽는 가난이 아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선택할 수 없고, 경쟁할 수 없어서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 자기만의 공간으로 도피할 뿐이다. 자유롭게 경쟁할 수 없는 사회에서 일탈하여 자신만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도피처로 피한다. 그곳이 인터넷일 수 있고, 중독을 부르기도 한다. 긍정적 즐거움에 따른 기회를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다르게 가난이 복이라 믿는 사람들이 있다. 가난을 그대로 수용했으며 그 안에서의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즐기는 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부럽다고 여기며 그러한 삶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도 했다. 자본에서 탈피하여 가난을 수용하며 다른 세상을 꿈꾸기도 한다.

 

빈곤과 가난의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가난은 선택할 수 있는 개념이나 빈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선택하지도 않은 강요된 빈곤에서 안빈낙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아직까지 학생들에게 급식을 차등 지급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적인 성장이 모든 이들의 혜택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낙수효과 운운하며 끊임없이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서민들의 물가는 고공행진 하는데, 정부는 어려운 경제 용어 써가며 국가의 경제적 수치는 올라갔다며 자랑이다. 끊임없이 성장을 통한 부산물이 가난한 이들에게 떨어 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국가가 수치적으로 부해지는가? " 이러한 질문은 이제 그만하자.

우리가 되물어야 할 것은

"빈곤한 이들에게 좋은 사회인가?",

"삶을 선택할 수 있는가? 강요된 삶인가?"

이러한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하지 않을까?

 

# 3월16일자 새전북신문 칼럼입니다. 

   주제는 facebook 친구분들과 이야기 나누다가 착안하였습니다. 

 

http://www.youthauto.net/2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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