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사는 이야기

나를 위해 기도하지 말라고 해줘

by 달그락달그락 2004. 6. 16.

 요즘 김형수님의 문익환 평전을 읽고 있습니다. 웃다가 울다가 가슴을 저리게 하는 글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제 늦은 밤 잠들기 전 책을 꺼내 읽다가 눈물 찔끔 짜며 가슴의 뭉클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문 목사님이 처음 옥중에 계시면서 금식하시며 아들에게 건넨 말을 옮겨 봅니다.

 

"응, 처음 닷새 동안은 끄떡없었지. 그런데 엿새 되던 날 잠을 설치면서 힘들어지더군. 열흘째부터는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어. 공판정에서 스무 날이나 제대로 먹지 못하고 세 시간 진술할 수 있었던 때처럼, 이번에도 내 힘으로 되는 게 아님을 느껴. 이건 투쟁이 아냐. 저 사람들이 나 같은 거 단식한다는데 눈이나 깜짝하겠어? 그래도 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 나를 위해 기도하지 말라고 해줘. 나라를 위해서 기도해야지. 아직 두 주일은 더 버틸 수 있어. 예수님은 40일 금식하셨어. 그것도 광야에서...
김형수, 「문익환 평전」p515

 

"나를 위해 기도하지 말라고 해줘" 이 말에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낍니다. 나를 위해 기도하지 마라니 그것도 목사가 말입니다.

내 자신의 작디작은 소갈머리를 이제야 알고 말았습니다. 매번 주위 분들에게 절 위해 기도해 주라는 어처구니없는 말들을 많이도 지껄인 저 자신의 높아진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통일운동의 거장에게 제가 어디 견줄 수 있을까 만은 그나마 현재의 행하는 모습 안에 많은 것을 찾고 있다고 여겼던 저 자신의 높아진 모습을 처참하리만큼 자세히 보고 말았습니다.

 

그 분의 일에 따른 업적 많은 이들을 위한 기도를 하면서도 항상 낮아지려 하며 항상 자신보다는 나라를 위해 민족을 위해 품고 사시는 그 아름다운 모습에 그저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저희 단체에서 고민하며 나름 데로 기도하며 무언가 만들어 간다지만 만들어 놓은 일에 눌려 힘겨워지는 제 자신을 항상 추스르지 못하고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또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과 비교하며 힘겨워 하는 제 자신을 보게 됩니다.

 

반복적인 이런 양태에 나를 위해 하는 것은 아닌지 가끔씩 고민해 보게 됩니다. 나를 위한 게 아니면 내 가슴에서의 힘겨움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 삶의 지표와 목적은 예수님의 본질적인 모습에 맞추어져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일상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06.01.14
십자가 목걸이  (0) 2004.06.18
소중한 일  (0) 2004.04.02
NGO 상근자의 주말  (0) 2004.03.28
아버지...  (0) 2004.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