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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활동/청소년자치공간_달그락달그락

어느 봄날에

by 달그락달그락 2005. 4. 15.


                                  [사무실 앞에 핀 백합]

 

 

 

 

봄입니다.
하늘은 맑고 환하고 사무실 앞 백합은 몽우리가 터질 정도로
보풀아 올라 있습니다.
너무 하얀 모습에 눈이 부십니다.

새벽녘까지 이런저런 회의가 있었습니다.
권역별 청소년운동 담당 실무자들과 여름에 있을 청소년프로그램과
컨소시옴을 해서 진행하는 사업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권역 실무위원회의 책임을 맡고 있기에 책임감이 앞서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 동역자들과 함께 머리 맞대고 지역 현안에 따른
청소년운동의 핵심적 사항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고
서로간 지원하고 배려하는 시간이라서 작은 사명감과 기쁨이
앞서는 소중한 모입니다.

아침절에 잠깐 눈 붙이고 바로 출근했습니다.
단체내 조직상에 불협화음이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제가 요즘 그 불협화음으로 인해 더 큰 것을 가끔씩 보지 못하는
듯 합니다.

내가 너무 집착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충분히 될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내가 가진 것에 충분히 만족하고,
내가 현재 행위하고 있는 모든 것에 행복해 하며,
내가 행할 수 있는 소중한 운동적 환경에 감사해야 하고,
살아서 숨쉬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기쁨이 충만해야 할 텐데
그 이상의 무엇을 받으려 노력하는가 봅니다.
집착이겠지요.

목적을 향한 최선이 있은 후
그 목적에 따라 나 아닌 그 분의 삶에 비추어 그렇게 살아야건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제가 우습습니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습니다.
회관 근처 여고에 재학 중인 우리 아이들이 점심시간 동안
음악 연습한다며 들릅니다.
3층 사무실에서 내다 보며 멍하게 하늘 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소리칩니다.
“간사님..뭐하세요..헤헤”
멋쩍은 웃음 지으며. “안녕. 얘들아...^^”
“밥 먹었니?”
“예”
“간사님은요?”
“나 디따 많이 먹었다..”

몇 마디 담소하다가 30여분의 시간동안 연습하고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갑니다.

아이들의 뒷모습에서 싱그럽고 밝은 기운을 전해 받습니다.

사무실 앞의 백합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해에도
어김 없이 피었습니다.
누가 피라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누가 일부러 물을 주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이 녀석은 매년 이맘때면 밝고 환하게 피어납니다.
그리고 우리를 보며 밝게 웃습니다.
생긋 생긋..그저 웃음을 나누어 줍니다.

제안의 저를 보건데 아직도 멀었나 봅니다.
나를 다스리고 낮추고 더 낮은 사람들의 커다란 안식처가
되기에는 아직도 멀었나 봅니다.
집착하지 말고,
드러내지 말고,
더 낮추어,
지금 내 앞에서 밝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이 백합처럼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그 분의 섭리로 자연스럽게 많은 이들에게
행복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서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어느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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