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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김광석이 꿈꾸던 마흔, 그리고 나의 오십대

by 달그락달그락 2026. 6. 20.

 

 

마흔이 되면 하고 싶은 게 있다. 오토바이를 하나 사고 싶다. 멋진 할리데이비슨으로. 돈도 모아 놓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를 했더니 걱정을 한다. ‘다리가 닿겠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큰소리는 쳐 놓았지만 걱정이 되어 종로에 나가 봤다. 구경을 하다가 저 아저씨, 한 번 앉아 봐도 될까요?’ 하고 물었다. ‘살 거유?’ ‘조만간에요. 한 번 앉게 해 주세요.’ 하니까 앉아 보란다. 다리는 닿고, 팔도 닿는다. 문제는 몸무게다. 어느 정도 몸무게가 나가야 오토바이 무게를 안전하게 이겨 낼 수 있단다. 마흔쯤 되면 살이 찌지 않을까. 배만 나와도 가능할 거야.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 타고 가다가 괜찮은 유럽의 아가씨가 있으면 뒤에 태우고, 머리 빡빡 밀고, 옷에 금물 들이고, 가죽바지 입고, 체인 막 감고

 

김광석이 마흔이 되면하고 싶은 일이라며 안내한 글이다. 김광석 스토리하우스2층에 정성스레 만들어진 패널에 적혀 있다.

 

 

 

하루 만에 대구에 다녀왔다. 일이 있었는데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김광석 거리에 갔다. 짧은 시간 걷고 스토리하우스도 들어가서 음악도 듣고 음반도 샀다.

 

김광석은 마흔이 되면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떠나려고 한 모양이다.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 못하고 30대 초반에 생을 달리했다. 너무 젊은 나이에 떠나 버린, 내가 사랑했던 가수다.

 

요즘 밤마다 읽던 책을 덮고 캠핑하는 영상을 자주 본다. 유튜브와 페북에도 가입해서 열심히 찾아봤다. 눈보라 치는 한가운데 차를 운전해서 호수 옆에 텐트를 치고, 그 안에 작은 난로까지 설치하고 나무를 가져와 불을 때면서 내부를 안온하게 한다. 눈과 얼음으로 물을 끓이고, 가져온 여러 도구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아내와 함께 눈 구경을 하는 외국 남성의 캠핑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한국에 젊은 여성 캠퍼도 있다. 폭우가 내리는데도 산에 가서 차를 옆에 두고 텐트를 치고 요리해서 먹고, 반려견과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이른 시간 잠에 들어 새벽 아침을 맞고 돌아온다. 보기만 해도 얼마나 평온해지는지 모른다.

 

돌이켜 보면 현장 일을 제외하고는 따로 취미를 가져 본 적도 없고, 무언가를 해 보려고 시도한 적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캠핑은 배워 보고 싶다. 김광석처럼 마흔이 되면하고 미리 정해 둘 수도 없다. 이미 쉰을 넘긴 지금은 내 환경이 허락할 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시작하고 싶다.

 

 

 

 

오늘 산 음반 김광석, 다시수록곡 10곡 중 너에게(with 로이킴)’내 여린 맘으로 피워 낸 나의 사랑을 꺾어서 너에게 주겠다는 노랫말이 애틋하다. 김광석의 노래는 언제나 그랬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있고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가삿말이 곳곳에 담겨 있다. 80년대 노찾사의 보컬일 때도 민중가요를 슬픔과 희망이 교차하는 인간적인 목소리로 전달했다. 노동자, 농민, 청년의 삶을 서정적으로 표현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김광석의 오랜 전 노래를 듣다 보면 어떤 활동을 하면서 나름의 철학과 신념이 있더라도 전달하고 함께하는 과정에는 문학’, 그리고 서정적인 노랫말이 중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귀가하는데 폭우가 쏟아졌다. 캠핑 가서 조용히 멍하니 앉아 있다가 이른 시간 잠에 들어, 새벽에 일어나 하늘을 보며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날이다. 비가 많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