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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는 이야기

내 삶의 우선순위

by 달그락달그락 2026. 5. 12.

PD는 기분이 좋지 않다. 술도 안 마시는데 2, 3차까지 달린 사람들이 갑자기 동해를 가자고 해서 일행을 태우고 바다까지 왔다. 바다에 온 사람들은 해 뜨는 것까지 보고 가자고 떼를 쓴다. 이때..

 

말해요 빨리. 누가 누구 좋아하는 거예요. 지금

이거 체력 아니야.

이 나이에 이런 체력들 없어.

누가 이 나이에 2차 가고, 3차 가고 바다까지 보러 가.

누가 누구 좋아하는 거잖아. 지금

난 여기서 희생당하는 거고.

누구냐고?”

 

 

30대부터 50대까지 섞인 무리들. 모자무싸 7편에 나오는 장면이다.

 

사랑은 사람을 흥분하게 한다. 모든 일의 최우선이 되고, 다음 날은 생각하지 않는다.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들뜨고 흥분하며 도파민이 꺼지지 않을 것만 같다. 정확히 짚었다. 알코올릭이 아니라면 그 나이에 절대로 2, 3차 막 가지 않는다. 그 안에 사랑이 있어서다. 썸도 섞였다. 중년 아저씨가 갑자기 호감 가는 여성 작가도 보였고, 인생 막장인 40대 아저씨에게 빛과 같은 여성이 나타나 사랑 중이다.

 

나는 군대 제대한 후 청년의 때에 저녁 시간 친구, 선후배들과 곱창집만 가도 가슴이 들뜨고 기분이 좋았다. 어떤 엄청난 일을 해서가 아니다. 그 자체로 들뜬 기분이 있었고 언제나 이야기는 넘쳤다. 잠깐 사귀었던 풋사랑을 만날 때의 알콩달콩했던 시간도 있었고,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는 한숨 섞인 이야기까지도 좋았던 때다. 집을 나설 때, 도서관 공부하다가 친구들과 눈 맞아 나설때의 그 설렘을 아직도 기억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정도의 설렘이나 들뜸은 계속해서 사라져 갔다. 그 이상의 가치라고 여기는 일들이 많아졌고, 곱창 똥꼬 찔러 가면서 소줏잔 기울였던 선후배들과도 이제 자주 만날 수 없다. 무엇이 내 삶의 우선일까?

 

아침에 일어나서 30여 분이나 혼자서 멍 때리다가 운동을 할까 말까를 고민했다. 밀린 일도 있었고 정리해야 할 일도 있었다. 월요일 쉬는 날인데도 뭐가 그리 많았다. 몸을 일으켜서 헬스장 가서 한 시간여 역기도 들고 스쿼트도 했다. 샤워하면서 오기를 잘했다고 되뇌었다.

 

가장 우선에 두어야 할 일은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맞다. 이보다 더 우선해야 할 일은 새벽이라도 바다를 보러 갈 수 있는 사랑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우선순위를 잘 설정하는 게 성숙이다.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앞에 두고 행하는 일을 계속해서 실행할 때 행복도 커진다. 그 우선순위에 어렸을 때의 내 모습을 떠올리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저 선후배, 친구들 만날 때의 그 설렘, 풋사랑에 웃음 주었던 친구 만날 때의 순간, 이들과 2, 3차 가면서도 지치지 않고 갑자기 바다 보러 가자고 해서 밤새 덜덜 떨면서 일출 보면서 웃고 또 웃었던 그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형식적인 일로서 사람을 만나고, 사업적 관계로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지겹다.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운영하는 비영리기관 내에서의 사람들과의 관계도 같다. 형식적으로 의례적인 관계를 위해서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결국 남는 사람들은 조건이나 역할로 만난 사람들이 아니라, 이유 없이 함께 웃고 떠들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가능한 나의 20대에 만났던 가식 없고 가면 없이 솔직하게 떠들면서도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면 무조건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매일을 살고자 노력 중이다.